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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누가 방장산을 똥간으로 만들었나
편집자 기자 / 입력 : 2021년 05월 10일(월) 16:19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강해룡(고창 성내 외일새교회 목사)


생거진천, 생거고창, 한반도의 첫수도가 있었던 이 고장. 내가 사는 마을은 고창군 성내면 외일마을이다. 내장산, 입암산, 방장산, 변산, 두승산 사이로 호남평야가 굽이치고 펼쳐져 있어 생거외일이라 부를만하다.

우리 마을은 갑자기 전국적인 언론을 타는 스타가 되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암 환자가 두 집에 한 집 꼴로 발병했기 때문이다. 이사 가고, 피난 가고, 여기저기서 마을을 떠나겠다는 이웃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철렁 내려앉고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마을 정남향 200여 미터에 축산분뇨 퇴비공장이 괴물처럼 앉아 있다. 어느덧 민원제기만 16년, 마을 사람들은 지치고 피폐해져 갔다. 필자가 있는 교회와 사택은 외일마을과 축산분뇨 퇴비공장 사이에 위치해 있다. 퇴비공장과 100여 미터 거리다. 봄부터 가을까지 뿜어져 나오는 악취에 우리 부부는 밥을 먹을 때마다 내장저수지로, 고창읍내로 피난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파리 떼는 왜 그리도 많은지.

누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2년 전 4월, 시름시름 앓던 아내가 서울 모 대형병원에 입원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위한 것이었지만, 체력불능으로 4월 30일 퇴원해 다시 고창으로 내려왔다. 그렇지만, 30년을 하루같이 조상 대대로 살던 고향집에 발도 못 들여 보고 퇴비공장 악취를 피해서 고창읍내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했다. 원래는 강원도 평창 산골로 갈 계획이었지만, 온천과 양고살재 편백숲이 가까워 고창읍을 택했다. 이 곳에서 여생을 마무리하려고.

앙상한 뼈와 가죽만 남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아내를 부축해서 겨우 차에 태워 앙고살재 편백숲으로 향했다. 오솔길을 걷다가 쉴 때도 앉을 체력이 없어서 차가운 땅바닥에 눕히고 심호흡을 시켰다. 아침이 오면 살아있는가 숨죽이고 확인하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췌장암 3기, 임파선 전이, 갑상선 암, 어느 누가 들어도 생존율은 바닥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서울의 모 한의원에서 여섯 달간 한방치료를 진행했다. 6개월 후 수술했던 병원에 다시 가서 검사를 했더니 정상이라는 말을 들었다. 기적이었다. 한의원에서는 잔치가 벌어졌다. 

어느덧 고창읍내로의 피난생활이 2년째다. 작년 여름 비 오는 어느 날이었다. 온 읍내가 악취 속에 잠긴 듯했다. 월곡에서 군청, 여고까지 축사 악취가 덮쳤다. 어디서 나는 것일까? 처음엔 잠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잊을만하면 악취가 되풀이 됐다.

알고 보니 신림면 반룡마을 방장산 준령 자락에 악취를 내뿜는 어마어마한 괴물(축사)이 버티고 앉아 있었다. 내가 사는 곳과 직선상으로 2킬로미터 가량 되는 듯하다. 

갑자기 ‘아! 고창은 살 곳이 못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든 고향, 생거 외일땅을 떠나서 읍내까지 정신없이 피난 왔는데, 이젠 어디로 가야하나. 천혜적 자연 혜택지 생거고창. 세계문화유산 고인돌 유적지, 한반도 첫수도 고창, 모양성, 동학 기포지, 충·의·예·악 인물의 고장. 이런 고향땅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선배들이 싼 똥을 오늘 우리는 뒤처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호남권이 경상권보다 나은 것이 경제개발 소외 덕분에 공기 좋은 동네라고 했었는데, 방장산은 악취 온실이 된 듯하다. 누가 고창의 영산 방장산을 똥간으로 만들었는가!

그동안 침묵한 지성인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나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우리 마을의 비참한 현실을 보면서 그동안 침묵한 자신을 향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결국 내 몸도 무너져 내려 남은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

레이첼 카슨(58세 암으로 사망)은 침묵의 봄에서 이미 60년 전에 경고했다. 생태계 파괴와 인간파멸을. 대기업과 언론의 압력, 자신의 몸에서 무섭게 퍼지는 암과 싸우면서 펴낸 책이 결국 지구의 날(4·22)을 만들게 하지 않았나.

도덕적 신념이 있는 한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는 10만 명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된다. 침묵하는 자는 불의의 동조자 내지는 앞잡이다. 일제 강점기 친일파들이 그랬듯이.

얼마 전 세월호 참사 7주기 행사가 있었다. 세월호 사고당시 혼자 살겠다고 팬티바람으로 탈주하는 선장의 모습은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게 나라냐. 결국 촛불이 횃불 되어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나는 언제 어디서든 심지어 병원에서조차 고창 말만 나오면 자랑이 늘어진다. 아름다운 산, 들, 강, 온천, 습지, 갯벌, 해수욕장, 무염산 지주식 김. 

생각 있는 사람들, 지성인들, 지도자의 책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무사안일주의가 오늘날 방장산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한 분 한 분마다 용기를 내어서 살고 싶은 고창, 높이 치솟는 고창 만들기에 허리를 동이고 눈을 크게 뜨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편집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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