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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마디에 뼈와 살, 숨결로 스몄다, 시인의 고향이라는 가치
이대건 기자 / 입력 : 2012년 10월 18일(목) 15:07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책읽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누구든 자신과
세상 사이 관계맺기를 튼실하게 만드는 소리이다.
해피데이고창은 고창책마을과 함께 책과 독서의 공간을 찾아,
책·사람·책읽는 공간의 이야기를 지상 중계한다.


한 사람의 시인이 사라지면? |

   
▲ 고샅에서 만난 시인의 옛사람들.
‘노인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전해오는 말이다. 책방도 서점도 아니고 도서관이라니, 아프리카의 정신에 대해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 말의 씨앗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위와 비슷한 하나의 문장으로 정착했는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인류가 비롯되었다는 아프리카라더니, 정신의 깊이가 꼭 그답다.

‘한 사람의 노인은 도서관’, 이 말은 도서관보다 한 사람에 방점이 찍힌다. 사람마다 그 삶의 궤적은 하나의 도서관이라는 말일 테다. 이때 삶의 궤적은 ‘이야기’다. 특히나 기록되지 않은 이야기이고 생생한 삶이다. 도서관이라는 오로지 기록된 것들로 이루어진 공간과 같이 놓인, 기록되지 않고 사라진 한 사람의 삶. 거꾸로 도서관은 사라질 것들을 그러모아 문자와 이미지라는 형태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인류의 보물창고이다.

한 사람의 시인이 사라지면? 한 나라의 정제된 혹은 가장 원초적인 언어와 생각의 창고를 잃는 것이리라. 인류역사 초기, 시인은 하늘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주술사였다. 하늘과 땅이 순환하는 기운 속에서 살며, 사람의 역사를 앞장서 노래로 풀어내던 예언자였다. 그 노래가 ‘백성’들 사이에 회자되며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 ‘민의’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때 시인은 홀로 매스미디어가 되었다.


시인의 마을, 고창 |

   
▲ 문수사 앞 느티나무.
고창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시인의 고향’이고 ‘시인의 마을’이다. 서정주 시인 한사람의 중량감이 그렇게 만들었다. 시인의 고향, 고창에 번역원 관계자 몇과 외국 작가, 번역작가 몇이 함께 자리했다.

<2012 해외 원어민 번역가 초청 연수 사업>의 첫 번째 문학기행 자리이다. 십여 명의 일행가운데, 주인공은 물론 고창에 태를 묻은 시인이다. 40대 초반의 젊은 시인, 김근(본명 김장근)이다. 시인은 고창고를 마치고 중앙대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했다.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박사과정에 있다. 학부생들에게 시 창작론을 가르치는 ‘인기’ 강사이기도 하다. 한겨레문화센터와 같은 시민교양강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수천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시인이 가져야할 ‘좌표’를 일깨우는 길잡이였으니, 그 공간이 자연스레 대학으로 옮아간 것이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이름을 올린 김근 시인은, 그동안
   
▲ 멕시코 시인 레온.
『뱀소년의 외출(문학동네)』 『구름극장에서 만나요(창비)』 등을 내며 폭넓은 독자층을 만들어왔다. 2000년대 우리 문단의 젊은 시인 김민정, 유형진, 황병승, 김경주, 안현미 등과 ‘미래파’라는 그룹을 지어 좌장으로 문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시인은 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게 하는 ‘문학나눔콘서트’ 같은 작은 문학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했다. 시의, 문학의 ‘퍼포밍’ 흐름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번역원다운 참신한 시도, 특별한 문학기행 |

번역원이 이번 문학기행은 여러모로 의미깊은 시도이다. 해외 원어민 번역가에게 번역 텍스트(물론 시)의 행간에 스며있는 다양한 인문학적인 요소를 직접 체험하게 하려는 것이다. 원문과 번역문 사이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로 이만한 것이 또 있을까? 우리 문학이 노벨상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해외 원어민 번역자’와 ‘우리’ 사이 역사에서부터 문화까지 그 거리를 줄이지 못한 탓임을.

‘김근 시인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일정은, 몇 가지 키워드가 제시되어 있다. 먼저 ‘시인의 고향이자 서정주 문학관이 있는 전라북도 고창을 방문하여 작가와 대담을 진행한다’ ‘한국, 인도, 멕시코 시인들의 대표작을 선정하여 이에 대한 토론을 진행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해외 원어민 번역가들의 한정식, 한국사, 전통한옥 등의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이다.

   
▲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고인돌공원.
이번 문학기행에 참가한 작가와 번역가다. 초청작가로 김근 시인, 참가작가는 K. 스리라타(인도) 시인, 번역가는 레온 플라센시아 뇰(스페인어권)과 엘리 황(영어권)이다.

10월 11일부터 이틀동안 진행된 일정에서 일행은, 고창의 면면을 꼼꼼하게 살폈다. 서(西)로는 동호바다로부터 동(東)으로 문수사와 조산저수지까지다. 그 횡단에는 미당시문학관, 선운산과 선운사, 고창읍성과 고인돌박물관까지 역사며 문화의 지층이 켜켜로 담겼다. 특히 서해라는 바다와 갯벌에서부터 시인의 고향 조산마을과 조산저수지까지 하나의 키워드로 관통하는 것이 ‘물’이다. 이 물의 이미지는 김근 시인의 시를 해석하는 중요한 열쇳말이다. 바다로부터 저수지, 조산마을의 우물까지, 그의 시가 담고 있는 원초적인 물의 형상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공간이다.

   
▲ 영어권 번역자 엘리 황. 그의 감각에 고창이 스미고 있다.
이번 문학기행에서 토론으로 올린 김근 시인의 시는, ‘뱀소년의 외출’ ‘헤헤 헤헤헤헤,’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물 안의 여자’ ‘焚書 3’이다. 영어로 옮겨, 함께 읽고 시안의 분분한 감각을 나누었다. ‘물 안의 집 떠다니는 방구들에 차마 눕히지 못한 물 안의 아기 물 밖으로 떠난 아비 찾아 저 혼자 떠올랐네(물 안의 여자)’ 같은 시에서도 물의 이미지를 살펴볼 수 있다.

토론자리는 밤늦도록 길었다. 시 이야기는 자연, 시를 낳은 고장의 이야기로 옮겨가고 시인의 언어를 잉태한 소리와 몸짓으로 이어졌다. 고창의 농요 한 자락, 판소리 한 대목이 걸지었고, 시인의 시에 밴 가락이 어떤 연유인지 그 원천을 자연스레 이해하는 자리가 되었다. 특히 시인이 들려준 심청가의 심청 태어나는 대목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시는 노래였다는, 모두가 머리로 배운 것을 귀로 눈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시와 노래의 친연은 낭송에서 다시 확인한다. 김근 시인의 시는 노래다. 그가 노래로 읽는다. 사설조에 시를 얹혀 부르는 그의 시 낭송 방식은 벌써 한국문단에 이름짜하다. 그 근본이 바로 ‘우리’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질세라 멕시코 작가, 레온 플라센시아 뇰이 멋진 낭송으로 화답한다. 그는 멕시코 유수의 문학잡지 편집장이기도 하다. 그가 그의 잡지에 김근의 시를 싣겠다고 제안해, 조만간 멕시코에 우리 시가 소개될 예정이다.


시인의 고향, 마을은 여전히 이야기를 품고 있다 |

   
▲ 시인의 마을 어귀. 뒤로 고속도로가 났다.
고창 일정가운데 일행의 이목을 끈 공간은 당연히 시인의 고향마을이다. 고스란한 옛정취가 가득한 시인의 마을은 이제 없다. 고창-담양간 고속도로가 그의 고향 집 위를 지나가고 있다. “언젠가 광주에서 문학행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이 위를 지나가는데, 울컥 치미는 것이 있어, 어찌나 힘들었던지.” 그의 집과 이웃집은 고속도로에 묻혔지만 아직 그의 고향마을은 여전하다. 마을 앞 조산저수지도 그대로다. 마을어귀에서 만난 일가 어른들도 세월이 내린 머리와 주름을 빼곤 그대로다. 말투며, 몸짓이며, 마음씀씀이며가.

시인의 고향은, 고향 그대로다. 고속도로에 묻힌 고향집은 사라졌지만, 산과 물과 바다가 오롯하다. 그의 시에 살을 입혀주었던 이야기가 어귀마다 생생하다. ‘고창이 어지럽게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시인을 떠나보내는 공간은, 고인돌박물관 앞마당이었다. 수천 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온 것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이번 일정에 도움을 주신 정재훈 학예사, 유명상, 조승규 님 감사합니다.)


이대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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