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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들어가는 희망, 꿈틀‘백모’ 뚜부집
안상현 기자 / 입력 : 2011년 01월 24일(월) 14:00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까만 가마솥에 빨간 장작불, 뽀얗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 3시간여 동안 콩물을 끓이면 고소한 콩 내음이 코끝을 한껏 감싼다. 여기에 소금 간수를 살짝 얹어주면 몽글몽글한 두부살이 아기피부처럼 새하얀 속살을 천천히 드러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 두부살을 깨끗한 헝겊에 쌓인 네모난 틀에 넣고 잠시 눌러놓으면, 이곳 두부집에서 자랑하는 고소하고 단백한 맛이 일품인 ‘백모뚜부’가 탄생한다.
빼어난 ‘뚜부’ 한모
두부는 단백질 덩어리로 우유 등과 함께 완전식품에 속한다. 밭에서 나는 소고기란 별명이 붙을 만큼 사포닌, 이소플라본, 콩탄수화물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이러한 콩으로 만드는 두부는 서양에선 살찌지 않는 치즈로 소개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으뜸’ 식품중 하나다.

특히 콩에 들어있는 성분 중 이소플라본이라는 물질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먹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또 콩 단백질은 강력한 항암작용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각종 암의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건 사장은 “어느 날 한사람이 두부를 사러오기 시작했다. 얼굴이 까맣고 낮빛이 어두웠던 그는 그렇게 몇 해 동안 두부를 사갔다. 알고 보니 암환자였다고 한다. 내가 가게에 없을 때 어느날 그가 찾아와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제는 암이 다 나았다는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다른 어느 때 보다도 두부를 만드는 보람이 컸다. 내가 만드는 두부가 누구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이 내가 두부를 계속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착한두부
콩에는 우리 몸의 동물성 기름을 제거해주는 사포닌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콩물을 끓이면 거품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사포닌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두부를 대량생산하는 공장들은 대부분 거품을 없애고,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소포제(두부 거품 제거제)와 유화제(두부 응고속도 조절제)등을 첨가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제품을 만든다. 그렇다보니 채 30분도 안되어 두부가 뚝딱 만들어진다. 유익한 성분인 사포닌이 사라지는 것이다.

김종건 사장은 두부를 만들 때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과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그래야 콩에서 나오는 사포닌을 두부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진짜 두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두부는 우리콩과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다보니 대량생산하는 일반두부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그는 “대량생산하는 두부와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두부는 차원이 다르다”며, 자신의 두부를 구분하기 위해 ‘뚜부’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그는 고집스럽게 우리콩과 전통방식으로 정직하고 착한두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백모 뚜부집 김종건 사장이 두부를 만드는 틀인 꿈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꿈틀 ‘백모 뚜부집’과 닥쳐온 ‘역경’
김종건 사장은 2004년 폴리텍V 고창대학 앞 지동마을에 ‘백모 뚜부집’이라는 희망둥지를 만들었다. ‘백모’란 이름엔 3가지 의미가 있다. 머리가 하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며느리의 마음, 빼어난 두부를 만들겠다는 다짐, 하루에 백모이상을 팔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소망을 담아 부인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곳은 ‘뚜부’라는 소박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이름 때문인지 그냥 ‘뚜부집’으로 불린다.

외관은 비닐하우스로 지어 허술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가마솥이 있는 주막과 콩물을 끓일 때 사용하는 장작들이 제법 인테리어를 대신해 정감이 있다. 우리콩으로 전통방식을 사용해 만든 두부였던 만큼 고소하고 단백한 맛이 일품이었던 그의 ‘뚜부’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거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또한 미리 확보한 우리콩이 떨어지면 더 이상 두부를 만들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고집스러움과 정직함이 더해져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2009년 겨울 그에게 갑작스러운 시련이 닥쳐왔다.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키워왔던 꿈과 희망이 모두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열심히 노력해왔던 만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허탈함도 컸다고 한다.


   

아이들이 두부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나눔을 이어가는 사회적 기업으로
김종건 사장은 화재라는 역경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두부로 나눔을 이어가는 사회적 기업을 설계하며 새로운 꿈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하게 두부를 파는 장사치가 아닌, 우리콩과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안전한 먹거리’인 그가 말하는 ‘뚜부’의 전령사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꿈틀’ 백모뚜부집이라는 두부 나눔 사회적 기업을 통해 전통두부 만드는 법을 익히고 정보를 서로 나누며, 더 건강한 우리의 전통 두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체험활동을 통해 농가들이 생산한 우리 콩의 소비를 확대시키고, 문화상품으로 발전시켜 고창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6년간 축제 등을 통해서 일반인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통두부 만들기 체험을 진행해왔다. 채험객이 많을 때는 한해에 만명 가까이 됐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5년안에 두부만들기 체험객을 매년 5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 사장의 계획이 성공리에 이뤄지면 지역에 일자리도 30여개를 창출할 수 있다니 기대해본다.

김종건 사장은 마지막으로 “전통에 미래가 있고, 지역에 반드시 비전이 있다. 이제는 그 비전을 증명해 보이려 한다”며 소탈한 웃음과 함께 당찬 어투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상현 기자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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