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오후 2시, 고창군 성내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정읍시 소성면 금동마을까지 번지며 주민 대피와 주택 13동을 포함한 총 28동의 건물 소실 등 큰 피해를 남겼다. 불길은 7시간 만인 오후 9시경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마을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서도 정읍시는 신속한 대응과 연대의 손길로 이재민을 품었고, 시민·단체·기관들은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며 회복의 길을 함께 걷고 있다.
정읍시는 즉각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임시거주시설 운영, 구호물품 지원, 심리 상담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구룡경로당 등에 마련된 임시숙소에는 소성면 주민들이 대피했고, 공무원과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지켰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4월2일 이재민들을 다시 찾아 구룡경로당에서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며 위로했다. 이 시장은 “피해 주민들의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정읍시는 일상 복귀까지 모든 행정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화재 당시 현장에서 주민의 생명을 구한 의용소방대원의 활약도 뒤늦게 알려졌다. 소성남성의용소방대 김상섭 대원(금동마을 이장)은 위험을 무릅쓰고 차량으로 거동이 불편한 주민 7명을 직접 대피시켰고, 2차 대피까지 마친 뒤에도 진화작업을 도왔다. 전북도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도지사 표창을 수여할 예정이다.
고창소방서·정읍소방서는 화재 발생 직후 공동 검토회의를 열고, 초기대응의 적절성, 장비 운영, 유관기관 협력체계 등을 점검했다. 홍진용 대응단장은 “유기적 협력과 훈련을 통해 대응태세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불 이후,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재민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읍새마을부녀회는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하며 봉사에 나섰고, 정읍자원봉사센터는 방석 만들기, 이혈요법, 꽃 심기, 세탁 봉사 등 정서·생활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좋은사랑나눔공동체, 자유총연맹여성회 등도 청소와 긴급 집수리에 동참했다.
소성교회는 교회 건물을 임시숙소로 개방하고 성금 100만원을 기탁했다. 정읍필야정(100만원), 남매안경원(300만원), 시청 송민영·박숙영 팀장 부부(200만원)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 기탁도 이어졌다. 건흥마을(100만원), 장교마을(130만원) 어르신들도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정읍농협은 직원들이 모은 성금 1천만원을 전달했고, 원예농협도 500만원을 기탁했다. 정읍교육지원청은 350만원의 성금을 전달하며 지역 연대를 실천했다. 정읍지역 7개 새마을금고도 1천만원을 모아 피해 주민들을 도왔다.
전북도의회 임승식 의원도 현장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며 “조속한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전주수퍼마켓협동조합은 구호품을 전달했다.
고창군 역시 정읍시를 찾아 성금 1358만원과 1500만원 상당의 구호물품을 직접 전달했다. 고창군청 직원 모금 운동으로 시작된 기부는 지역 전체로 확산됐다. 심원면 대농양만도 100만원의 성금을 기탁했다.
정읍소방서와 의용소방대연합회도 현장을 찾았다. 대원 60여 명이 소성면 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렸고, 전 직원이 모은 성금 228만원도 기탁했다. 참좋은교회와 함께한 세탁봉사, 의용소방대의 복구 참여도 이어졌다.
이학수 시장은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과 단체 덕분에 피해 주민들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고 있다”며 “정읍시는 끝까지 이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도 민관 협력을 통해 조속한 복구와 이재민의 안정적 생활을 위해 행정적·정서적 지원을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 피어난 따뜻한 연대의 손길은 정읍 공동체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피해 복구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걷는 회복의 시간이다.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정읍은 그 회복의 여정을 끝까지 동행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