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의식, 권력의 가장 위험한 착각
- 윤석열의 계엄·탄핵·파면을 지켜보면서
박성학(발행인)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헌법을 유린한 결과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단지 헌법 조문을 어긴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이면에는 수십 년간 이 나라의 권력을 쥐락펴락해 온 이른바 ‘선민(選民)의식’이라는 고질병이 웅크리고 있다.
윤석열은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다. 특정 대학, 특정 고시 출신들이 점령한 대한민국 권력의 심장부. 거기서 탄생한 오만과 독선은 결국, 국민을 ‘지도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에 군대를 투입하려 했던 그의 결정은, 국민을 믿지 못하고 권력을 믿는 자의 전형적인 태도였다. “국민의 주권”이라는 말은 헌법 책 속 구절로만 존재했던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의 행동을 두고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리고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고 판시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단지 윤석열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지도자들, 자신이 ‘국가’라 착각하는 이들, 즉 선민의식을 가진 자들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할 경고다.
지금 우리가 사는 정읍·고창이나 여러 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기류를 종종 목격한다. 정당이 다르고 직책이 다르지만, 말투와 눈빛, 정책 추진 방식 속에 “나 아니면 안 된다”, “너희는 몰라도 돼”라는 기류가 스며 있다. 소통 없는 일방통행, 무시와 독선, 자기 사람만 챙기는 폐쇄성은 중앙정치의 병폐를 고스란히 닮아 있다.
윤석열의 탄핵은 끝이 아니라 경고다.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인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고시를 패스했다고 해서 전지전능한 것도 아니고, 시정·군정의 방향을 독점할 자격을 갖는 것도 아니다. 권력은 위임된 것이며, 위임의 조건은 ‘국민의 이익’이다. 이를 망각하는 순간, 권력은 스스로 자멸할 수밖에 없다.
우리 지역에도 이러한 권위적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다면, 윤석열의 파면을 뼈아프게 되새겨야 한다. 지도자는 권력을 휘두르는 자가 아니라, 민심의 무게를 감당하는 자여야 한다. 위에 앉았다고 국민을 내려다보려는 자, 내 편이 아니라고 국민을 불편한 존재쯤으로 여기는 자는 반드시 심판받는다. 선민의식과 관료주의에 중독된 자들의 말로는 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가 위에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국민 곁에 있는가”를 기준으로 지도자를 판단해야 한다. 윤석열의 파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권력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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