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한빛원전에서 비상 디젤발전기의 자동 기동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 사례는 계획예방정비 중인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고 상황도 아닌 비상 상황도 아닌 조건에서 나타난 예기치 않은 작동이었다. 한빛원전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유사한 오작동 사례가 잇따르면서 지역사회는 여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들은 보다 강도 높은 점검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정상 상황에서 비정상 작동…신뢰성 도마에
문제가 발생한 시점은 4월 9일 오전 8시 50분. 계획예방정비로 가동을 멈춘 한빛원전 5호기의 비상 디젤발전기 중 1기가 자동으로 기동되면서 발생했다. 당시 전력 공급 중단이나 사고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발전기의 작동은 명백히 비정상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상 디젤발전기는 원자로가 정전 등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는 경우, 원자로 냉각과 안전 시스템 유지를 위해 작동하는 필수 설비다. 평상시엔 작동하지 않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완전한 신뢰성과 즉시 대응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 자동 기동은 한빛원전에서 발생한 첫 사례가 아니다. 지난해 4월, 정비 개시에 들어간 한빛 4호기의 비상 디젤발전기 역시 사흘 만에 비정상 작동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2023년 1월에도 정상 가동 중이던 한빛 3호기에서 비상 디젤발전기가 자동 기동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품질관리 전반 들여다봐야…총체적 점검 요구
전문가들과 시민사회단체는 반복적인 오작동 사례에 대해 시스템 구조의 결함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처음 고장이 발생한 후 개선된 부품을 설치했지만, 또다시 문제가 생겼고, 이를 교체한 기존 부품도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며 “원전 부품 품질관리 체계 전반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동일 설비에서 반복된 문제는 단순 기기 오류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발전소의 운영과 감시체계, 점검 프로토콜, 관련 부품의 납품 및 관리 체계까지 포함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안위, “방사능 유출은 없어…정밀조사 진행 중”
이번 자동기동 건은 즉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보고됐고, 원안위는 외부로 방사능이 유출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조사단이 현장에 투입돼 전력 계통의 오류, 소프트웨어 이상, 유지보수 상태 등 다각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원안위는 “정확한 원인 분석 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복되는 경고, 이제는 구조적 대안이 필요할 때
한빛원전은 영광 지역 경제와 에너지 수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이상 징후는 신뢰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비상상황도 아닌데 자동으로 작동되는 장비가 또 있다는 것이 더 불안하다”는 반응과 함께, “사고가 없었으니 괜찮다는 설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향후 조사는 단순 기술적 원인 규명을 넘어, 지역사회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투명한 공개와 실질적인 개선책 마련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안전에 있어 예방은 곧 신뢰이고, 반복은 곧 경고다. 더 이상 같은 경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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