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참고자료] 제57회 동학농민혁명기념제 | ⓒ 주간해피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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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년 전 들불처럼 번졌던 민중의 외침이 정읍 도심을 가른다. 오는 5월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정읍시 천변 어린이축구장 일원에서 열리는 제58회 동학농민혁명기념제가 시민의 발걸음을 역사 속으로 이끈다. 올해 기념제는 ‘동학농민혁명, 억압에서 피어난 불꽃’이라는 슬로건 아래, 동학의 정신을 현재와 미래의 시민사회로 이어가기 위한 대규모 시민참여형 행사로 기획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894 진군행렬’이다. 1894년 동학농민군의 첫 봉기 해를 상징하는 숫자 1894명의 참가자들이 농민군 복장을 하고 정읍 시내를 행진한다. 시민들이 직접 동학군의 발걸음을 재현하는 이 행렬은 동학농민혁명의 기개와 지향을 오늘의 거리에서 되살리는 역사적 재현이다. 이는 정읍을 넘어 전국으로 나아갔던 동학의 뜻을 공간과 몸의 행위로 표현함으로써, ‘기억’이 아니라 ‘실천’으로 동학을 소환하는 시도다.
이번 기념제는 황토현 전투의 의미를 중심에 둔다. 1894년 동학농민군이 조직적 지휘체계를 갖추고 관군에 맞서 첫 대승을 거둔 황토현 전투는 동학농민혁명의 결정적 분기점이자, 민중 스스로 역사의 주체로 등장한 사건이었다. 기념제는 이 날을 기려 혁명의 전략, 조직, 의지 모두가 살아 움직였던 순간을 다양한 콘텐츠로 재해석해 낸다.
행사는 국내를 넘어 세계와의 연대를 향한다. 기념제에는 세계혁명도시연대(Global Alliance of Revolutionary Cities) 참가자들이 직접 방문하며, 정읍은 그 정신의 국제적 확산을 위한 장으로 기능한다. 특히 올해는 독일의 뮐하우젠시가 주관하는 ‘독일농민전쟁 500주년’과 연계한 공동 행렬도 기획돼, 16세기 독일과 19세기 조선, 두 농민혁명의 역사적 공명을 시도한다. 이는 단순한 기념을 넘어, ‘억압에 저항한 보통 사람들의 연대’를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행보다.
올해부터 기념제의 무대는 기념공원을 벗어나 정읍시내 중심지로 이동했다. 장소의 전환은 공간을 축제장으로 바꾸는 차원을 넘어, 시민의 일상 속으로 혁명의 의미를 끌어들이겠다는 방향 전환의 신호다. 시 동학유산과(과장 김상철)는 “기념공원에서 진행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생활권 중심으로 기념제를 재구성함으로써, 시민들이 직접 보고 걷고 느낄 수 있는 열린 장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행사 내용 또한 세대와 국경을 넘나든다. 공식 제례를 포함해 역사문화체험 마당, 지역 예술인과 청소년 공연,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가 구성돼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동학 관련 연구자, 국제 연대 인사까지 폭넓은 참여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정읍시는 기념제가 특정 세대·계층에 국한된 의례가 아닌, ‘함께 기억하고 지금 실천하는 혁명’으로 자리 잡도록 설계했다.
이학수 정읍시장은 “동학농민혁명은 131년 전 민중이 억압에 맞서 인간다운 삶을 외쳤던 역사”라며 “그 정신은 오늘날 불평등, 생태위기,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이어 “혁명도시 정읍은 그 유산을 기념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적 실천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읍시는 그동안 ‘동학농민혁명’ 명칭과 사상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기 위한 운동을 꾸준히 추진해 왔으며, 고부관아 복원과 동학농민혁명 특별법 개정 등 장기 현안 과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번 기념제에는 이러한 동학 정신의 현대적 의미를 담아내고자 하는 시도들이 반영됐으며, 역사적 재현을 넘어 실천적 계승의 방향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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