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역 수서고속열차(SRT) 승강장에서 취객이 철로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현장에 있던 시민이 신속하게 구조에 나서 인명 피해를 막았다. 그러나 사고 당시 역무원은 승강장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돼, 야간 시간대 철도 역사 안전 대응 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5월2일 오후 11시20분께 정읍역 SRT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50대 남성 승객 A씨가 중심을 잃고 철로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으며, 승강장에서 갑자기 발을 헛디뎌 선로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황을 목격한 40대 남성 시민 B씨는 즉시 “빨리 올라오라”고 외치며 A씨의 반응을 유도했고, 선로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A씨를 직접 끌어당겨 승강장 위로 구조했다. 사고 당시 열차 진입을 알리는 안내 음성이 이미 나온 상태였으며, 곧 이어 기차 전조등이 보일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B씨는 “승강장과 선로의 단차가 약 50센티미터 정도여서 겉보기에는 낮았지만, 기차가 곧 진입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매우 위급했다”고 밝혔다. 사고는 시민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됐지만, 대응 체계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시각에 정읍역 승강장에는 역무원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정읍역은 오후 11시부터 야간 근무 체제로 전환되며, 평상시 5명이던 역무원 인력이 3명으로 줄어든다. 사고 당시에는 감시카메라(CCTV) 관제와 매표, 민원 응대 등으로 승강장 현장을 비웠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에 따르면, 사고 발생 시 대부분의 승객은 대기실 내부에 있었고, 승강장에 인근 이용객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사고 직후 현장 대응은 사실상 시민 한 명의 판단과 행동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SRT가 정차하는 정읍역 SRT 승강장은 고속열차 특성상 열차 진입 속도가 빠르며, 별도의 스크린도어도 설치돼 있지 않아 선로 추락 시 중대한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실제로 이번 사례처럼 취객이나 노약자의 안전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대응 속도가 생사를 좌우하게 된다.
현장에서 시민이 직접 구조를 했다는 사실은 감동을 주는 동시에, 공공 교통시설의 야간 안전 공백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날카롭게 되묻고 있다. 누군가의 빠른 판단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이 책임져야 할 공간에서, 책임이 비워졌다는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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