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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배롱나무꽃이 고택의 지붕을 감싸며 정읍 태인의 여름을 채우고 있다. 정읍시 태인면 서재길 13번지에 위치한 서현사지 일원에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어나면서, 고요한 한옥 지붕과 돌담 사이로 펼쳐지는 계절의 풍경이 정적인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현사지는 조선 순조 19년(1819년),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참의 박문효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우 자리다. 지금 사우(조상을 제사 지내기 위해 세운 건물)는 철거되고 유허비와 정려문만이 남아 있지만, 오래된 배롱나무들이 그 터를 둘러싸고 매년 여름 붉은 꽃그늘을 드리우며 과거의 시간을 되살리고 있다. ‘백일홍’이라는 별명처럼 오래도록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서현사지 전역에 붉은빛과 짙은 녹음을 퍼뜨리며, 정적이 흐르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돌담 너머로 이어지는 붉은 꽃잎과 고택의 선은 절제된 한옥의 미와 자연의 색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만든다. 건물 처마를 감싼 단청의 채도와 배롱나무 꽃의 붉은빛이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며, 햇살과 그늘이 교차하는 고요한 공간이 이어진다. 꽃잎은 바람을 따라 천천히 흩날리고, 오래된 마루 앞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정취가 감돈다.
서현사지는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돼 있으며, 여름철 배롱나무 개화 시기에는 풍경 사진 작가들과 여행객들에게 특히 주목받는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붉은 꽃과 전통 건축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배경은 다른 어떤 계절보다 여름의 정읍을 인상 깊게 남긴다. 사적과 자연이 공존하는 서현사지의 여름은 꽃의 화려함을 넘어, 시간을 품은 장소가 전하는 깊은 감응의 순간을 조용히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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