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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1일, 고창군 전역에 ‘농업 4법 국회 통과를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일제히 내걸렸다. 지역 농민단체, 작목반, 지역농협 등 여러 명의로 게시된 현수막에는 ‘농민들의 오랜 염원’, ‘3년간의 끈질긴 노력’ 등의 문구가 담겨 있었고,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윤준병 의원의 성과를 부각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현수막이 내걸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이 같은 행위의 배후에 고창군청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불거졌다. 행정기관이 특정 정치인의 치적 홍보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고창군농민회(회장 이덕진), 고창군여성농민회(회장 박진희), 진보당 고창지역위원회(회장 이대종)는 8월18일 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명백한 ‘관권 개입 사전선거 운동’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규탄했다.
‘농업 4법’을 둘러싼 환호와 분노
고창군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은 ‘농업 4법’ 통과를 축하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정작 농민회 등은 이 법안을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됐던 법안에서 핵심 요구인 공공비축미 수매 확대 등이 빠졌고, 가격안정제의 핵심인 ‘평년가격’ 기준이 삭제돼 실질적인 소득 보장이 불확실해졌다고 주장한다. 고창군여성농민회 박진희 회장은 “농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골자는 다 빼버린 법안”이라며 “제대로 된 농민 4법으로 자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농민회총연맹은 8월6일 성명을 통해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기존보다 후퇴했다. 농민들은 환영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겉으로는 농민들의 숙원을 이룬 것처럼 보였던 현수막 뒤에, 실제로는 후퇴된 법안에 대한 농민들의 깊은 불만이 숨어 있었다.
‘협조’인가, ‘강요’인가… 갑을 관계 의혹
고창군농민회는 현수막 게시에 고창군청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행정기관과 농민단체 및 농협 간의 관계를 지적했다. 현수막을 건 단체 관계자들은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정책과를 통해 현수막 게시를 종용받았다”고 증언하며, “계속 전화를 걸어 사정하고 요구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고창군 관계자들은 “윤준병 의원이 농업 4법 개정을 위해 노력한 것이 사실이 아니냐”고 답변하면서도, 종용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단순히 좋은 뜻을 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협조 요청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민회 측은 행정기관이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명시하며 현수막 게시를 요구한 것은 행정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강조한다.
행정의 중립성 훼손, 민주주의 근간 흔들
고창군농민회는 이번 사태를 행정기관이 특정 정치인의 치적을 홍보하고 대리 선거운동을 한 행위로 규정했다. 특히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정책과가 농업단체 및 지역농협과의 ‘갑을 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농민과 농업 단체의 자율성 및 독립성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관행이라는 것이다. 농민회는 고창군청에 ▲관권 개입 사전선거 운동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즉각 마련 ▲농민 단체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 중단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고창 농업의 미래와 농민의 권익을 위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울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에도 제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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