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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굳이 개나 닭을 본받아야 할까?
김수복 기자 / 입력 : 2011년 11월 29일(화) 11:29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김수복
(르포 작가) 

시인 윤동주는 참혹하게 죽었지만 그 혼은 푸르게 살아서 우리의 행동을 지켜본다. 내가 하는 이 ‘짓’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세상을 아름답게 투명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 이 문제로 괴로워한다.

옳고 그름을 재는 가늠자는 법률이 아니다. 법이란 언제 어디서나 마지막에 동원해야 하는 인생의 조연일 뿐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잠 못 이루는’ 푸른 영혼이 아니고서는 차마 감히 정의를 논하기 어렵다.
미국 사람이 쓴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는 사람을 자주 접하는 요즈음이다. 새삼스럽게 정의가 술자리에 오르내리는 까닭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박정희의 후예 전두환 씨가 ‘정의사회 구현’이란 이름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이후 우리 사회는 옳고 그름의 기준점을 잃어버렸다. 마지막에 등장하라고 만들어놓은 법률마저도 제 역할을 거의 못하거나 아예 돌아서서 창을 거꾸로 잡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우리의 사법체계 하에서 얼마 전 아주 의미심장한 판결 하나가 나왔다. 고창 사람 김성수 씨가 일본 정부에 이로운 일을 많이 했다 해서 관련 위원회가 친일부역자로 규정을 했는데 그 후손들이 아니라고, 절대로 잘못 된 관점이라고 불복을 했었다. 그런데 사법부가 다시 아니라고, 절대로 친일부역이 옳다고 법전을 앞에 놓고 선언하는 참으로 착한 ‘짓’을 해주었다. 하긴 이것도 어찌 보면 반박자료가 부실해서 나온 판결일 수도 있기는 하다.

사실 김성수 후손 측에서 친일부역이 아니라는 주요 근거로 내놓은 자료를 보면 살짝 황당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것은 김성수 기념재단에서 만든 것으로, 그 의미를 축약해서 비유를 하자면 일종의 족보 같은 것이다. 자기 집안 족보를 세상 사람들 앞에 내놓고 흔들어 보이면서 “우리 조상님은 이렇게 훌륭했다”고 소리소리 질러댄 꼴이다.

<중국유맹사>라는 책을 보면 젊어서 도둑이거나 깡패 혹은 무뢰한이었던 사람들이 훗날 중요한 정책결정자가 되는 예가 숫하게 나온다. 황제가 된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중년 이후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의 삶이 사뭇 정의롭고 모범적이라는 점이다. 요컨대 그들의 후손은 족보를 내놓고 큰소리로 자랑해도 하등 부끄러울 것이 없다.

사람이 태어난 것은 자기 자신의 뜻이 아니었고, 따라서 유소년기의 불우한 환경에 기인한 정의롭지 못한 행동거지는 내 책임 하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청년기 이후부터는 완벽하게,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책임이다. 인생의 초년에 살짝 착한 일 조금 하고 중년과 말년을 온통 개인의 치부에나 바친 사람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그 시기에 친일이라도 해서 살아남았으니 다행 아니냐고, 그 댓가로 오늘날 이 나라가 이만큼이라도 살게 된 것 아니냐고, 이런 식의 언어도단으로 사람의 총기를 흐려놓고자 열심을 파는 사람들의 의도는 자명하다. 김성수의 행위가 완벽하게 친일부역으로 규정되면 그 밑에서 떡고물이나 받아먹고 살아온 자기 자신의 가문도 함께 묻어가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한다. 고창 사람들이라도 고창 사람들의 전과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냥 이쁘게 봐주자고. 그래야 할까? 사람이 개나 닭이나 돼지, 오리 같은 동물과 다른 점은 역사라는 이름의 과거를 기억하고 거기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자양분을 섭취할 줄 안다는 점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조차 빼 버린다면, 과거조차 무시하고 말아버린다면, 그렇다면 사람이 개나 닭이나 돼지와 같은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일 것인가.

김수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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