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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일, 정읍시 영파동 제1일반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 건립에 반대하는 시민 300여명이 정읍시청 앞에 모였다. 시민들은 환경권 침해와 허위 동의 의혹,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공사 중단과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고, 임승식 도의원도 사업 승인 절차에 심각한 문제를 지적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도내 환경단체는 “폐목재에는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 다량 포함돼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주민들 “사실상 SRF 열병합발전소” 우려
화력발전소는 연료를 태워 만든 열로 증기를 발생시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 열(증기와 배기가스)은 그대로 버린다. 반면 열병합발전소는 연료를 태워 동일한 방식으로 전기를 생산하되, 전기 생산 후 발생한 잉여 열까지 별도로 모아 난방이나 산업용 열로 재활용한다. 즉, 열병합발전소는 화력발전소의 하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정읍그린파워가 추진 중인 사업의 공식 명칭은 ‘정읍 21.9메가와트 바이오매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 미이용 목재칩(순수 우드칩)을 연료로 사용한다. 이 시설에서는 시간당 최대 21.9메가와트의 전기와 20톤의 증기를 생산한다. 따라서 업체 측은 이를 ‘바이오매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라고 부르고 싶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한편, SRF는 한글로 ‘고형(Solid)회수(Recovered)연료(Fuel)’라고 번역된다. 이는 폐기물에서 가연성 물질(플라스틱, 폐합판, 폐섬유, 폐지, 폐목재 등)을 선별·가공해 만든 고체 형태의 연료로, ‘고형폐기물연료’ 또는 ‘고형쓰레기연료’라고도 불린다. 특히 목질계 SRF는 폐목재를 가공해 만든 고형연료로서, 법적으로는 SRF 범주에 속하지만, 생물 유래 물질이므로 바이오매스로도 분류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민들은 정읍그린파워가 미이용 목재칩뿐 아니라 폐목재·폐합판·수입 펠릿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이 시설을 사실상 ‘SRF 열병합발전소’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 300여명 집회 “대기오염·허가과정” 규탄
4월28일 열린 ‘목질계 쓰레기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반대 시민대회’에는 농소동·덕천면·수성동 등 14개 마을 주민들과 임승식 전북도의원, 고경윤·정상철·황혜숙·최재기·한선미 정읍시의원 등이 참여했다. 농민회 회원들은 트랙터 15대를 동원해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미 농소동 12개 마을 주민들은 ‘정읍시 화력발전소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우용태)를 구성하고, ‘발암물질 생산 화력발전소 결사반대’ 현수막을 곳곳에 걸며 서명운동을 진행해 왔다. 이학수 정읍시장과 윤준병 국회의원, 박일 시의회의장 등 지역 지도자들도 이에 서명으로 뜻을 함께했다.
주민들은 “주민 동의서 조작, 밀실 허가, 꼼수 추진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정읍시민의 환경권을 보장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우용태 대책위원장은 “정읍시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채 소각장 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됐다”며 “환경 영향 평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주민 수용성을 외면한 데다, 전체가 동의한 것처럼 허위나 불명확한 정보를 근거로 사업 허가를 내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즉, 사업자가 관련 기관에 제출한 주민동의서를 조작하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단체와의 협약 체결 등 사업 추진 과정에 위법성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상철 정읍시의원은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이라도 있었다면 절대 허가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인구 밀집 지역인 상동의 대림아파트까지 직선거리로 불과 6.5킬로미터다. 바람을 타고 오염물질이 그대로 날아들 것이 명백하다”고 우려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발전소가 가동되면 고형연료 소각으로 인해 초미세먼지와 발암성 물질을 포함한 유해가스가 발생해 인근 주민뿐 아니라 정읍시 전체에 심각한 환경오염이 초래될 것”이라며 “독성 대기오염물질이 시민과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 “법적 기준 충족…공사 중단 수용 불가”
정읍그린파워 주식회사(대표 박능출, 전 한국남부발전 전원개발처장)는 정읍시 공단1길 48 일원 1만5844제곱미터(㎡) 부지에 21.9메가와트(㎿)급 바이오매스 발전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 투자비는 약 2028억원이며, 이 중 자기자본 214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1814억원이다. 자기자본(10퍼센트)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남부발전이 45퍼센트, ㈜금화피에스시가 45퍼센트씩 각각 보유하고 있다. 공사 기간은 2025년 3월부터 2027년 3월까지 25개월로 예정돼 있으며, 준공 후 2027년부터 2057년까지 약 30년간 운영된다.
업체 측은 “질소 제거, 황 제거, 분진 제거, 질소 2차 제거, 배출가스 검사 등 총 5단계 환경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환경부가 정한 법적 기준치보다 20퍼센트 더 낮은 엄격한 기준으로 설계했으며, 배출 상황은 24시간 365일 환경공단에 실시간으로 통보·감시된다”고 밝혔다. 정읍그린파워는 2019년 7월 정읍목재발전소대책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한 이후, 2020년 7월 전북도로부터 산업단지 개발계획 변경 승인, 같은 해 11월 정읍시로부터 고형연료제품 사용허가, 12월 건축인허가 및 공장입주 허가, 2021년 4월 환경부로부터 통합환경허가를 받는 등 행정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허위 동의·위법성 조사해야”…환경단체 “폐목재 사용 우려”
임승식 전북도의원은 4월23일 임시회에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이 확보되지 않았고, 협약 파기 사실을 숨긴 채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사업 전반의 공공성과 투명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정읍그린파워가 2019년 7월 정읍시환경매립장주민지원협의체와의 협약이 파기된 후, 대표성이 불분명한 정읍목재발전소대책위원회와 새 협약을 체결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는 이를 숨기고 허위 자료를 제출해 마치 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것처럼 포장하여 2020년 산단 개발계획 변경 승인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민 수용성 미확보와 허위 자료 제출은 명백한 절차상 중대한 하자”라며 전북특별자치도에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공동대표는 폐목재와 합성목 사용 문제를 언급하며 “폐목재나 합성목재는 도장이나 페인트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 본드 등 접착제에 들어 있는 환경호르몬 및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다량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이유로 폐목재 쓰레기는 재생에너지 가중치 분류 대상에서도 제외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주민·정치권·환경단체…원점 재검토 요구로 확산
정읍시는 이번 사업이 민선 8기 이전에 진행돼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북도, 정읍시의 인허가 절차가 모두 완료된 상황이어서 명확한 해결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읍시의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 발전사업허가 변경과 공사계획 인가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정치권은 허위 동의와 밀실 행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사업 전반의 공공성과 적법성을 재검토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특히 폐목재 연료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 및 환경권 침해 가능성을 강력히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남부발전이 사실상 사업 주체로 지목되면서 공기업의 책임성과 투명성도 도마에 올랐다.
주민들은 현재 환경부에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사업 중단 목소리는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번 갈등은 환경 민원을 넘어 인허가 과정의 투명성과 사업의 공공성, 지역 민주주의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시민사회·정치권과 사업자 간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갈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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