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출신의 한옥예(65) 씨가 뇌사 후 장기기증으로 3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평생 주변을 돌보던 한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생명을 나누는 선택으로 남겨진 이들에게 희망을 남겼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정읍 출신 한옥예 씨는 지난 5월13일 중앙대학교 광명병원에서 간장과 양측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렸다. 그는 지난달 8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작스럽게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된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깊은 슬픔을 느끼는 가운데, 한 씨의 건강했던 장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생명을 이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허무했다”며 “뇌를 제외한 다른 장기들이 건강하셨기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한 씨는 정읍시에서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어려운 이웃을 챙기고 주변을 도우며 살아온 인물로 기억된다. 평소에도 나눔을 실천하고 공동체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선택을 실천했다.
한 씨의 아들 이용 씨는 “어머니는 평생 남을 위해 사셨다. 고생 많으셨고, 이제는 하늘에서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셨으면 좋겠다. 저희에게는 최고의 어머니였고, 그 모습은 언제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머니가 쓰러졌을 때 의료진으로부터 60대 뇌출혈 환자가 많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러한 사실이 더 많이 알려져 같은 상황을 겪는 가족들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장기기증은 한 사람의 깊은 결단이 세 명의 생명을 살리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동시에 지역사회에 생명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며 생명나눔을 선택한 유가족의 숭고한 결정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의 뜻이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옥예 씨의 삶과 마지막 선택은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남긴 깊은 결단이었다. 세 사람에게 생명을 이어준 그 뜻은, 이별의 아픔을 넘어 생명 나눔의 가치를 깊이 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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