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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종합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개발이냐 보전이냐’의 이분법 너머, 지금 이 논란은 고창군이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그려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고창군은 ㈜모나용평과 협약을 맺고 리조트와 골프장을 핵심으로 하는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강행 중이며, 그 중심에 고창 염전의 절반을 없애는 골프장 조성이 놓여 있다. 명분은 지역경제 활성화이고, 방식은 행정 주도 기부채납·재임대 구조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에서 정작 빠진 것이 있다. 바로 ‘군민’이다. 찬성과 반대라는 갈등 자체가 군민이 빠졌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다.
이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부터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고창군은 “법적 절차를 준수 중”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절차가 곧 정당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절차의 핵심은 참여이고, 정당성의 본질은 동의다. 군민을 배제한 행정은, 아무리 많은 문서와 도장을 갖다 붙여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사업이 결정되기 전, 군민의 동의와 참여를 바탕으로 한 공론화 과정이 충분했는가? 염전 부지를 골프장으로 바꾸는 계획에 대해 설명회 한 번 열리지 않았다. 사업의 규모와 성격상 지역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 막대한 만큼, 더 철저하고 실질적인 군민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사업 초기 골프장 건설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모나용평에서 골프장을 개발하려면 부지를 매입해 추진하는 것이 상식이다. 고창군은 리조트 개발의 경우, 리조트 부지를 매각해 “56억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리조트 부지는 2만평, 골프장 부지는 20만평이므로, 골프장 부지를 매각할 경우 단순히 계산하면 그 열 배인 56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고창군은 골프장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고창군 소유의 부지 위에 모나용평이 골프장을 건립한 뒤, 기부채납 받은 골프장을 재임대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모나용평의 초기 투자비용을 줄여주고 있다. 심지어 골프장의 토지 매립까지 고창군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이 과연 임대료를 통해 회수가능한 지도 모호하다. 결국 기업은 사유화된 공공자산 위에 수익을 쌓고, 군은 그 비용을 군민의 세금으로 대신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사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지금 고창군이 하려는 것은 지역개발이 아니다. 그것은 공공자산의 사기업 전용화이며, 군민 무시 행정의 결정판이다. 현재 염전 인근에는 이미 18홀 규모의 고창컨트리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그 옆에 또 다른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은, 기업의 요구에 행정이 그대로 복무하는 ‘맞춤형 특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군이 골프장을 포함한 개발 패키지를 먼저 설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이 수익성을 이유로 골프장을 요구하자 이를 수용한 것이라는 군의 설명은, 이 사업의 본질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비슷한 사례는 이미 존재했다. 전임 군수 시절의 동우팜 사태. 대규모 닭가공공장을 유치했지만, 악취와 수질오염 우려, 절차적·실질적 위법성에 분노한 군민들이 강력히 반대하면서, 입주계약을 맺은 상황에서도 결국 사업은 무산됐다. 당시의 혼란과 갈등은 단지 정책 실패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행정이 주민과 소통하지 않고 밀어붙일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교훈을 망각한 채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동우팜은 ‘과거’가 아니다. 현재 고창군이 재현하고 있는 미래의 경고장이다.
선운사를 창건(577년)한 검단선사가 고창 사람들에게 자염 제조법을 전한 이래, 고창 염전은 한때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천일염 생산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고창 소금과 염전은 고창의 정체성과 문화가 녹아든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염전 부지를 골프장으로 내주는 것은 군민 자산의 사유화, 즉 군민 자산이 사기업 이익으로 전용되는 것이다. 군민의 세금과 행정력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상황을 납득할 주민은 없다.
지금 군민들이 묻는 것은 수치가 아니라 가치다. 고창의 염전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업의 손익을 맞춰줄 이유가 있는가. 누가 이런 방식의 개발을 동의했는가. 어느 군민이 염전을 내주고 골프장을 택하자고 했는가. 고창의 자산을 희생시키는 이 개발은, 그 이익의 본질과 방향부터 다시 물어야 할 때다.
고창군은 시민사회의 우려에 “보전에 공감하고 법 절차를 따르며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그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군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절차의 존재’가 아니라, ‘절차의 신뢰’다. 환경영향평가와 법률 검토가 단순한 형식이 아닌 실질적인 검토로 작동하고 있는지, 군민들의 이견이 제도적 장치 속에서 실제로 반영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형식적 절차의 진행이 아니라, 군민과 함께 그 절차의 출발점을 다시 정립하는 일이다.
‘개발’이라는 단어는 성장의 동의어가 아니다. 개발이 지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공동체적 숙의와 환경적 책임, 자산의 공공성이라는 최소한의 윤리를 지켜야 한다. 그것은 경제 논리로 환산될 수 없는 신뢰의 법칙이다. ‘개발’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 수단이 공동체를 해치고, 자연을 파괴하며, 행정의 신뢰를 갉아먹는다면, 그것은 실패한 수단이자 위험한 도박이다. 특히 고창처럼 자산이 생태에 기반하고 있는 지역은, 한 번의 무책임한 개발이 수백 년을 무너뜨릴 수 있다. 지금 고창군이 해야 할 일은 모나용평과의 협약 이행이 아니라, 군민과의 신뢰 회복이다.
행정은 기억해야 한다. 군민 없는 개발은 반드시 실패한다. 그 실패의 대가는 단지 사업의 중단이 아니라, 고창이라는 공동체의 균열이다. 소통 없는 개발, 공공성 없는 투자, 생태 없는 성장, 그리고 독선적 행정은 이 땅에서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고창의 미래는 골프장에 있지 않다. 공공자산을 함께 지키고, 군민과 함께 나누며, 공동체의 내일을 설계하는 데 있다. 이제는 군이 답할 차례다. 무엇이 진짜 ‘고창을 위한 개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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