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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삶이 멈췄던 한 도시인이 있었다. 그는 절망 대신 흙을 택했고, 이제 ‘대마(헴프)’로 새로운 생명을 일구고 있다. 올해 10월24일 ‘전북 귀농귀촌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고창군 귀농인 오세훈 씨의 이야기는 한 개인의 회복을 넘어, 지역 농업의 혁신과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에서 쓰러진 기획자, 고창의 흙으로 돌아오다
고창에서 터를 잡은 오세훈(57) 코스모팜 이사는 한때 부산의 도심에서 기획과 마케팅 현장을 누비며 쉼 없이 달렸다. 그러나 끊임없는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결국 뇌출혈로 쓰러졌다. 회복의 길을 찾던 그는 대마종자유(헴프씨드 오일)가 뇌혈관 질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대마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건강을 되찾는 것이 먼저였고, 자연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고 회상한다. 여러 지역의 귀농·귀촌 프로그램을 탐색하던 중, 고창군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실제로 머물며 배우고,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맞다고 판단해 고창행을 결심했다. 연고도 없던 땅이었지만, 그 선택은 그의 인생을 새로 쓰는 출발점이 됐다.
■체류형 창업교육, 귀농의 문을 열다
8년 전, 오 이사는 고창군의 체류형 창업교육 프로그램에 입교했다. 그는 “이론만 듣는 교육이 아니라, 실제 농업기술센터와 연계된 실습형 교육이 많아 귀농 준비에 실질적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수료 후에는 고창군농업기술센터의 ‘농촌개발대학’을 다니며 농업 전반의 기초를 다졌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 이사는 대마를 재배하고 직접 가공할 수 있는 방안과 상품화가 가능한 제품을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고,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을 통해 약 6천평의 부지를 임대하며 본격적인 대마 재배를 시작했다. 귀농창업지원사업 등 각종 공모사업에도 참여해 제품 개발과 포장 디자인, 브랜드 기획까지 직접 추진했다.
마케팅과 기획 분야에서 다져온 실전 경험은 귀농 이후에도 유효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흐름을 읽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브랜드를 기획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됐다. 그 결과, 오세훈 이사는 ‘대마커피’과 ‘대마종자유’, ‘대마단백질(헴프씨드 프로틴파우더)’ 등 기능성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그의 대마 제품들은 고창마켓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산업용 대마(헴프),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
그가 주목한 헴프(hemp)는 대마초(Cannabis sativa)의 산업용 품종이다. 일반적으로 환각 성분이 거의 없는 ‘저(低)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환각유발성분)’ 대마 품종을 지칭한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식품’으로 등록된 헴프씨드(헴프씨앗)는 영양가가 뛰어나 오메가3·오메가6 지방산, 감마리놀렌산(GLA), 아미노산 등 필수 영양소를 풍부히 함유하고 있다.
오세훈 이사는 이를 ‘기능성 식품’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헴프 씨앗에는 오메가3·오메가6 지방산이 풍부해 동맥경화·고혈압·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며, 특히 감마리놀렌산(GLA) 함유로 항염과 혈압 조절에 탁월하다. 전체 중량의 약 25~30퍼센트가 단백질이며, 필수아미노산 9종을 모두 포함한 ‘완전 단백질’로 채식주의자나 비건에게도 주목받는다. 그는 “건강을 회복하게 해준 작물을 통해 다른 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귀농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길
오세훈 이사는 개인의 성공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고창군대마연구회 회장, 고창귀농귀촌협의회 수석부장, 토종농생물연구회 감사, 고창문화도시센터 시민추진단장,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 등 여러 직책을 맡으며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 중이다. 뿐만아니라, 유휴시설로 남을 뻔했던 당촌권역문화센터를 직접 임대하여 사무실 겸 각종 역량강화사업 용역의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는 “귀농은 땅을 사는 일보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며 “먼저 와서 부딪히고 살아보며 지역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말에는 지역 공동체를 존중하는 태도가 녹아 있다. “해외 이민을 갈 때는 그 지역 문화를 공부하듯, 귀농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진짜 농촌의 일원이 된다.”
귀농 8년 차를 맞은 지금, 공동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지역민과의 소통과 협업을 중시하는 ‘상생형 귀농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건강을 잃으며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배운 것”이라고 했다. 대마는 그의 치유의 상징이자, 새로운 산업의 씨앗이 되었다. 그는 “귀농은 도전이지만 동시에 인생의 전환점”이라며 “누군가의 성공사례가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이 키운 귀농의 성공…귀농에서 지역혁신으로
이번 수상은 개인의 노력이자, 지역의 체계적 지원이 맞물린 결과다. 전북 귀농귀촌 우수사례 공모전은 농촌경제사회서비스활성화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전북연합신문사가 주관했으며, 전북특별자치도와 완주군, 전북귀농귀촌연합회가 후원했다. 오성동 고창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고창군의 체계적인 귀농귀촌 지원정책과 지역 공동체의 따뜻한 협력이 만들어낸 성과”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귀농·귀촌인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창군은 체류형 교육, 창업지원, 농지 임대, 공모사업 연계 등 ‘단계별 맞춤형 귀농 지원정책’을 통해 도시민의 안정적 정착을 돕고 있다. 특히 귀농 1~3년차 청년·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현장 맞춤형 컨설팅과 지역 공동체 연계 프로그램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세훈 이사의 귀농기는 단순한 ‘농촌 정착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치유와 한 지역의 산업이 만난 이야기다. 한 사람의 치유를 위한 선택이, 한 지역의 새로운 산업 가능성을 열었다. 고창의 흙은 그에게 건강을 돌려주었고, 그의 도전은 지역에 활력을 더했다. 개인의 회복과 지역의 성장이 맞닿은 자리에서 오세훈 이사는 오늘도 새벽 밭을 거닌다. 그가 말한 “귀농은 도전이지만, 인생의 전환점”이라는 말은 고창의 수많은 새로운 농부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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