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주간해피데이 | |
정읍의 한 폐교에 정원이 들어서고, 그곳에서 농촌의 미래가 자라고 있다. 32년의 도시생활을 접고 정읍에 정착한 임규오 씨가 폐교를 정원으로 바꾸고, 치유농업과 농촌관광을 결합해 전북 귀농귀촌 우수사례 장려상을 수상했다.
도시생활 32년 끝, ‘오브제’로 꽃피운 귀농
정읍 민간정원 ‘오브제’는 단순한 정원이 아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제8호 민간정원이자, 귀농인 임규오 대표가 폐교를 인수해 치유와 창업을 동시에 이뤄낸 복합공간이다. 2021년 능교초 매죽분교 터에 문을 연 이곳은 32년간의 도시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정읍으로 귀농한 임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조성했다. 민간정원, 카페, 갤러리 기능을 함께 갖춘 오브제는 도농 간 치유관광의 실험장이자, 귀농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임 대표는 도시생활에서 쌓은 기획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귀농 직후 과감한 자본을 투자했다. 농촌융복합자금 확보와 지역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사업 기반을 마련했고, ‘농촌융복합사업자’ 인증과 전북특별자치도 민간정원 지정을 연달아 획득하며 제도적 안정성과 행정적 신뢰 기반을 동시에 확보했다. 그는 단지 정원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유농업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구성해 수익 창출과 사회적 기여라는 두 가지 성과를 함께 실현했다.
오감 자극, 쉼과 치유의 공간으로
오브제 정원은 오감을 자극하는 구성으로 섬세하게 설계됐다. 시각과 후각은 사계절 식물의 색감과 향기에서, 청각은 정원 곳곳을 감도는 새소리와 물소리에서, 촉각은 장작 난로와 실외 화덕이 전하는 온기에서, 미각은 수제차와 건강식에서 충족된다. 봄의 진달래, 여름의 마타리, 가을의 구절초가 계절의 리듬을 수놓고, 실내외 곳곳에 배치된 향기 식물들이 정원 전체에 자연의 결과 흐름을 입힌다. 작은 우물 ‘세심정’에서는 잔잔한 폭포 소리가 귓가를 맴돌고, 공간마다 어울리게 구성된 음악이 정원과 실내를 부드럽게 이어준다.
정원 요소로 쓰인 오브제는 자연에서 가져온 돌과 나무들이다. 하나하나가 작품처럼 배치되어 식물의 휴면기에도 존재감을 발휘한다.생활 속 사물이나 자연물을 예술로 재구성한 이들은 지역문화와 예술성을 결합한 ‘말 없는 조언자’처럼 정원을 지킨다. 돌 오브제는 마치 물 위를 튀어 오르는 듯 생기를 전하고, 곳곳에 자리한 나무 조각들은 본연의 형상을 간직한 채 작품처럼 서 있다. 특히 긴 장대 위 새를 얹은 솟대를 향해 방문객들은 마음속 바람을 조용히 털어놓는다.
공익과 창업을 잇다, 귀농의 또다른 길
임 대표는 현재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동체 치유농업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역 내 장애인·고령층·청소년 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며 공익성과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카페에서 제공되는 메뉴도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건강식 중심으로 구성되어 치유와 농업, 식문화가 결합된 모델을 보여준다. 수제차, 과일모찌, 녹두빙수 등은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구조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최근 민간정원 지정을 확대하며 정원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오브제는 이 흐름 속에서 민간의 창의성과 귀농인의 실험정신이 결합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폐교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정원이라는 사회적 자산으로 탈바꿈시킨 임 대표의 노력은 귀농창업의 실질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정적이고 감상적인 정원을 넘어서 체험·소비·치유가 어우러진 ‘살아있는 농촌공간’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읍에서 시작된 변화, 농촌의 미래를 잇다
임규오 대표는 “정읍의 구절초 지방정원과 관광자원을 연계해 체류형 치유 관광농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정원을 기반으로 한 농촌관광의 시너지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며, 귀농 이후 생존과 성장, 공익을 연결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이번 전북 귀농귀촌 우수사례 장려상 수상은 이러한 성과를 제도적으로 확인한 장면이다. 농촌경제사회서비스활성화지원센터가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와 전북귀농귀촌연합회 등이 공동 후원한 본 공모전은 귀농의 혁신성과 지역 파급 효과를 평가하는 자리로, 오브제는 폐교 부지를 활용한 창의적 공간 재생, 치유농업 융합, 공동체 기여라는 3박자를 갖춘 사례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규오 대표의 ‘오브제’는 정원을 통해 농업과 치유, 창업과 공익, 도시와 농촌을 연결한다. 폐교라는 잊힌 공간이 꽃과 사람, 돌과 솟대, 음악과 차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는, 뚜렷한 목표와 단단한 철학, 그리고 지역과 함께 가려는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브제는 오늘도 정읍의 바람과 햇살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