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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송전선로건설반대 고창군대책위’와 고창군농민회는 11월20일 오후 고창군농업인회관 3층 대강당에서 ‘고창군 송전선로 문제 진단과 대안을 위한 전문가 초청 주민설명회’를 열었다(좌). 전북지역 6개 야당이 11월20일 오전 전북도의회 브리핑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 중심의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촉구했다(우). | | ⓒ 주간해피데이 | |
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균형 속에 지방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에 맞서 고창군 주민들이 단호한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 곳곳을 가로지르는 34만5천볼트 초고압 송전선은 전기를 실어 나르는 선을 넘어, 전기 혜택의 중심과 부담의 주변을 구분하는 국가 인프라의 실체를 드러낸다. 이 선이 호남과 농촌을 통과하는 방식과 절차를 둘러싸고, 고창·정읍을 비롯한 전북, 충남·광주전남까지 농민과 주민들이 조직적으로 맞서며 “수도권을 위한 희생 구조를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4만5천볼트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는 국가기간 전력망 99개 사업(송전선로 70개, 변전소 29개) 가운데 하나로, 이 가운데 약 38퍼센트가 호남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송전선로는 수도권 대규모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지방을 경유하는 ‘전력 통로’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송전탑과 선로가 통과하는 지역주민들은 경관 훼손과 재산권 침해, 안전성 문제를 감당해야 하지만, 전기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수도권과 산업 중심지는 그 부담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창군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전면으로 끌어올리는 자리가 11월20일 마련됐다. ‘송전선로건설반대 고창군대책위’와 고창군농민회는 이날 오후 고창군농업인회관 3층 대강당에서 ‘호남을 관통하려는 송전탑, 문제 진단과 대안’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강연자로 나선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지방은 수도권의 에너지 종속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윤석열 전 정권에서 시작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34만5천볼트 송전선 계획을 정면에서 짚어냈다. 하 변호사는 강연에서 “핵심은 중앙집중식 전력 체계냐, 지역분산형 체계냐의 선택”이라고 못 박았다. “전기를 수도권으로 더 멀리 보내기 위한 송전망을 깔기보다, 사람과 기업이 지역으로 나뉘어 이동하고, 지역 안에서 전기를 생산·소비하는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고창 주민과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해 송전선로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을 꾸렸다.
고창에선 이미 한 차례 ‘주민 없는 주민설명회’ 파동이 있었다. 지난 10월29일, 34만5천볼트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최적경과대역 결정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송전탑 설치 위치 등을 설명하기 위한 주민설명회가 성송면종합복지회관에서 열렸지만, 정작 단 한 명의 주민도 참석하지 않아 사업자의 일방적인 추진에 대한 ‘소리 없는 항거’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주민설명회가 고창군 성송면 산수·내원·송산·암치·성동·계당·어림 등 7개 마을을 대상으로 처음 열리는 자리였음에도 30여분 만에 관계자들이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수도권 중심의 전력 공급 체계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거부 의사가 명백하게 드러났다.
문병채 송전탑건설반대 고창군대책위원장은 이 사태에 대해 “주민설명회는 입지선정위원들이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알음알음 전달해서 추진한 음성적인 자리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성과 주민 대표성을 지켜야 할 위원들이 왜 사업자 앞잡이가 돼 사업 정당성 확보를 위한 요식행위에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가 정부와 한전의 일방적인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단결된 의지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해 온 대책위는 “수도권의 에너지 수요를 위해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전력 공급체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북 야 6당의 강력한 비판과 대안 제시
이러한 초고압 송전망 건설을 두고 전북지역의 야 6당이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규탄하며 ‘에너지 식민지’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조국혁신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녹색당, 사회민주당 전북도당 등 6개 야당은 11월2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들은 수도권의 전력 독식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고창과 부안, 정읍, 완주, 임실, 진안, 장수, 남원, 무주 등 전북 전역이 초고압 송전선로의 경로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삶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국혁신당 정도상 전북도당위원장은 민주당 중앙당이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지역 균형 발전을 홀대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수도권 알이백(RE100·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산단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수도권의 표 때문에 그렇다”며, “수도권 중심의 유권자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 6당은 “민주당 소속 전북 국회의원들이 침묵하거나 형식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하며, “중앙당에 맞서 새만금에 알이백 산단을 지정하고 ‘지산지소(地産地消)’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여 지역에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다만, 전북 지역의 전력 자급률이 70퍼센트를 육박하는 상황에서 향후 남는 전력을 팔기 위해 송전망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단계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 사무처장은 “모든 송전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송전망의 구축에 있어 지역에서 쓸 소위 배전시스템을 먼저 구축하고 남는 전기는 지중화나 해상을 통해 전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 6당과 시민사회는 ▲용인 반도체 산단 2단계 사업을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전북으로 이전할 것, ▲국가 전력망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분산형 에너지 공론화를 즉각 추진할 것을 이재명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적 반대 목소리와 제도적 문제
“농촌을 희생양 삼은 송전선로·철탑 건설은 비민주적일 뿐 아니라 폭력적이다”라는 외침은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송전선로 경과지에서 터져 나오며 전국적인 결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북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대응을 위한 지역별 대책위 구성이 속도를 내왔다. 2023년 12월22일 최적경과대역이 선정됐지만, 주민 대부분은 2024년 5월 설명회를 통해서야 사업 내용을 처음 알게 됐다. 전북 8개 시군 대책위와 환경단체는 2024년 5월7일 ‘송전탑백지화 전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정읍·고창·남원·완주·무주·진안·부안·장수·임실 등 9개 시군 대책위와 함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을 넘어 전국적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에 위치해 사실상 ‘경과지’에 불과한 충남에서는 11월6일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충남 대책위 사무처장을 맡은 유종준 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산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는 전력을 옮기기 위해 송전선로와 철탑을 세우고, 그 절차조차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수도권 전력 공급을 위해 농민과 농촌 주민에게 피해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충남 대책위는 충남도와 의회에 명확한 반대 입장 발표를 요구하는 한편, 곧 발족할 전국 대책위와 손잡고 송전선로 백지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가전력망 사업으로 지정된 총 99개 설비사업 가운데 약 38퍼센트가 호남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충남과 광주·전남 단위에서도 대책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충남은 11월6일 충남송전탑백지화 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충남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처장은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중간에 위치해, 절대적 ‘경과지’에 불과한 충남은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며 송전선로 백지화 활동을 펼쳐갈 계획임을 밝혔다. 광주·전남 단위 대책위도 지난 11월11일 구성됐으며, 지역주민들은 주민도 모르게 뒤늦게 알려진 사업계획, 밀실에서 진행되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운영, 형식적인 주민설명회 등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한편, 지난 10월1일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14조 제4항은 ‘사업시행자가 주민 반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 등으로 입지선정이 곤란할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며, 장관은 갈등 조정·중재 및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 대책위와 시민사회는 이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중재로 이어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는 12월 초에는 34만5천볼트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계획 재검토를 촉구하는 전국 대책위원회 발족도 예고돼 있다. 고창과 정읍, 전북 각지에서 시작된 주민설명회 보이콧과 대책위 활동이 충남과 광주·전남으로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송전선로 문제는 개별 마을의 민원이 아니라 수도권 중심 전력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할 것인지 묻는 전국적 논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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