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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농업의 구조 전환, 자립과 데이터로 미래 연다
농촌신활력플러스, 타작물 전환, 과학영농 관제, 약용치유지구로 ‘자립 경제·스마트 영농’ 투트랙 가동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5년 11월 28일(금)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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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해피데이

기후 위기와 쌀 소비 감소가 겹친 농업 위기 속에서 정읍시가 농정의 방향을 자립 경제스마트 영농이라는 두 축으로 분명하게 그려 내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과 데이터 기반 과학영농 관제체계, 기후 적응형 신품종, 약용·치유 융복합지구 조성이 서로 맞물리며 정읍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현장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는 11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언론인 정례브리핑을 열고, 농가 경영 안정과 스마트 원예농업 확산, 농생명 산업 육성 등 향후 정읍 농업을 끌고 갈 핵심 사업의 성과와 계획을 설명했다. 브리핑에는 이용관 농업기술센터 소장이 직접 나서 지금 정읍 농업이 처한 여건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민간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 자립형 경제 구조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혁신과 데이터 기반 스마트 기술을 현장에 입히는 하드웨어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농업의 미래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위기 속에 세운 투트랙, 자립과 스마트

오늘 농촌이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후 위기로 재배 환경이 급격히 흔들리고, 쌀 소비 감소에 따른 가격 불안이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정읍시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를 개별 농가의 노력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보고, 농업의 체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농정을 재편하고 있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가 제시한 해법은 자립 경제스마트 영농을 동시에 강화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한쪽에서는 지역 자원과 민간 조직을 묶어 자립형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데이터·시설현대화·신품종으로 미래 대응력을 키우는 구조다.

이번 브리핑은 여러 개별 사업을 나열한 자리가 아니라, 이 두 축을 한 그림으로 보여준 자리였으며, 농업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현실을 직시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쌀값 하락, 작황 변동, 소비 패턴 변화 등 위기의 요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대응 대부분이 단기적 보전과 보조금 중심이었다. 이번 전략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간이 중심이 되는 자립형 농촌경제실험

정읍시 농정의 첫 번째 축은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이 이끄는 자립형 농촌 경제구축이다. 정읍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동안 70억원을 투입해 ··향 서로이음 로컬그룹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비전으로 내건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력 육성, 산업 육성, 지역 상생 등 3대 분야 10개 세부 사업으로 구성된 이 사업에는 현재 약 100여개 액션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이 액션그룹들은 농산물, 식품, 문화, 관광 등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며 실제 사업화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

이 사업의 배경에는 관이 설계하고 농민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시는 지역 곳곳에 흩어진 활동가·소규모 사업자·마을 조직을 발굴해 네트워크로 묶고, 이들이 스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력 교육, 컨설팅, 네트워킹 지원이 하나의 묶음으로 제공되면서, 기존 농업 보조 사업과는 결이 다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정읍 농촌의 혁신 동력이 더 이상 예산 집행에만 기대지 않고, 민간의 기획력과 연대에 기반하도록 방향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인프라 구축 방향이다. 정읍시는 액션그룹들의 활동 거점이자 교류 허브 역할을 할 혁신공간공유센터를 북면 일원에 조성하고 있다. 이 센터는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교육과 회의, 교류와 협업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거점으로 계획돼 있다. 지역 곳곳에서 흩어져 활동하는 액션그룹들이 이곳에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 상품을 기획하며, 외부 전문가와의 만남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민간 조직과 지역 자원이 주체가 되는 농촌 혁신 구조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사업 종료 이후에도 민간 중심의 자립형 경제 구조가 유지될 수 있도록 운영 모델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1732ha 타작물 전환이 만든 구조 변화의 첫 장면

정읍시의 두 번째 과제는 쌀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 농가 소득 기반을 다각화하는 일이다. 정읍시는 쌀 공급 과잉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벼 재배 면적 조정 목표를 1458헥타르로 설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많은 1732헥타르를 타작물로 전환하는 성과를 냈다. 논콩과 가루쌀 등 전략 작물 재배를 확대한 것이다. 논을 대상으로 한 작부 체계 전환을 통해 쌀값 하락에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소득원을 확보하겠다는 선택이다.

타작물 전환은 재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읍시는 늘어나는 논콩 생산량을 소화하기 위해 샘골농협과 신태인농협의 선별 시설을 확충해 총 4개소 체계를 갖췄다. 여기에 2026년까지 정우면에 시간당 3톤을 처리할 수 있는 종합처리장을 새로 짓는 계획도 세워 두었다. 생산·선별·저장·출하를 잇는 물류기반을 갖춰 농가가 판로 불안 없이 작부 전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시설 투자 없이는 타작물 전환정책이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설계로 볼 수 있다.

유통 구조 개선도 병행되고 있다. 정읍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는 수박·토마토 등 11개 품목 공선출하회를 조직화해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에 안정적으로 납품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그 결과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통합마케팅 운영 실적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개별 농가의 힘만으로 닿기 어려운 대형 유통망에 조직화된 출하 체계를 통해 접근하면서 농가의 가격 협상력과 판로 안정성이 동시에 높아지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경관농업도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읍시는 올해 29.3헥타르 규모의 경관 작물 재배지를 조성해 유채·메밀·해바라기 등 사계절 꽃이 이어지는 들녘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농산물 생산지이자 관광객이 찾는 포토존으로 활용되며, 회전율이 낮은 농경지를 체험·관광과 연결하는 정읍형 경관농업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촌 풍경을 그대로 경제 자원으로 만드는 방식이 농가소득과 지역 상권에도 영향을 주는 흐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온도·습도·광량이 알려주는 농사, 과학영농 관제체계

정읍시가 자립 경제와 함께 밀어 올리는 또 하나의 축은 데이터로 짓는 농사. 기후 변화가 농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정적인 생산을 장담하기 어렵다. 정읍시는 국비를 포함한 4억원을 투입해 기후변화 대응 과학영농 통합관제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농가별 시설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온도, 습도, 광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 환경 데이터와 작물 생육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농촌진흥청의 작물 생육 예측 모델과 연계돼 농가별 맞춤형 컨설팅 메시지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토마토·딸기 등 시설원예 농가의 경우 작물 생육 단계와 기상 조건을 함께 분석해 난방·환기·관수·차광 등 환경 제어에 필요한 정보를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전달받게 된다. 이 시스템은 올해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으로, 도입 농가들은 품질 안정과 생산량 향상을 동시에 노리게 된다. 경험에 데이터가 더해지는 순간, 농사는 관측과 판단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읍시는 이러한 소프트웨어 구축과 더불어 스마트 농업 하드웨어 기반도 확충하고 있다. 올해만 435000만원을 투입해 비닐하우스 신축, 에너지 절감시설 설치 등 시설원예 현대화 사업을 추진했다.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자동제어 장비를 도입함으로써 과학영농 관제체계와 현장 설비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조언이 현장에서 빠르게 실행될 수 있도록 농가의 물리적 환경을 함께 끌어올리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전주684호와 약용·치유 융복합지구, 바이오 농업의 시선

정읍시의 농업 전략은 생산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품종과 산업 구조 전환까지 이어진다. 정읍시는 3년여에 걸친 실증 과정을 거쳐 지역환경에 맞는 벼 신품종 전주684를 최종 선발했다. 전주684호는 기존 주력 품종인 신동진에 비해 병해충에 강하고 고온 등숙율이 높아, 기온 변화와 이상 기후 상황에서도 수확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특성을 지닌다. 농업기술센터는 청사 식당 시식회를 통해 품질을 점검한 뒤 내년부터 전주684호를 정읍 맞춤형 쌀로 육성할 계획이다. 기후 대응력과 품질을 함께 고려한 지역 대표 쌀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방향이 구체적 품종 이름과 재배 계획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정읍시는 동시에 농생명 바이오 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최근 정읍시는 전북특별자치도 농생명산업지구(약용·치유 분야) 예비지구로 선정돼 향후 5년간 50억원을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전국적인 지황 주산지이자 치유농업 선도 도시라는 강점을 살려 약용작물 생산·가공·유통에 치유와 관광을 결합하는 융복합 산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약용작물 계약재배 확대, 기능성 식품 가공공장 신설, 쌍화차 거리와 연계한 체류형 관광 상품 개발 등이 핵심 축으로 제시돼 있다.

또한 정읍시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정읍 지황 농업시스템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특정 작물의 재배 기술과 농업 경관, 농촌 생활문화가 하나의 유산으로 인정받는 제도로, 정읍 지황 농업이 지닌 역사성과 지속성을 공식적으로 기록하는 절차다. 농업유산 지정이 이뤄질 경우 지황 농업은 생산 기반을 넘어 정읍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농업자산으로 자리잡게 된다. 치유농업, 약용작물, 관광이 한 축으로 엮이는 구조 속에서 농업과 문화, 지역 브랜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농업의 양 날개를 펴기 위해 남은 과제

정읍시가 제시한 자립 경제스마트 영농투트랙 전략은 농촌 위기 속에서 행정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하나의 사례를 보여준다. 농촌신활력플러스 사업을 중심으로 한 액션그룹과 혁신공간공유센터, 벼에서 논콩과 가루쌀로 이어지는 타작물 전환과 처리·유통 인프라 확충, 경관농업의 확대는 농업과 로컬 비즈니스를 함께 키우는 경제 전략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과학영농 통합관제체계, 시설원예 현대화, 전주684호 신품종, 약용·치유 농생명산업지구와 지황 농업유산 추진은 기후 위기와 인구 감소 시대의 대응력을 높이는 기술·산업 전략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방향이 분명해질수록 실행의 정교함도 더 요구된다. 액션그룹 100여 곳이 한 번의 사업으로 끝나지 않고, 자립형 조직으로 서기 위해서는 교육·컨설팅과 함께 안정적인 판로 구조가 꾸준히 뒷받침돼야 한다. 1732헥타르에 이르는 타작물 전환이 농가 소득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논콩·가루쌀 등 전략 작물의 수급과 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과학영농 관제체계 역시 데이터를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농가의 역량과 시스템 유지·보수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현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학수 시장은 인력과 조직을 키우는 경제 활성화 정책과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기술 도입은 정읍 농업의 양 날개라며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 증대와 더불어,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 환경을 만드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읍 농업이 이 양 날개를 온전히 펼치기 위해서는 지금 시작된 여러 사업이 서로 연결되고, 농민과 행정이 함께 방향을 점검하는 과정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위기에서 출발한 투트랙 전략이 장기적인 농업 구조 개편으로 완성될지, 이제부터의 실행과 점검이 그 답을 들려줄 것이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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