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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작은 호반 도시 타타에서 열린 세계 습지도시 시장단 회의장에서 ‘고창’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되풀이됐다. 2022년 습지도시 인증을 받은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군단위 도시가 내놓은 ‘주민 주도 습지관리’ 사례에, 27개국 74개 습지도시 대표들이 귀를 기울였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11월27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헝가리 타타시에서 열린 ‘제4회 람사르 습지도시 시장단 회의’에 참석해, ‘고창형 주민주도 습지도시 관리정책’의 가치를 세계에 알렸다. 전 세계 27개국 74개 습지도시 시장단과 국제기구 관계자 등 200여명이 모인 자리로, 동아시아람사르습지센터와 타타시가 공동 주관했다. 개막식과 타타시 습지 견학, 기조 발표에 이어 각국의 사례 발표, 시장단 원탁회의, 폐막식과 교류 만찬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일정 속에서 고창군은 ‘주민이 행복하고 활력 넘치는 람사르 습지도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고창군은 운곡 람사르습지와 고창갯벌 람사르습지 2개소를 보유하고 2022년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을 받았다. 특히 내륙습지인 운곡과 연안습지인 고창갯벌이 인천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는 세계 74개 습지도시 가운데서도 눈에 띄는 특징으로 소개됐다. 고창군은 2022년 습 도시로 인증받은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에도, 지역주민이 중심이 된 습지관리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이 호평을 받았다.
이번 출장에는 김영건 산림조합장(내륙습지)과 김충 수협장(연안습지), 이미영 전북은행 지점장이 함께 했다. 심 군수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전에 습지도시 인증을 받은 다른 도시의 사례를 들으면서 우리의 습지관리 정책의 방향성을 확인했다”며, “습지도시 브랜드를 지역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활용해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고 밝혔다.
주민이 만드는 습지도시, 고창이 제시한 관리 모델
심 군수의 공식 발표는 공공-민간 파트너십 세션에서 이뤄졌다. 발표 제목은 ‘주민이 행복하고 활력 넘치는 고창 람사르습지’로, 고창형 주민주도 습지도시 관리정책의 뼈대를 압축했다. 그는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습지관리계획 수립과 이행 과정, 운곡습지 논둑 복원 사례, 갯벌복원지를 활용한 주민생태관광 사례, 운곡 및 갯벌습지 관리거점센터 건립 계획, 주민복지 개념을 접목한 습지 정책 방안 등을 차례로 제시했다.
운곡습지의 논둑 복원은 발표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례로 소개됐다. 생태계 중심의 복원에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의 논농사 문화와 생업 방식을 복원 방식에 함께 반영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주민들이 직접 복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습지에 대한 자부심을 키웠고, 그 경험이 이후 관리 과정에서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진 점이 다른 나라 참석자들에게 인상 깊게 전달됐다.
고창갯벌 복원지에서 진행 중인 주민생태관광 사례도 국제 무대에서 공유됐다. 심 군수는 주민생태관광 사례를 통해 갯벌 복원이 곧 생활터전 복원과 연결되도록 기획한 과정을 설명했다. 심 군수는 “습지관리 정책을 만들고 이행하는데 주민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강조하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습지가 있어 주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습지도시 관리의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습지 보전과 관리가 주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목표와 연결될 때 정책의 방향과 실행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세계 74개 습지도시가 공유한 과제와 고창의 위치
제4회 람사르 습지도시 시장단 회의는 회의 형식 자체가 ‘공동 학습의 장’으로 구성됐다. 헝가리 타타시의 습지 견학을 시작으로, 개막식과 기조 발표, 각 도시의 주제 발표, 세션별 토론, 시장단 원탁회의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 도시가 안고 있는 과제와 해법이 교차했다. 헝가리 타타 습지도시 관리 사례, 습지도시 성과를 점검하는 방안 등이 주제 발표로 다뤄졌고, 세션에서는 습지도시 홍보와 브랜드 전략, 습지 교육, 공공-민간 파트너십, 습지와 기후변화 등 네 가지 축이 집중 논의됐다.
시장단 원탁회의에서는 차기 의장 선출과 네트워크 운영 방향이 정리됐다. 차기 의장에는 헝가리 타타시장이 선출됐고, 네트워크 사무국의 활동 보고와 함께 차기 회의 개최지가 일본 니가타로 결정됐다. 네트워크 활성화 방안도 의제로 올라, 각 도시의 경험과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구상들이 논의됐다. 고창군 입장에서는 세계 27개국 74개 도시가 참여하는 람사르 습지도시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다시 가늠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심 군수는 “우리보다 먼저 습지도시 인증을 받은 나라들의 사례를 들으면서, 고창의 습지정책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사회자가 “고창군이 습지도시 인증을 받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에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언급했다며, 그 평가 속에 향후 과제도 함께 담겨 있다고 짚었다. 세계 네트워크 안에서 고창이 이미 하나의 사례로 불릴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은 분명 성과지만, 그만큼 책임 있는 정책 설계와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운곡·갯벌·인천강, ‘습지 브랜드’의 다음 단계는
고창이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내륙습지 운곡과 연안습지 고창갯벌, 그리고 두 공간을 이어주는 인천강은 생태와 문화, 농업과 어업, 내륙과 해안이 만나는 축으로 설명된다. 여기에 2022년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이라는 국제적 이름표가 더해지면서 고창은 ‘습지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보했다. 이번 회의에서 심 군수가 언급했듯, 과제는 이 정체성을 어떻게 지역의 경제적 부가가치와 주민 삶의 변화로 연결해 나갈 것인가이다.
심 군수는 출장 소회를 전하며 “습지도시 브랜드를 지역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활용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운곡과 갯벌, 인천강을 잇는 생태축을 어떤 방식으로 농업·어업, 생태관광, 교육 프로그램과 결합할지, 주민이 주도하는 구조를 어떻게 유지할지, 이번 회의는 고창군 정책 설계자들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 셈이다. 고창군은 이미 운곡 및 갯벌습지 관리거점센터 건립 계획을 추진하며, 습지관리와 주민복지 개념을 접목한 정책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 공유된 세계 각국의 사례와 네트워크 논의는 이러한 계획을 다듬는 기준선이 될 수 있다. 첫째, ‘습지가 있어 주민이 행복한 도시’라는 심 군수의 발언은 고창 습지정책의 최종 목표를 분명히 한다. 둘째, 습지도시 브랜드를 경제적 부가가치로 연결하겠다는 다짐은 구체적인 지표와 실행 계획을 필요로 한다. 3년 차 람사르 습지도시 고창은 헝가리 타타에서 주민주도 습지관리 모델을 세계와 나눈 뒤, 운곡·갯벌·인천강을 잇는 생태축을 어떻게 주민 삶과 지역경제의 변화로 연결할 것인지라는 과제를 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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