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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2억4천만원, 정읍 후배들에게 건넨 박순덕의 나눔
칠보면 출신 89세 박순덕 어르신, 2021년부터 5차례 장학금 기탁…“가난 때문에 꿈 꺾이는 아이 없길”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08일(월)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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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해피데이

거친 손끝에 평생을 일군 삶이 모였고, 그 삶을 고향 학생들에게 기꺼이 내어놓은 한 어르신이 있다. 박순덕(89) 여사가 평생을 절약해 모은 24천만원을 정읍 후배들에게 건넨 선택은 나눔이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강력한 장면으로 남는다. 고향 정읍시 칠보면 수청리에서 태어난 그녀의 장학 기부는 한 개인의 선의를 넘어 지역공동체가 기억해야 할 존엄의 기록으로 자리잡고 있다.

 

행상과 폐지 수거로 모은 평생의 돈, 고향에 기탁하다

정읍시 칠보면에서 나고 자란 박순덕 할머니의 손은 오래 묵은 노동의 흔적을 품고 있다. 그 손끝에 쌓인 삶의 무게는 결국 고향의 아이들을 향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행상으로 생계를 꾸리고 빈 병과 폐지를 주워 모으며 평생을 절약해 온 삶이었다. 그 삶이 향한 곳은 자신이 걸어온 길보다 더 나은 길을 걸어야 할 고향 후배들의 미래였다. 박 할머니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총 5차례 장학금을 기탁하며 누적 24천만원을 후배들에게 건넸다. 어떤 재산보다 귀하게 모인 돈이었고, 그만큼 온기가 담긴 선택이었다.

 

가난 때문에 꿈을 꺾는 아이는 없어야 한다

박 할머니는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날의 쓰라림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그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한다. 그래서 박순덕이라는 이름은 더 넓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자신처럼 눈물로 하루를 꾸려가는 아이들이 더 이상 책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모여 장학금이라는 형태로 고향에 돌아왔다.

 

2021년부터 이어진 기부의 기록

박 할머니의 첫 기부는 20216월이었다. 고향 칠보면을 찾아 3550만원을 전달하며 조용히 나눔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25월에도 15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기탁해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20244월에는 3000만원, 20254월에도 2600만원을 보탰다. 지난 7월에는 희망 2025 캠페인 유공자 시상에서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표창 수상을 기념하며 다시 4000만원을 기탁했다. 상을 받는 자리에서도 그는 자신이 아닌 고향을 먼저 떠올렸다.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의지였다. 현재는 울산에 거주하면서도 고향을 향한 마음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있다.

 

나누니 오히려 더 부자가 된 기분

박순덕 여사의 나눔은 물질적 기부를 넘어선다. 마음속 깊은 자리에서 건져 올린 신념이자 삶의 방식이다. 그는 평생을 아끼며 살았지만, 나누고 나니 오히려 내가 더 부자가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무엇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한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는 말이다. 박 할머니의 이러한 삶의 자세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칠보면 장학증서 수여식지역사회가 만든 박순덕의 날

박 여사의 따뜻한 행보는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칠보면은 그의 뜻을 기려 2023년부터 박 여사를 초청한 장학증서 수여식을 열고 있다. 수백명의 저소득층 학생이 이 장학금을 통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이어갔다. 그들의 꿈은 박순덕이라는 이름에서 출발한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박순덕 여사의 기부는 거창한 말보다 깊은 실천으로 남는다. 정읍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된다. 박순덕이라는 이름이 붙은 장학금은 그 문을 연 수많은 아이들의 내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나눔은 지역공동체가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기초적인 힘이며, 한 사람이 이끌어낸 변화가 지역사회의 미래로 확장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삶이 삶을 지탱하는 온전한 질서

이학수 정읍시장은 박순덕 어르신의 숭고한 뜻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기탁해 주신 장학금은 학생들이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의 역할이 제도적 토대를 만드는 일이라면, 박 할머니와 같은 시민의 나눔은 그 토대 위에 살아 있는 온기를 더한다.

박순덕 여사의 기부는 숫자로만 환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가 평생 걸어온 길, 그 길을 지탱한 마음, 그 마음에서 나온 나눔이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나눔은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선의는 또 다른 누군가의 내일을 밝히는 불씨가 된다. 정읍은 지금 그 불씨가 만드는 따뜻한 변화를 온전히 지켜보고 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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