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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은 시설을 고치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다시 짜는 과정이다. 배움으로 시작된 변화가 협동과 운영으로 이어질 때, 도시의 체질이 달라진다. 정읍에서 열린 한 축전은 도시재생이 ‘계획’이 아닌 ‘사람의 일’로 작동하고 있음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정읍시와 정읍시지역활력센터는 12월18일 정읍국민체육센터에서 ‘도시재생 교육 축전―정읍 도시재생, 다같이 온(ON!)’을 열고 한 해 교육의 결실을 한자리에 모았다. 행사 표어의 “온(ON·켜짐)”은 원도심을 다시 켜 보자는 선언처럼 무대 위에 걸렸다.
행사는 올 한 해 도시재생 역량 강화 교육을 이수한 수료생들과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자리는 교육 성과를 공유하고, 우수사례를 통해 정읍형 도시재생의 다음 방향을 찾기 위해 기획됐다. 축전은 교육의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이자, 주민 주도 도시재생의 현재 위치를 점검하는 공개 무대였다.
행사는 두 개의 흐름으로 구성됐다. 1부 개회식은 서예 퍼포먼스로 막을 올리며 축전의 상징성을 드러냈다. 이어 이학수 시장의 축사와 함께 도시재생 사업 경과보고가 진행됐고, 도시재생 분야에서 역할을 수행한 최우수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이 이어졌다.
2부 성과공유회의 중심에는 주민들이 직접 설립해 운영 중인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사협’)이 있었다. 정읍정심, 정읍연지마루, 리본 등 관내 3개 마사협은 각자 운영 중인 거점시설의 현황과 활동 성과를 발표했다. 공간 관리, 프로그램 운영, 지역 연계 활동 등 구체적인 운영 경험이 공유되면서, 교육 이후 주민 조직이 어떻게 실제 도시 운영 주체로 성장했는지가 드러났다.
외부 사례 공유도 이어졌다. 광주 오월첫동네와 함평군 함평천지 마사협의 발표는 정읍 사례를 다른 지역의 흐름 속에서 비교·점검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했다. 주민 조직이 도시재생의 ‘참여자’에서 ‘운영자’로 전환되는 과정과 그 조건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참석자들의 시야를 넓혔다.
현장의 논의는 ‘전문가 토크콘서트’에서 한 번 더 확장됐다. 전북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조선 팀장과 함평군·진안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이 패널로 나서 주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현장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도시재생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과 과제가 논의됐다.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상호 소통 구조라는 점에서 교육 축전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부대행사로 운영된 체험존 역시 도시재생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아로마테라피, 도예, 가죽공예, 목공, 전통주 빚기, 캐리커처 등 14개 체험·시연 부스가 운영되며 행사장은 생활 문화의 장으로 확장됐다. 각 마사협의 홍보 부스도 함께 마련돼, 조합 활동과 성과가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됐다. 도시재생이 일상과 분리된 사업이 아니라 생활 속 활동임을 체감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학수 시장은 “이번 교육 축전은 도시재생 교육생들의 뜨거운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낸 성과를 확인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이 정읍 원도심의 활력을 되찾고 지역공동체를 다시 끈끈하게 잇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행사의 메시지는 “교육”과 “운영”, 그리고 “주민”이라는 세 축으로 정리됐다. 이번 축전은 정읍 도시재생의 성과를 한데 모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분명하다. 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조직을 만들고, 조직이 공간과 사업을 운영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확인됐다. 도시재생의 다음 과제는 더 많은 공간이 아니라, 이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회색빛으로 굳어가던 원도심의 골목마다 주민들이 직접 일궈낸 자생의 씨앗이 단단한 뿌리를 내리며 지역의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물리적 정비를 넘어 공동체의 결속을 통해 마을의 수명을 늘려가는 정읍형 도시재생은 이제 주민이 주권을 쥔 실천적 모델로 진화했다. 배움의 갈증을 해소한 100여명 수료생의 열정은 정읍의 쇠퇴한 거리에 활력을 되찾아줄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정체된 지역 경제를 깨우는 마중물로 등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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