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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약초 재배를 넘어, 수백 년간 이어온 공동체의 삶과 지혜가 국가 자산으로 등록됐다. 12월24일, 정읍에서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조선 전기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정읍 지황 농업시스템’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20호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2013년 제도 도입 이후 전국에서 스무 번째로 이름을 올린 이번 성과는 정읍의 농업이 가진 역사성과 생태적 가치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땅을 살리고 전통을 찌다: 정읍 지황의 지혜
정읍 지황이 높은 평가를 받은 핵심은 전통 농법의 생생한 보존에 있다. 첫째, 친환경 종자 소독. 정읍의 농민들은 지금도 화학 약품 대신 볏짚을 태운 재를 활용해 종자(종근)을 소독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둘째, 지력 회복을 위한 윤작. 땅의 힘을 중시하여 여러 작물을 번갈아 짓는 농법을 통해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셋째, 숙지황의 정수, 구증구포.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고난도의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하며, 정읍 지황만의 독보적인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고유 기술은 단순히 박물관 속에 갇힌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 정읍의 숙지황과 쌍화차 산업을 지탱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전승되고 있다. 이는 재배 농가부터 가공업체, 찻집에 이르기까지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생계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2년의 집념이 일궈낸 ‘원팀’의 승리
이번 지정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정읍시와 옹동면 주민, 재배 농가들이 2년 전 첫 도전의 실패를 딛고 ‘원팀’이 되어 일궈낸 결실이다. 시는 현장 조사와 자료 정비를 통해 지황 농업의 역사적 맥락과 생물 다양성 지표를 꼼꼼히 보완했고,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신청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윤준병 국회의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지며 농림축산식품부를 설득하고 국가중요농업유산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14억원의 마중물,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꿈꾸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으로 정읍시는 향후 3년간 약 14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시는 이 예산을 마중물 삼아 지황 농업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는 것은 물론, 이를 숙지황과 쌍화차 산업으로 연계하여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키울 방침이다. 재배 농가에서 시작해 가공업체, 쌍화차 거리로 이어지는 정읍만의 특화 산업이 국가 유산 지정을 통해 날개를 달게 된 셈이다. 이학수 시장은 “지황 농업의 전통성을 국가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이를 산업적 가치로 승화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백 년 전 조선의 흙에서 시작된 지황 농업이 이제 정읍의 미래를 밝히는 지속 가능한 산업 자산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정읍 지황 농업시스템은 마치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노거수(老巨樹)와 같다. 깊게 뻗은 뿌리는 조선시대부터의 역사를 지탱하고, 그 가지에서 열리는 열매인 숙지황과 쌍화차는 오늘날 마을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소중한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무엇이 달라지나?
지역의 환경과 풍습에 적응하며 오랜 세월 형성된 농업 자원 중 보전할 가치가 높은 것을 국가가 지정하는 제도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은 단순히 명예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 파워: 국가 공식 인증 마크를 제품에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 신뢰도가 급상승한다. ▲관광 자원화: 지황 재배지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등 ‘에코 투어리즘’의 핵심 자산이 된다. ▲지속 가능한 전승: 국비 지원을 통해 고령화로 끊길 위기에 처한 전통 농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후대에 물려줄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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