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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땅을 일궈온 베테랑 농부들에게 영농의 핵심은 ‘직관’과 ‘경험’이었다. 바람의 기운이나 잎사귀의 색깔만 보고도 작물의 상태를 짐작하던 시대. 하지만 이제 정읍에서는 이러한 관행 농업이 데이터라는 정교한 나침반을 만나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는 12월23일 작물의 생육 상태를 실시간 데이터로 관리하는 ‘과학영농 통합관제체계 구축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뿌리 속까지 들여다보는 ‘스마트한 청진기’
정읍 농업이 ‘디지털 전환’의 정점에 섰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가 최근 구축을 완료한 ‘과학영농 통합관제체계’는 단순히 하우스의 온도를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작물이 자라는 외부 환경과 뿌리 부분(근권부)의 정보를 하나로 통합했다는 점에 있다.
기존에는 온도·습도·광량 같은 환경 정보와 배지의 무게, 영양액의 농도(EC) 및 산도(pH) 같은 생육 정보를 각각 따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데이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계되어, 농가는 작물의 상태를 마치 환자의 차트를 보듯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가 작물의 속마음을 읽어주는 ‘청진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인공지능과 실시간 모니터링이 지키는 농장
정읍시는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총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이번 시스템을 완성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쌓아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과 이상 상황 알림 기능을 통해 위기 대응력을 높였다. 여기에 에이아이(AI·인공지능) 기반의 농업 정보와 농가별 맞춤 분석이 더해져, 초보 농부라도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밀한 재배 관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읍을 넘어 국가 농업의 표준으로…지속 가능한 스마트 농업의 기틀
이번 사업은 정읍 지역 농가에만 국한된 변화가 아니다. 정읍시는 이곳에서 축적된 소중한 생육 데이터를 농촌진흥청과 공유할 계획이다. 이는 국가 단위의 표준 생육 모델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읍형 생육 모델’을 확립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용관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경험에 의존하던 관행 농업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영농 관리가 가능해졌다”며 “통합관제실을 내실 있게 운영해 스마트농업 모델을 지역 전역으로 확산시키고 농업인의 실질적인 소득 향상을 돕겠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스마트 농업의 기틀
정읍시는 앞으로 품목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인공지능(AI) 분석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스마트 농업이 실제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후 관리와 운영 교육에도 행정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데이터 농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과학영농 통합관제 체계를 통해 농업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영 안정을 돕겠다는 정읍시의 시도가, 미래 농촌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확보할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과학영농 통합관제, 무엇이 좋아지나?]
▲정밀 제어: 감이 아닌 수치에 따라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므로 비료와 물 낭비를 줄인다. ▲위기 대응: 한밤중이나 외출 중에도 하우스 내부의 이상 온도나 장비 고장을 즉시 알 수 있다. ▲데이터 자산화: 올해 농사가 잘됐다면 그 이유(데이터)를 기록으로 남겨 내년 농사에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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