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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연말 분위기로 들떠야 할 정읍시청 앞 거리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파 속에서도 2백여명의 주민이 손을 맞잡고 모여든 이유는 하나다. 영파동 제1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설 예정인 ‘폐목재 화력발전소’ 건립을 막아내기 위해서다.
트럭 위에서 폐목재 화력발전소 반대 우용태 대책위원장이 한쪽 무릎을 꿇고 삭발을 시작하자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주민들은 “공사 허가 취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발암물질 범벅, 폐목재 연료 하루 552톤 소각’, ‘쓰레기(SRF) 폐목재 화력발전소 막아내자’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치켜들며 정읍시와 전북특별자치도를 향해 공사 허가 취소와 개발개획 연장 불허를 강력히 촉구했다.
“쓰레기 소각장일 뿐”↔“최첨단 발전시설”…좁혀지지 않는 평행선
갈등의 핵심은 발전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있다. 주민들은 이 시설이 하루 552톤의 폐목재를 태우는 ‘화력발전소’이자 사실상의 ‘쓰레기 소각장’이라고 주장한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발암물질이 인근 주거 밀집 지역의 환경과 시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이 기저에 깔려 있다.
반면 발전사업자인 정읍그린파워(주)는 주민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 이들은 “바이오매스 발전은 단순한 소각시설이 아니며, 최적화된 보일러 연소 시스템과 티엠에스(TMS·굴뚝원격감시체계)를 갖춘 친환경 에너지 시설”이라고 반박한다. 이미 전국 12곳에서 운영 중인 검증된 방식이라며 주민 견학과 상생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신은 이미 임계점을 넘은 상태다.
운명의 날 지나간 12월 31일…공은 ‘심의위원회’로
주민들이 이날 집결한 데에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승인한 제1산단 개발계획의 사업 기간 종료일이 바로 2025년 12월31일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시민 동의가 왜곡된 상태에서 추진된 사업”이라며, “환경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발계획 연장을 승인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정읍시가 법원에 제출한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10월 31일)되면서 사업자 측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한 듯 보였으나, 전북도의 산업단지 개발계획 기간 연장이라는 변수도 남아있는 셈이다. 또한 법적 판단과 별개로, 행정과 정치가 주민의 우려를 어디까지 반영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집회는 시청 앞에 머물지 않았다. 참가 주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내장상동까지 시가행진을 벌이며 반대 의사를 거리로 확장했다. 트럭과 차량이 오가는 도로 위에서 울려 퍼진 구호는, 이 문제가 특정 지역의 민원을 넘어 정읍 전체의 문제임을 강조하는 듯했다.
정읍의 ‘환경 자치’ 시험대… 전북자치도의 선택은?
현재 전북특별자치도는 12월31일까지 예정됐던 개발계획 연장 승인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정읍시·반대대책위·발전사업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태로, 향후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과 사업자 사이의 날 선 공방 속에서 도청의 결정은 정읍 환경 분쟁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어느 쪽이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삭발까지 감행하며 거리로 나선 주민들의 간절함과 ‘상생’을 외치는 사업자의 논리 사이에서 행정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지역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개발과 환경, 행정 절차와 주민 참여, 그리고 지역의 미래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한데 얽혀 있다. 지역의 개발사업과 환경권이 충돌할 때 우리 사회가 어떤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무거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삭발로까지 이어진 주민들의 분노는, 그 질문과 숙제가 아직 제대로 답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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