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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전북 고창군이 ‘인구 5만 명’이라는 심리적·행정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2025년 12월 말 기준, 고창군은 주민등록인구 5만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한 수치 방어를 넘어, 정주 인구를 지켜내는 ‘수성’과 생활인구를 끌어들이는 ‘공세’가 조화를 이룬 인구정책의 성과로 풀이된다. 고창군은 정주인구 유지에 더해 생활인구를 정책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며, 지역을 ‘사는 곳’이자 ‘오고 머무는 곳’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고창군이 보여준 변화의 핵심은 인구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줄어드는 출생률과 고령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되, 즉 자연적 인구(사망·출생) 감소 속에서도, 사회적 인구(전입·전출) 증가를 통해 주민등록인구 5만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생활인구→관계인구→정주인구’를 정책의 적극적 대상으로 삼으면서 지역 기반을 유지·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결과 고창군은 무너지지 않는 최소 행정·교육·경제 기반을 지켜냈고, 지역 공동체의 체감 활력 또한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투트랙 전략의 결실, ‘인구 5만 지키기’의 실제 효과
1월22일 고창군에 따르면, 자연적 인구 감소 흐름 속에서도 사회적 인구 증가가 이를 상쇄하며 주민등록인구 5만명 유지가 가능했다.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도 전입 인구 유입과 전출 최소화를 동시에 관리한 결과다. 이는 민선8기 고창군이 추진해 온 ‘투트랙 인구정책’이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우선 외지 인구를 끌어들이는 인프라 구축이 주효했다. 최근 2~3년 사이 고창군에서 아파트 신축 분양 등 수용능력의 증가와 전국단위 중·고교의 선전이 맞물리며 시너지를 냈고, 교육을 매개로 한 인구 유입이 눈에 띄게 늘었다. 동시에 내부 유출을 막는 ‘인구 5만 지키기 범국민운동’이 관내 유관기관 및 사회단체와 긴밀하게 전개됐다. 이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고창에 거주하면서도 주소지를 옮기지 않은 가구를 발굴하고, 지역 공동체의 소속감을 높여 타 지역 유출을 최소화하는 강력한 방어막 역할을 했다. 고창군은 인구 감소를 피할 수 없는 전제로 두되, 그 속도를 늦추고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 왔다.
생활인구 42만명 돌파, ‘체감 인구’의 실체
고창군 인구정책의 진짜 혁신은 시야를 주민등록인구 너머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군은 일찍이 ‘생활인구’ 개념에 주목했다. 통근·통학·관광·체험·업무 등으로 지역을 찾는 이들을 지역 활력의 핵심 주체로 간주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쏟아냈다. 그 결과는 수치로 입증됐다.
지난해 5월 기준 고창군의 생활인구는 4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7만명이 늘어난 수치로, 2년 연속 증가세다. 농촌유학, 워케이션, 문화공동체 조성, 체류형 관광 콘텐츠 확충 등 고창군이 공들여 온 ‘머무는 정책’들이 외지인들을 고창의 일상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고창군은 농촌유학을 통해 아이와 가족 단위 체류를 늘렸고, 워케이션과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단기 방문을 반복 체류로 전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이로써 고창군의 ‘체감 인구’는 주민등록인구 5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평일과 주말, 계절별로 지역을 오가는 인구가 지역 상권과 문화, 공동체 활동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며, 인구 감소 지역이 겪는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활인구는 단순 방문객이 아니라 소비·관계·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로 기능하고 있다.
생활→관계→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상
고창군은 이제 현재의 성과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정주 인구를 단단히 지키는 바탕 위에서 생활인구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고창에 애정을 갖는 ‘관계인구’가 최종적으로 정착(정주)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하고, 주거·일자리·교육·문화·관광을 하나의 사슬처럼 엮는 종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부서 간 칸막이를 넘어선 협업 체계는 고창군 인구정책의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구 문제를 특정 부서의 과제가 아니라 군정 전반의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정책 설계 단계부터 연계 구조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누구나 고창에 오고 싶고, 오면 오래 머물며, 결국 상생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구 5만 유지와 생활인구의 폭발적 증가는 군민과 공직자가 함께 상생의 지혜를 모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정주 인구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생활인구 확대를 통해 인구 개념의 판 자체를 바꾸는 혁신적 모델을 완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숫자를 넘어서 구조를 만든 고창의 선택
고창군의 사례는 인구정책이 더 이상 ‘늘리기’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줄어드는 정주인구를 인정하되, 생활과 관계를 통해 지역을 움직이는 사람의 총량을 키우는 전략은 인구감소 지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읽힌다. 주민등록인구 5만명 유지는 그 결과물일 뿐, 핵심은 인구를 둘러싼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다. 인구 5만을 지켜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떠받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고창군이 만들어낸 변화가 일시적 방어에 그칠지, 인구정책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쌓아갈 실질적인 결실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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