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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년 전 부당한 권력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외쳤던 농민들의 함성이 2월26일 정읍 이평·고부면 일원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제132주년을 맞아 1894년 농민군의 진군과 고부관아 점령을 재현하는 ‘동학농민혁명 제132주년 고부봉기 기념제’를 개최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출발점인 정읍 ‘고부봉기’의 역사적 의미를 널리 알리고, 평등과 자주를 향한 농민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동학농민혁명 고부봉기 기념사업회(이사장 이희청)가 주최·주관하고 정읍시가 후원했다. 동학농민혁명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고부봉기’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행사에는 옛 고부군에 속했던 이평·고부·덕천·영원·소성·정우면 주민들과 외부 방문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직접 농민군이 되어 1894년의 장면을 체험하며 역사 현장을 몸으로 재현했다.
행사의 중심은 ‘농민군 진군행렬’이었다. 이평면 예동마을에서 출발한 대열은 말목장터로 향했다. 긴장감과 결기가 서린 행렬은 132년 전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말목장터에 도착한 농민군이 격문을 낭독하자 현장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관람객들은 단순한 관객을 넘어 역사 속 장면을 함께 호흡했다.
공식 기념식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서사적으로 풀어낸 창극이 무대에 올랐다. 여기에 가상현실(VR)을 접목한 융복합 공연이 더해졌다. 전통 서사와 첨단 기술을 결합해 동학농민혁명의 의미를 현재의 감각으로 전달했다. 무대는 과거의 역사와 오늘의 기술을 연결하는 장이 됐다. 이어 장문삼거리에서 고부초등학교까지 ‘고부관아 진군 재현행사’가 진행됐다.
행사의 마지막은 옛 고부관아 터(고부면 동학울림터광장)에서 펼쳐진 마당극이었다. 조병갑의 폭정에 분노한 농민들이 ‘제폭구민’(폭정을 없애고 백성을 구함)·‘보국안민’(나라를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을 외치며 관아를 장악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재현됐다. 농민들의 함성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1894년 고부에서 시작된 혁명의 출발을 상징했다.
이희청 이사장은 이번 기념제에 대해 “고부봉기는 낡은 체제를 깨고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우리 민족의 거대한 분출구였다”며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평등의 뿌리가 바로 이곳 정읍의 들녘에서 시작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말목장터에서 터져 나온 농민들의 함성이 시대를 넘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정의와 상생의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장은 “앞으로도 고부봉기의 역사적 위상을 정립하고 그 숭고한 대동 정신을 후대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 기념사업회 차원의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학수 시장은 “1894년 전봉준 장군을 중심으로 봉기한 농민들이 고부 관아를 점령한 사건은 동학농민혁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이번 재현행사를 통해 참가자 모두가 농민들이 꿈꿨던 평등과 자주, 대동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132년 전 고부에서 시작된 외침은 이날 진군행렬과 마당극, 창극과 가상현실 공연을 통해 다시 현재로 이어졌다. 정읍은 혁명의 출발지라는 역사적 좌표를 재확인하며, 그날의 정신을 오늘의 공동체 안에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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