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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전국 농업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고창군이 청년농업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농정 모델을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단순 보조금 지원을 넘어 정착과 성장, 관계 형성과 경영 역량까지 연결한 정책 구조가 청년농업인의 높은 영농 지속률로 이어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고창군은 최근 몇 년간 청년농업인을 군정 핵심 축으로 삼고 영농 초기 생존과 지역 정착, 경영 성장까지 단계별 지원체계를 구축해 왔다. 특히 정부 바우처 종료 이후 발생하는 소득 공백과 지역 적응 문제를 동시에 겨냥한 정책은 “청년농 육성의 골든타임을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 영농정착률 96.8%의 비결, ‘골든타임’을 공략했다
고창군은 2018년부터 농업경영체 등록 3년 이하의 18세~39세 청년농업인을 대상으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업은 월 최대 110만원씩 최대 3년간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156명의 청년창업농이 선정됐고, 이 가운데 151명이 현재까지 영농을 이어가며 96.8퍼센트의 높은 정착률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청년농 이탈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수치는 고창군 청년농 정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 성과로 평가된다.
고창군은 특히 정부 지원이 종료되는 3년 차 이후를 가장 위험한 시점으로 판단했다. 실제 많은 청년농이 초기 지원 종료 뒤 경영 불안과 소득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농촌을 떠나는 현실을 분석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고창군은 전국 최초로 정부 바우처 종료 청년농에게 2년간 매월 5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지원금은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돼 청년농의 지역 정착과 지역 내 소비를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고창군은 여기에 경영교육과 현장 적응 지원도 결합했다. 지역 선배 농가와 연계한 기술 전수, 단계별 영농교육, 현장 중심 적응 프로그램 등을 병행하면서 청년농이 실제 농업 현장에서 버틸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청년이 농업을 선택한 이후에도 행정과 지역사회가 일정 기간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청년창업농의 정서적 안착에 주목
고창군은 청년농 정책의 또 다른 핵심으로 ‘관계 형성’을 선택했다. 귀농·창업 초기 청년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문제가 고립감과 정보 부족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고창군은 ‘청년 사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년농 간 연결망 구축에 나섰다. 형식적인 강의 중심 교육 대신 카페 등 편안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작목 정보와 영농 경험을 공유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2025년에는 모두 6차례에 걸쳐 20명의 청년농업인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작목과 영농 경험을 소개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현장 고민을 공유했다. 체험 활동도 함께 운영해 처음 만난 청년농들이 부담 없이 교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 친목 활동을 넘어 실제 협업 기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프로그램 이후 현장에서는 작목 정보 공유와 기술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공동 작업과 협업 논의까지 확대되며 청년농 중심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고창군은 이를 통해 청년농업인이 정책의 수혜자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농업의 새로운 주체로 성장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청년농 사이에서는 “혼자 농사짓는 느낌이 줄었다”, “정보를 나누며 불안감이 크게 줄었다”는 반응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가 마인드 기른다…‘청년 씨이오 육성 프로그램’
고창군은 청년농 정책을 영농 정착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 단계’로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2026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청년 씨이오(CEO·최고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기존 재배 기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기업가 마인드와 경영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 흐름 분석과 유통 전략, 세무·회계, 에이아이(AI·인공지능) 활용 등 실제 농업 경영에 필요한 전문 과정이 포함됐다.
고창군은 12회·40시간 규모의 전문경영 커리큘럼을 도입해 사업계획서 작성과 유통·수출 전략 수립까지 교육할 계획이다. 청년농이 단순 생산자가 아니라 스스로 농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경영 주체로 성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군은 올해 우선 연소득 1억원 달성이 가능한 청년농업인 40명을 집중 육성한 뒤, 2027년까지 1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스마트팜 구축 지원사업도 병행 추진된다. 고창군은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농업 환경 조성을 통해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생산성과 소득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청년 주거 지원과 창업 지원, 교육·네트워크 프로그램까지 연계하며 농업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서 청년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오성동 고창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5월7일 “농업 정책과 청년 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단순 인구 유입을 넘어 청년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농업을 미래 산업으로 선택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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