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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햇살이 내려앉은 고창군청 앞. 가지 끝마다 피어난 연보라빛 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은은한 향이 청사 주변을 천천히 채우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을 피운 멀구슬나무가 이른 더위 속 군민과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5월22일 고창군에 따르면, 군청 앞에 자리한 ‘고창 교촌리 멀구슬나무(천연기념물 제503호)’가 최근 만개하며 진한 꽃향기를 퍼뜨리고 있다. 민원실을 오가는 주민들과 군청 직원들은 잠시 걸음을 늦춘 채 나무 아래 그늘에서 초여름의 향기를 마주하고 있다.
고창 교촌리 멀구슬나무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멀구슬나무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북쪽에 위치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수령은 약 200년, 높이는 14미터에 이르며 가슴높이 둘레는 4.1미터에 달한다. 오랜 세월 읍내 한복판을 지켜온 거목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해마다 5~6월이면 연보라빛 꽃으로 가장 화려한 순간을 맞는다.
꽃은 가지 끝에서 원추화서 형태로 피어난다. 작은 꽃송이들이 층층이 모여 흐드러지게 펼쳐지면 나무 주변 공기까지 달라진다. 꽃이 필 때 퍼지는 향은 달콤하면서도 묵직해 멀리서도 존재를 알린다. 멀구슬나무에는 흥미로운 전설도 얽혀 있다. 여름철 나무 아래에 앉아 있으면 모기나 잡벌레가 잘 달려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때문에 상상의 동물이자 신성한 존재인 해태가 멀구슬나무 잎만 먹는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고창군은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관리도 이어가고 있다. 고미숙 문화예술과장은 “도시 중심에 자리한 고목이 이른 무더위에 지친 군민과 방문객들에게 시원하고 향기로운 쉼터가 되고 있다”며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은 고창 멀구슬나무를 앞으로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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