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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지나간 정읍 내장산은 한층 짙어진 초록빛으로 산자락을 채우고 있었다. 비에 젖은 단풍나무 잎사귀들은 투명한 물기를 머금은 채 연두와 초록 사이를 오가며 반짝였고, 숲 사이로 번지는 안개와 빗소리는 산 전체를 더욱 고요하게 감쌌다.
내장산 우화정 주변 풍경도 비 내린 뒤의 차분한 정취를 더하고 있다. 연못 한가운데 돌담 위에 자리한 파란 지붕의 우화정은 주변을 둥글게 감싼 숲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장면을 만들어낸다. 잔잔한 수면 위로 번지는 초록빛 그림자와 촉촉하게 젖은 나무들은 초여름 문턱의 내장산 풍경을 더욱 깊게 만든다.
우화정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오색 연등이 길게 이어져 있다. 빗물이 맺힌 분홍과 노랑, 파랑빛 연등은 잿빛 하늘 아래에서도 선명한 색을 드러내며 숲길에 따뜻한 기운을 더하고 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산책로와 바람에 흔들리는 연등이 겹쳐지면서 차분한 산사의 분위기도 함께 살아난다.
내장산은 가을 단풍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맘때의 신록 역시 또 다른 계절의 얼굴을 보여준다. 봄비를 머금은 숲은 단풍철의 화려함 대신 깊고 조용한 초록의 결을 드러내며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정읍시는 비 내린 뒤 내장산을 찾는 방문객들이 숲길과 우화정 일대를 중심으로 초여름 자연 풍경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소통실(실장 김영덕)은 “봄·여름에도 내장산을 찾으면 가을과는 또 다른 차분하고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며 “초록빛 터널을 걷고 우화정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일상에 지친 마음을 가볍게 달래고 가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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