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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종종 한 시대를 기록하지만, 예술은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마음을 비춘다. 정읍시립국악단의 창무극 ‘정순왕후―단종비 다시 새빛으로 물들다’는 조선의 비운의 왕비를 단순한 역사 속 인물이 아닌 한 인간으로 무대 위에 되살려냈다. 사건의 전개보다 인물의 감정과 삶의 결을 따라간 이번 공연은 지역의 역사 자산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정읍시립국악단은 지난 6월26일 정읍사예술회관에서 2026년 정기공연 창무극 ‘정순왕후―단종비 다시 새빛으로 물들다’를 선보였다. 작품은 정읍 칠보면 출신인 조선 제6대 단종의 정비 정순왕후 송씨의 비극적이면서도 고귀한 삶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공연은 총 10장, 80분 분량으로 이어졌다. 남편과 이별한 뒤 평생 절개를 지킨 정순왕후의 삶을 판소리와 정가, 무용, 연희가 어우러진 창무극 형식으로 풀어냈다.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와 깊이 있는 창, 역동적인 춤사위는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정교한 연주와 영상, 조명 연출은 작품의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창무극이라는 형식은 전통예술의 어법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무대 언어를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역사적 사건의 재현보다 인물의 감정과 정서를 중심에 놓았다. 화려한 무대장치보다 여백과 정적인 움직임을 적극 활용한 연출은 관객들에게 인물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은 작품의 지속성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정순왕후’는 지난해 정읍시립국악단 전 단장이 창작해 초연한 작품이다. 공공예술단체에서는 예술감독이나 단장이 교체되면 기존 창작 작품이 무대에서 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이번에는 작품성을 인정받아 다시 정기공연으로 이어졌다. 이는 지역 공공예술단체가 자체 창작 콘텐츠를 일회성 공연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대표 레퍼토리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공연장을 찾은 한 시민은 “정읍의 역사 인물인 정순왕후의 삶을 직접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다”며 “시립국악단의 수준 높은 무대를 무료로 즐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학수 시장은 “이번 공연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정읍의 소중한 역사 자산을 세련된 문화 콘텐츠로 발굴해 시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문화 향유 기회를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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