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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 노송길을 천천히 걷는 발걸음은 시인의 사색 속에서 다시 한 편의 시가 됐다. 자연과 사람, 시간과 삶을 서두르지 않고 바라본 오랜 산책의 기록이 열다섯 번째 시집으로 묶였다. 교육자이자 문인으로 평생 고창을 지켜온 ‘맑은 시내’ 박종은 시인이 일상의 사색과 자연의 깨달음을 담은 신작 시집 『산책 시간』을 펴냈다.
박종은 시인의 제15시집 『산책 시간』이 7월1일 인간과문학사에서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모두 90여 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제1부 ‘아무것도 늦지 않았다’, 제2부 ‘숲속의 아침’, 제3부 ‘자라투스트라의 말처럼’, 제4부 ‘노란 가을’, 제5부 ‘참, 아름다운 일’ 등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박 시인은 고창교육장과 고창예총 회장, 고창문인협회장,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전문문인협회 자문이사, 시맥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지역 문단의 원로다. 그동안 시집 『세월 위에 띄우는 빈 배』를 시작으로 『생각의 파노라마』까지 모두 14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산문집 『교육은 미래요 희망이요 우선이다』와 『캥거루키드와 셀프키드』, 시론집 『한국시문학의 이해와 창작』도 출간했다. 황조근정훈장과 대통령상, 고창군민의장(공익장), 영랑문학상, 전북문화예술대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현재 주간해피데이 신문에 ‘시로 보는 세상’을 연재하고 있다.
박 시인은 이번 시집의 서언에서 자신의 시가 시작되는 일상을 ‘산책’으로 표현했다. 그는 “매일 한 시간 남짓 고창읍성 노송길을 걷는다. 느긋이 한가롭고 가볍게,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고 소풍이라도 가듯, 나는 그것을 산책이라고 생각하며 거름 없이 즐긴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산책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의 숲에 드나드는 일이다. 온갖 시들이 새들의 지저귐처럼 저마다 색다르고 초목처럼 다양하며 꽃처럼 향이 있어 묘미가 다분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의 시는 작은 생각에서 피어난 것들이다. 해박한 철학이나 뚜렷한 사상, 사조나 주의·주장, 유별난 경험에서 나온 것도 아니거니와 일월 위로 사색이 지나간 흔적이다. 힘이 되거나 잇속이 있다는 험지는 포기하거나 피해 온 지 오래되며 몸과 마음이 편한 실속 없는 산책에서 빚은 치열하지 못해 느슨하고, 범상한 평범을 열다섯 번째로 엮어 상재한다”고 적었다.
대표작 「별」은 간결한 언어 속에 삶을 향한 시선과 존재에 대한 따뜻한 인식을 담아냈다: “하늘을 우러르니/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 세상을 우러르니/ 하늘만큼이나 수많은 별// 우러름으로/ 우러름으로// 떠오르는 게/ 별이라// 너를 바라보며/ 우러르니// 너도 반짝반짝/ 빛나는 별”
작품 해설을 맡은 시인 양병호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는 「일상을 직관하는 슴슴한 서정의 기록」에서 이번 시집을 “노년기의 삶을 이루며 간간 떠오르는 상념을 솔직담백하게 기록한 시집”이라고 평했다. 양 교수는 “마치 생활시 혹은 영농일기를 보는듯한 느낌을 자아낸다”며 “시인은 자유롭고 평범한 일상에서 체험하는 소박한 사물과 사소한 사건을 단순하고 간결하게 서정화하고, 언어 과잉을 절제하는 염결성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그의 시는 무색무취의 막국수 혹은 시원하고 담백한 열무국수를 연상케 한다”며 “자연과의 긴밀한 교응을 통해 세계와 화평한 관계를 추구하고, 자연에서 삶의 원리와 깨달음을 길어 올린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종은 시인의 시집 『산책 시간』에는 노년의 고졸한 일상에서 우러나는 상념이 슴슴한 서정시로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저물어 가며 빛나는 구시포 앞바다 노을처럼”이라고 작품의 의미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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