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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정읍시의회가 의장 선거를 포함한 원 구성을 계기로 깊은 균열을 드러냈다. 무기명 투표 결과에서 시작된 논란은 ‘당론 위반’과 ‘배신’ 공방을 거쳐 탈당 요구로 번졌고, 여성비하 의혹과 주요 현안 사업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까지 더해지면서 갈등은 의회 밖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누구를 향한 책임 추궁인지, 어디까지가 정당의 기강이고 어디부터가 지방의회의 자율성인지도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의장 선거가 불러온 민주당의 균열
정읍시의회는 7월7일 열린 임시회에서 제10대 전반기 의장을 선출하기 위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무소속 이복형 의원이 전체 의원 17명 가운데 9표를 얻어 의장에 당선됐다. 민주당 후보였던 황혜숙 의원은 7표를 얻었고, 1표는 무효 처리됐다.
제10대 정읍시의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 11석, 무소속 5석, 조국혁신당 1석이다. 단순한 의석수만 놓고 보면 민주당 후보가 의장으로 선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구도였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민주당 정읍·고창지역위원회(위원장 윤준병 국회의원)는 이에 앞선 6월28일 중앙당 지침에 따라 시의원 당선인 의원총회를 열고 황혜숙 의원을 의장 후보로 확정하는 등 원 구성 방안을 결정했다. 반면 무소속+조국혁신당 의원들은 민주당 제안을 받지 않았다. 결국 의장 선거는 민주당과 무소속의 경쟁구도로 치러졌고, 당연히 황혜숙 의원이 이겨야 했지만, 결과는 무소속이 승리했다. 민주당 의원 중 최소 4명이 황 의원을 찍지 않았으며, 최소 4명이 당론을 어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음날 경제산업위원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서향경 의원이 1차 투표에서 7표를 얻는 데 그쳐 2차 투표와 결선투표까지 치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내부 균열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 “배신” “탈당하라”…공개 기자회견으로 번진 내홍
의장 선거 이후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민주당 정읍시지역협의회(회장 송길호)와 정읍시운영위원회(부위원장 장병윤)는 7월28일 민주당 정읍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민주당의 이름으로 당선되고 민주당을 배신한 사람은 누구입니까?’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 이 자리에는 황혜숙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1명이 전원 참석했다.
운영위원회 장병윤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 4명의 민주당 시의원이 당의 결정과 다른 선택을 하거나 무효표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결과가 나왔다”며, “그 결과 민주당은 시민 앞에서 스스로 분열했고, 제10대 정읍시의회는 출범 첫날부터 파행과 갈등의 늪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대체 누구를 위해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는지, 선거 때는 민주당 간판을 달고, 선거가 끝나니 민주당을 무너뜨리는 것이 민주당 의원의 역할인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원팀’을 외치며 시민들에게 민주당을 선택해달라고 호소해놓고 의장선거 한번으로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표결이 아니고 당원을 배신한 것이며,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이후 지금까지 누구도 시민 앞에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과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탈 의원들에게 △공개 사과 △경위 설명 △책임 회피 중단 △정치적 책임 등을 요구했다.
■“특정했다”는 주장…그러나 무기명 투표의 한계
기자회견에서는 더욱 강한 발언도 나왔다. 황호준 운영위원은 “시의장 선거에서 당론을 위반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의원 4명은 자체 체증을 통해 특정된 상태이다. 조금 더 보완해서 출당 등의 조치를 하겠다. 그러기에 앞서 당사자들이 탈당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100퍼센트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속을 어긴 의원은 누군지 알고 있다. 반드시 그에 따른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장 선거는 법률상 무기명 비밀투표로 실시됐다. 이 때문에 실제로 특정이 가능한지, 추정이나 정황만으로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는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 11명 전원이 참석했다. 참석하지 않으면 특정되므로 모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윤준병 의원 “당론 위반 의원은 알아서 탈당하라”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대응도 강경했다. 윤준병 국회의원은 의장 선거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읍시의회 의장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낙선했습니다. 송구합니다. ‘자신의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당론 위반에도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당분간 정읍시의회가 여소야대가 되더라도 6년 전의 자세로 당의 기강을 바로잡고 정읍민주당을 새롭게 개혁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7월12일 열린 정읍·고창 상무위원회 회의에서도 “당론을 위반한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알아서 탈당하라”고 다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장병윤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이 윤준병 지역위원장의 뜻과는 별도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여성비하 의혹까지…갈등은 또 다른 국면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는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됐다. 황혜숙 의원은 별도 회견문을 통해 A시의원의 여성비하 발언 의혹을 공개했다. 황 의원은 “의장 선거를 앞두고 여성은 그런 자리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며, “이후 선거 결과도 그렇게 나왔다. 명백한 여성비하 발언한 의원에 대해 증언과 녹취록도 있다. 사퇴만이 도리다. 전북도당과 중앙당에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시의장 선거의 파행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A시의원”이라고 지목하면서 향후 추가 논란을 예고했다.
■갈등은 정책으로도 번지나
의장 선거 갈등은 의회 운영을 넘어 정책 현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정읍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정읍시와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내장산국립공원 파크골프장 조성사업 관련 안건을 심의 끝에 보류 결정했다.
경제산업위원회는 모두 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5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특히 무소속 의원 1명은 해당 사업에 찬성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전북환경운동연합과 정읍지역 시민단체들은 국립공원 입구 주차장을 파크골프장으로 중복 사용하는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사업의 적정성과는 별개로, 지역 정치권에서는 해당 사업 보류가 갈등의 뇌관을 또 건드리면서 의장 선출과 동일한 민주당 내부 갈등의 연장선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남은 쟁점은 두 가지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의장 선거 결과를 둘러싼 갈등을 넘어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첫째는 정당의 당론이 지방의회 무기명 비밀투표보다 우선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둘째는 비밀투표 결과를 정황만으로 특정해 정치적 책임이나 탈당을 요구하는 방식이 적절한가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당 기강 확립과 정치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의원의 독립성과 지방의회의 자율성 역시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읍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시작된 갈등은 당내 신뢰 문제를 넘어 정읍 정치권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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