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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고창의 한 주민이 ‘자염(煮鹽)’을 생산하기 위해 바닷물을 끓이고 있다. 자염은 바닷물을 대형 솥 등에 붓고 장작불로 오랜 시간 끓여 수증기를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 전통적인 생산방식이다. | | ⓒ 주간해피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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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고창군 심원면 사등마을 자염체험관에서 군 관계자와 용역사, 전문가, 마을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창 자염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위한 주민협의체 회의를 열고 있다. | | ⓒ 주간해피데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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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을 퍼 올려 불에 달이고, 물이 날아간 자리에 소금이 남는다. 기계와 대량생산의 시대에 이 오래된 방식은 사라지지 않고 고창 심원의 갯벌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고창군은 자염을 하나의 생산기술에 머물게 하지 않고, 주민들이 기억하고 전승해 온 기술과 이야기를 하나의 어업유산으로 묶어 국가 차원의 보전 대상으로 올리는 작업에 들어갔다. 고창군은 8월7일 심원면 사등마을 자염체험관에서 해양수산과, 용역사, 전문가, 마을 주민 등 15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창 자염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위한 주민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자염 만드는 기술, 주민의 경험으로 기록
이번 회의에서는 군이 추진 중인 ‘고창 자염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 용역’의 진행상황을 주민들과 공유하고, 지정 신청을 위해 주민협의체가 맡아야 할 역할을 논의했다. 특히 자염 생산일정을 주민들과 협의하고, 화력 조절 등 생산 과정에서 중요한 핵심 기술을 자료화하는 방안이 다뤄졌다. 자염의 생산방식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생산 경험과 기술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존하고 전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자염은 생산시설만 남긴다고 기술까지 보존되는 것은 아니다. 바닷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와 같은 작업상의 경험이 실제 생산기술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지정 추진에서는 주민들이 가진 경험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음 세대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작업이 핵심적인 과제로 놓여 있다.
소금에 깃든 지역의 기억
고창 자염의 역사에는 검단선사와 관련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창군에 따르면 자염은 약 1400년 전 백제시대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가 도적들에게 소금 굽는 법을 가르쳐 생계를 돕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소금을 배운 사람들이 은혜를 갚기 위해 소금을 바쳤다는 ‘보은염’ 설화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자염에는 이처럼 생산기술뿐 아니라 지역에서 전승돼 온 이야기와 생활문화가 함께 담겨 있다. 고창군이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추진하는 것도 소금을 만드는 기술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그 기술이 형성되고 전승돼 온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까지 함께 기록하고 보전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
현재 고창 자염은 고창갯벌의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창군은 고창 자염의 특징으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쓴맛이 없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고창갯벌이라는 자연환경과 전통적인 생산방식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지역 고유의 소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문화적 가치도 높게 평가된다.
지정 이후, 고창 자염의 활용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은 현재 추진 단계다. 고창군은 올해 안으로 해양수산부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지정될 경우에는 3년에 걸쳐 총 10억원의 예산(국비 7억원, 지방비 3억원)이 지원된다. 고창군은 이 재원을 활용해 자염 생산환경과 부대시설을 정비하고, 체험프로그램과 특화상품 개발, 다큐멘터리 제작 등으로 자염을 알리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결국 지정 이후에는 자염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지역의 자원으로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생산시설을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실제 자염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면서 체험과 상품, 영상 콘텐츠 등을 통해 자염의 가치를 알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다.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이 끝이 아니라, 10억원의 지원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고창 자염의 다음 모습을 결정하게 된다.
주민의 경험이 유산의 기준이 된다
이번 주민협의체 회의는 행정과 전문가가 자염을 조사하고 주민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실제 자염 생산과 관련된 주민들의 경험을 지정 과정에 반영한다는 데 초점이 있다. 생산일정을 조율하고 화력 조절 등 핵심 기술을 기록하는 일은 자염을 현재의 체험상품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생산기술을 가진 생활문화로 접근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심덕섭 군수는 “고창 자염은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어업유산”이라며 “국가중요어업유산 지정을 통해 전통 어업의 맥을 잇고 어촌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창의 자염이 국가유산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약 1400년에 걸친 유래와 전승, 현재의 생산방식, 주민들의 경험과 기술이 어떤 근거와 형태로 남아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천년을 넘는 시간을 이야기하는 자염의 가치는 결국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남아 있는 기술과 기록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존하느냐에서 드러날 수 있다. 오늘도 소금이 만들어지고, 그 기술을 아는 사람이 남아있으며, 다음 세대가 다시 그 소금을 만들 수 있을 때 비로소 유산은 현재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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