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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특정한 폭행 시점과 피해자의 부상 시점이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핵심 증인의 진술과 통화기록 등 사건 전후 정황에서도 폭행 사실을 확정할 근거가 부족했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영하)는 8월15일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2·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4년 5월23일 저녁 10시17분께 정읍시 자택에서 함께 살던 동겨녀 B씨(50·여)를 밀쳐 머리를 다치게 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해 6월18일 뇌부종에 따른 뇌간 압박 등으로 숨졌다.
검찰은 두 사람이 다투던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벽으로 강하게 밀쳤고, B씨가 머리를 다친 뒤 화장실로 이동하다 쓰러졌다고 봤다. 이후 A씨가 쓰러진 B씨에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며, 뒤늦게 119에 신고한 것이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A씨는 폭행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B씨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평소 술을 마시던 B씨가 숙취 때문에 누워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검찰이 특정한 폭행 시점과 B씨의 머리 부상이 발생한 시점이 명확하게 맞물리는지 여부였다. 즉, 검찰이 특정한 저녁 10시17분이라는 폭행 시점에 실제 폭행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쟁점이 됐다.
사건 당일 저녁 9시23분께에는 A씨가 B씨와 B씨의 모친 사이의 다툼을 말리던 과정에서 B씨에게 머리를 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당시 양측에서 뚜렷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고, 경찰 역시 양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자 현장을 떠났다 이 때는 동거남이 동거녀가 머리를 두 차례 폭행했다고 신고한 것이다.
확인된 통화기록도 검찰이 특정한 폭행 시점과 맞지 않았다. 외출한 A씨는 B씨와 저녁 11시9분부터 11시44분까지 약 35분 동안 모두 7차례 통화했다. A씨가 저녁 10시53분께 집을 나가 자정을 넘긴 0시2분께 귀가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이 통화들은 A씨가 외부에 있던 시간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이 같은 통화 정황을 토대로 당시 B씨가 의식이 비교적 명료했을 가능성을 살폈다. 검찰이 폭행이 발생했다고 특정한 시점 이후에도 두 사람이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은 당시 B씨의 상태와 폭행 시점을 판단하는 중요한 정황이 됐다.
B씨의 모친 진술도 유죄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모친은 B씨가 방에서 나오면서 A씨에게 맞았다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재판부는 모친이 2022년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점 등을 들어 사건 당시의 시간과 상황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살폈다. 특히 모친의 진술이 사건 직전인 저녁 9시23분께 있었던 다툼과 이후 상황을 혼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핵심 증인의 진술만으로는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폭행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B씨의 머리 손상에 관한 의학적 소견도 결정적인 직접 증거가 되지 못했다. 재판부는 후두부 부종이 정확히 언제 발생했는지가 확인되지 않았고, 의학적 소견 역시 타인의 외력에 의한 손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머리 손상이 발생한 원인과 시점을 특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를 A씨의 폭행과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씨가 B씨가 쓰러진 뒤에도 즉시 119에 신고하지 않은 점 역시 재판부가 유죄의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후 행적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실제 폭행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사건 기록을 검토해봤을 때 인정되는 사실을 본다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폭행이 해당 시점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타 의학적 소견 역시 타인의 외력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한 바 없다”는 내용과 함께, “의학적 소견은 사건 경위를 진술하는 것이 아닌 외상 발생을 사후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죄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려운만큼 피고인은 무죄”라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서 무죄를 가른 것은 A씨의 행적이 의심스럽지 않았다는 판단이 아니라, 의심스러운 정황만으로는 폭행치사죄의 유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폭행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 이를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 부상 발생 시점에 관한 의학적 소견과 사건 전후의 객관적 기록을 하나씩 맞춰본 결과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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