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주간해피데이 | |
수성동에 부족했던 문화와 체육의 공간을 한곳에 묶는 구상이 이제 토지 매입과 행정절차를 넘어 실제 사업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회 문턱을 넘었지만, 602억원이라는 규모와 7년에 걸친 사업기간은 이 사업을 시설을 짓는 문제에만 가둘 수 없게 한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와 함께 누가 얼마나 이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동시에 답을 요구받고 있다. 정읍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위원장 서향경)는 7월29일 2026년 정기분 수성지구 복합문화공간 조성사업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의하고 원안 가결했다. 8월3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602억원, 수성동의 공간을 다시 짜다
사업은 정읍시 수성동 산40-2번지 일원에 2026년부터 2032년까지 7년간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602억원으로 국비 40억원, 도비 25억원, 시비 387억원, 기타 15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사업의 공간 구성은 크게 문화, 체육, 주차, 녹지로 나뉜다. 문화시설에는 공연·전시시설, 커뮤니티 공간, 문화교실, 휴게·편의시설 등이 들어서고 체육시설에는 농구·배드민턴장, 탁구장, 풋살장, 헬스장, 실내 암벽등반시설 등이 계획돼 있다. 공영주차장 300면과 전기차 충전소, 야외쉼터도 마련하며 사면 암반구간에는 도심잔도와 경관조명, 사면녹화와 폭포 등을 조성하는 구상이다.
정읍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 18필지와 건물 2동 등 모두 20건의 공유재산을 취득할 예정이다. 전체 취득면적은 2만8314제곱미터이며 기준가격은 약 526억원이다. 문화시설과 체육시설 2건의 신축 면적은 9360제곱미터로 계획돼 있다. 사업 대상지는 부영2차아파트에서 뉴캐슬 일원으로 이어지는 수성동 주거 밀집지역이다. 정읍시는 그동안 이 지역에서 생활체육시설과 문화시설, 주민 소통공간 부족에 대한 요구가 지속돼 왔다고 설명했다.
시비 387억원, 국·도비 확보가 관건
이번 심사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뤄진 대목은 시설의 필요성보다 602억원을 7년 동안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였다. 홍창수 전문위원은 수성동의 생활체육·문화시설 확충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총사업비 602억원, 2026년부터 2032년까지의 장기 사업이라는 점을 들어 재원 조달 가능성, 중앙투자심사 결과, 토지 보상, 준공 이후 운영관리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승현 의원은 재원 조달 방안을 따져 물었다. 김규삼 도시과장은 반다비(장애인)체육관 관련 체육분야 국비와 국토교통부 지역개발사업비 지원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오 의원이 “그건 추측이지”라고 지적하자 “아니,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국비와 도비 비중이 작은 상황에서 추가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김 과장은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국비 확보에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현재 계획상 시비는 387억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국비와 도비를 합쳐도 65억원으로, 시비 규모와 큰 차이가 난다. 나머지 150억원은 기타 재원으로 계획돼 있어 향후 실제 재원 확보 과정이 사업 추진 속도와 규모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경섭 의원도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2029년까지는 시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2030년부터 국·도비를 받을 계획으로 보인다며 유사 공모사업을 물었고, 도시과장은 관련 공모사업이 있으며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국·도비를 최대한 확보해 시비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행정의 세심한 대응을 주문했다.
수성동에 필요한 시설인가, 정읍 전체의 공간인가
사업의 공간적 범위도 심사 과정에서 중요한 논점으로 떠올랐다. 오승현 의원은 수성동 인구를 1만8천명으로 언급하면서, 문화·체육시설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읍시의 인구정책과 재정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성지구에 추진되는 연결도로까지 합하면 관련 사업 규모가 약 1천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정상섭 의원은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7년간 600억원을 투입할 수 있는 재정 여건인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동시에 수성동 주민들이 문화시설과 주차장 부족을 지속적으로 호소해온 만큼, 지역 간 시설 이용 여건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향경 위원장은 복합문화체육시설이 수성동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동과 장명동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향후 연결도로까지 개설되면 주변 생활권 주민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따라서 이 사업의 관건은 수성동에 시설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상동과 장명동 등 인근 주민까지 얼마나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에 있다. 602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시설인 만큼, 시설의 규모뿐 아니라 주민들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 실제 이용을 이끌어낼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아이들이 갈 곳, 장애인이 머물 곳까지 담아야
서향경 위원장의 질의에서는 시설의 규모보다 이용자의 구체적인 생활이 문제로 제시됐다. 서 위원장은 수성동의 출생 규모와 청소년 인구를 언급하며 아이들이 이용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현장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게 기반시설을 마련하시고 아기를 낳으라고 하십시오”라며 “여성 의원 한 사람으로서 간곡하게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 이용환경도 별도의 과제로 제시됐다. 서 위원장은 장애인체육회 사무실의 공간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휠체어 2대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요구했고, 사업에 반다비체육관이 포함되는 만큼 장애인체육회 사무실 이전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과장은 이에 “예, 잘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사업계획에도 장애인 체육시설과 편의시설을 설치해 사회적 약자와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의회에서 나온 발언은 시설의 존재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이용자의 동선과 공간, 운영 방식까지 설계 단계에서 반영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요구로 이어졌다.
2026년 도시계획부터 2032년 준공까지
사업은 아직 건설 단계가 아니다. 여러 행정절차를 순차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정읍시는 2026년 3월부터 12월까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고, 9월부터 2027년 6월까지 행정안전부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2027년에는 중앙투자심사와 편입토지 및 지장물 보상을 진행하고, 2028년 부지조성공사 실시설계와 2029년 부지조성공사를 추진한다. 문화·체육시설의 기본·실시설계도 2029년에 진행하며, 실제 공사는 2030년 1월부터 2032년 12월까지 계획돼 있다.
즉 이번 의회 가결은 602억원 규모 시설이 확정돼 곧바로 착공한다는 뜻이 아니다. 공유재산 취득을 위한 의회의 동의를 확보한 단계이며, 이후 타당성 조사와 중앙투자심사, 토지 보상, 설계, 부지조성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특히 전문위원이 지적한 재원 확보 가능성과 운영관리비 문제 역시 사업이 실제 궤도에 오르기 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수성지구 복합문화공간은 이제 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을 것인가’라는 단계에서 ‘어떤 재원으로, 어떤 공간을 만들고, 완공 뒤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단계로 넘어갔다. 602억원이라는 공공투자가 실제 주민의 문화생활과 체육활동, 주차환경, 아이들의 생활공간, 장애인의 이용권으로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387억원의 시비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가 이 사업의 다음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