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주간해피데이 | |
|  | | | ⓒ 주간해피데이 | |
26년간 돼지분뇨 악취에 시달려온 고창읍과 신림면 주민들에게 ‘냄새 없는 일상’으로 향하는 길이 열렸다. 신림종돈농장의 악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매입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었으며, 120억원을 들여 확보할 약 3만4000평 부지의 다음 그림은 아직 비어 있다.
고창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임정호)는 7월30일 고창군 농촌활력과가 제출한 ‘농촌환경중점관리시설 정비사업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 안건은 앞서 7월23일 열린 제1차 산업건설위원회에서 보류됐으나 일주일 만에 다시 심의돼 가결됐다. 그리고 8월5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심덕섭 군수는 지난 5월말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신림종돈농장 철거(이전)’ 공약을 지켜가고 있다.
악취 민원 110건, 과태료 9차례
고창군이 매입하려는 곳은 신림면 반룡리 618-4번지에 있는 종돈개량사업소 신림농장(신림종돈농장)이다. 토지 9필지 11만2604제곱미터(약 3만4천평)와 축사 25개동을 포함한 대규모 양돈시설로, 2000년 12월 최초 준공돼, 2008년 1월 농협경제지주가 인수했다.
매입의 직접적인 목적은 악취 발생원인 양돈장을 매입·철거해 주민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고창군은 악취 영향권 주민을 약 1만5천명으로 제시했으며, 정재택 농촌활력과장은 2026년 6월까지 해당 시설에 대해 9차례의 과태료가 부과됐고 정식 민원도 110건 접수됐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권태순 전문위원도 시설 준공 이후 악취에 따른 주민 불편과 민원이 지속돼 왔다고 밝혔다.
농협경제지주는 올해 6월 신림농장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고창군은 이후 종돈개량사업소와 두 차례, 농협경제지주와 두 차례 매입 협의를 진행했다.
가감정 120억원, 철거비는 별도 50억원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 기재된 사업비는 120억400만원 전액 군비다. 공시지가 기준 토지는 7억6800만원, 물건 시가표준액은 31억4100만원으로 합계 약 39억원이지만, 가감정평가에서는 토지 약 35억원, 물건 약 85억원, 총액 약 120억원으로 산출됐다. 다만 이 120억원이 최종 매입가격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재택 과장은 실제 감정평가 결과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분리해서 봐야 할 비용이 철거비다. 120억원은 신림농장 매입을 위한 비용이고, 기존 축사시설 철거에는 별도로 약 5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농촌활력과장이 설명했다. 이를 합치면 매입과 철거에 약 170억원 규모가 거론되지만, 이 역시 최종 확정된 총사업비는 아니다.
고창군은 2026년 제1회 추경에 30억4천만원을 반영해 감정평가 비용 4천만원과 1차 보상금 30억원을 지급하고, 2027년 본예산에 약 90억원을 편성해 2차 보상금을 지급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감정평가는 2026년 8월, 1차 보상금은 9월, 2차 보상금은 2027년 1월 지급하는 일정이다.
7월23일 의회가 멈춰 세운 이유
이번 안건을 이해하려면 7월30일의 가결보다 일주일 전 보류 과정을 먼저 봐야 한다. 7월23일 산업건설위원회는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보류했다. 진남표 의원이 보류 처리를 제안했으며, 산건위 의원들이 동의했다. 매입 필요성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120억원을 들여 농장을 매입한 뒤 무엇을 할 것인지가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심사의 중심에 놓였다.
의원들이 제기한 질문은 크게 네 갈래였다. 120억원을 들여 매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매입 이후 약 50억원으로 추산되는 철거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철거 공모사업에 실제 선정될 수 있는지, 그리고 약 3만4000평의 부지를 어떤 시설과 방식으로 활용할지였다.
특히 진남표 의원은 악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시설을 없애야 한다는 필요성만으로는 대규모 군비 투입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매입 이후 무엇을 만들고 누가 운영할지, 주민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갈지, 소득 창출이 가능한지, 민간투자를 받을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태순 전문위원 역시 사업의 필요성과 공익성은 인정하면서도 120억원을 전액 군비로 부담하는 것은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동시에 매입 이후 건물 철거에 필요한 국·도비 등 외부재원 확보, 부지 활용도 제고, 주민 의견 수렴, 재정부담 완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철거비 공모도, 부지 활용도 아직 확정 안 돼
고창군은 매입 이후 기존 축사를 철거하는 등 부지를 정비하고, 이를 농촌공간 정비사업 등 공모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담당 부서는 철거비를 약 50억원으로 설명하면서 공모사업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회에서 공모에 선정되지 않을 경우를 묻자, 정 과장은 “해당 시설이 농촌환경중점관리시설이어서 우선순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현재 검토 중인 공모사업의 사업규모는 50억원으로, 120억원(군비)의 매입비와 별도로 철거비를 공모사업으로 확보하는 구조다.
매입 이후 부지 활용 역시 아직 결정된 사업은 없다. 고창군은 방장산 자연휴양림과 연계한 민간투자 방식의 리조트, 농촌관광체험휴양마을, 월곡택지와 연계한 신규 마을, 방장산 관광특구 연계사업, 기업·공공기관 연수원 유치 등을 여러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담당 부서가 제시한 검토 아이디어로, 구체적인 사업과 사업비, 민간투자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고창군은 농촌공간재구조화법에 따른 농촌공간계획 용역 분석에서 신림농장을 농촌환경중점관리시설 정비 대상 1순위로 제시했다. 매입·철거 이후 농촌공간 정비사업과 다른 연계사업을 추진해 녹지를 조성하고 농촌지역 경제 활성화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유치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다만 이 역시 향후 추진을 위한 계획·목표이지 확정된 개발사업은 아니다.
보류에서 가결로, 그러나 ‘백지수표’는 아니다
일주일 후 7월30일 제2차 산업건설위원회에서, 조규철 의원은 의원들이 고민을 거쳐 결정했다며 공유재산관리계획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조 의원은 향후 사업 과정에서 의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묻고 반영하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부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이 의견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명확히 밝히면서도, “회의에서 오간 답변을 녹음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서로의 약속에 대한 근거를 남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촌활력과장 정재택은 이에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관계공무원이 퇴장한 가운데 위원장은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할지를 물었고, 이의가 없자 원안 가결을 선포했다.
결국 이번 사업에는 서로 맞물리지만 구분해야 할 두 개의 과제가 놓여 있다. 하나는 장기간 이어진 악취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양돈시설 자체를 없애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비 약 120억원을 투입해 확보하게 될 부지를 철거 이후 어떻게 활용해 주민에게 돌아가는 공간으로 만들 것인지다. 7월30일 상임위와 8월5일 본회의 원안 가결은 첫 번째 단계에 대한 추진 동력을 확보한 것이지만, 두 번째 단계의 구체적인 설계는 이제부터 행정과 의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