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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가 발전소 부지 안에 얼마나, 언제까지 머물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고창 주민들의 생활권으로 들어온다. 법정 절차에 따라 마련된 설명회와 토론회는 시설의 규모를 설명하는 자리를 넘어, ‘임시저장’이라는 전제가 실제로 어떤 기간과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특히 중간저장시설이 계획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응책과 지역사회 지원 방안이 시설 자체의 안전성만큼 중요한 질문으로 남아 있다.
■고창 주민에게 열린 세 차례의 자리
한국수력원자력㈜은 “고준위특별법과 시행령에 따라, 9월2일과 3일 고창군 주민을 대상으로 ‘한빛원자력본부 부지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시설계획 초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9월4일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8월14일 밝혔다. 첫 설명회는 9월2일 오후 2시 고창읍 르네상스웨딩홀에서, 두 번째 설명회는 9월3일 오후 2시 상하면 상하농원 파머스빌리지에서 열린다. 토론회는 9월4일 오후 2시 고창읍 르네상스웨딩홀에서 진행된다.
참석자는 고창군 주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등을 지참해야 하며, 타지역 주민은 별도 공간에서 방청할 수 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위험물품과 확성기, 스피커 등 음향장비 반입은 금지되며, 참석 주민의 자유로운 발언과 초상권 보호를 위해 촬영과 언론 생중계도 제한된다. 다만 한수원은 기록 유지를 위해 행사 영상을 촬영할 예정이다. 공영방송의 촬영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
설명회와 토론회에서 의견을 내고자 하는 주민은 시설계획 초안에 대해 설명이 필요한 사항이나 발언하고자 하는 내용을 주민의견제출서에 작성해 제출할 수 있다. 진술 신청은 개최 5일 전까지이며, 접수와 문의는 한빛원자력본부 대외협력처 피에이(PA·대외협력)추진팀(☎061-357-7464)과 고창군 안전총괄과(☎063-560-2651)에서 받는다.
■4810다발을 담는 ‘부지 내 저장시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립계획은 현재 운용중인 한빛원전 내 습식저장시설이 오는 2030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에 대비한 조치다.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광군 홍농읍 846 한빛원자력본부 부지 안에 들어설 계획이다. 사업자는 한국수력원자력㈜이며, 전체 부지면적은 1만9050제곱미터, 건축면적은 7328제곱미터, 사업비는 총 7124억원을 계획돼 있다.
앞서 한수원은 6월17일 ‘한빛원자력본부 부지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시설계획 초안’ 공람을 공고했다. 고창군에서는 6월22일부터 8월18일까지 고창군청과 읍·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초안을 열람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 공고·공람이 끝나면 설명회·토론회, 공청회 등 추가로 주민 의견수렴을 거쳐, 2027년 인허가를 마치고 2029년 제작·시공, 2030년 7월경 운영할 계획이다. 한수원 측 설명에 따르면 건식저장시설은 2050년 중간저장시설 가동 전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사용후핵연료 4810다발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됐다.
■‘2050년 중간저장시설’이 핵심…그 이후 반출계획은
건식저장시설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저장시설 자체와 함께 중간저장시설 건설 일정이 실제로 지켜질 수 있느냐에 있다. 정부 계획은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내 건식저장시설에 임시보관하고,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해 반출한 뒤 2060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최종 처분시설은 부지 선정부터 건설까지 장기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중간저장시설이나 영구처분시설 건설이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기간이 사실상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설명회와 토론회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2050년까지’라는 목표 시점만 제시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중간저장시설이 예정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저장기간이 늘어날 경우 어떤 절차와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제시된 계획에는 지역사회에 대한 특별지원금이나 기한 내 중간저장시설 미준공 시 대책 등이 별도로 담겨 있지 않다는 점도 주민들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건식저장시설이 ‘임시시설’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저장용량과 반출 시점뿐 아니라 중간저장시설의 건설 책임, 일정 지연 때의 대안, 실제 반출 방식과 기간까지 하나의 연속된 계획으로 제시돼야 한다.
■설명회·토론회와 공청회 등의 성격
고준위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설계획 초안에 대해 주변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와 토론회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설명회·토론회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열리지 못하거나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에는 지자체장과 협의해 온라인 설명회·토론회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설명회나 토론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주민의견 수렴절차 전체가 자동으로 중단되는 구조는 아니다.
또한 공청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주변지역 주민이 30명 이상인 경우, 한수원은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청회는 설명회·토론회가 끝난 뒤 개최하도록 돼 있다. 공고된 공청회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열리지 못하거나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3회 이상 무산될 경우에는 온라인공청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고창이 확인해야 할 것은 ‘저장시설’만이 아니다
한빛원전 건식저장시설 문제를 시설의 안전성 하나로만 좁히면 논의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진다. 주민들이 확인해야 할 것은 시설의 안전기준과 함께 저장량, 저장기간, 반출계획, 중간저장시설의 일정, 일정 지연 때의 대책,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문제까지 연결돼 있다. 특히 사용후핵연료는 한번 저장되면 끝나는 시설물이 아니라 이후의 이동과 관리가 뒤따르는 물질이다. 따라서 이번 설명회에서 제시되는 숫자와 일정이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리체계로 실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핵심이다.
9월의 설명회와 토론회에서 고창 주민들이 마주하게 될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한빛원전 부지에 들어설 건식저장시설이 정말 ‘중간저장시설로 옮겨가기 전까지의 시설’로 끝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전제가 흔들릴 경우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책임질 것인가. 이번 절차의 무게는 바로 이 질문에 얼마나 구체적인 답이 제시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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