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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땅은 남아있지만, 그곳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실어 나를 길이 막혔다. 고창의 태양광 발전사업이 맞닥뜨린 문제는 발전시설을 얼마나 더 설치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받아줄 전력망의 수용 여력이 어디까지 남아있느냐로 옮겨갔다.
전력계통 포화가 결국 신규 발전사업 허가 제한이라는 행정 조치로 이어지면서 고창의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망이라는 기반시설의 한계 앞에 멈춰 서게 됐다. 고창군은 8월20일 전력계통 포화로 태양광 발전사업의 전력망 연계가 불가능한 상황에 따라 앞으로 접수되는 신규 발전사업 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가 또는 반려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발전소를 지어도 전기를 보낼 곳이 없다
이번 조치는 사업자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지와 별개의 문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망에 연결할 수 있어야 사업계획대로 전기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데, 현재 고창지역은 신규 발전설비를 받아들일 계통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고창군은 전력망 연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전기사업법’에 따른 허가 심사기준을 적용하면 신규 발전사업 허가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사업법은 발전사업 허가와 관련해 사업이 계획대로 수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허가기준을 두고 있다.
고창지역의 계통 포화는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고창군 변전소는 2024년 6월 수용 용량이 포화되면서 발전설비의 상시 출력제어가 발생할 수 있는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됐다. 계통관리변전소 지정은 발전소가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을 전력망이 언제나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과 맞닿아 있다. 발전량이 전력망의 수용 범위를 넘어설 경우 계통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발전출력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미 들어선 발전설비, 기다리는 발전사업
현재 고창의 전력계통을 둘러싼 압박은 기존 발전설비와 접속 대기 물량에서 드러난다. 고창지역에서 가동 중인 태양광 발전시설은 1617건, 발전용량은 254메가와트 규모로 파악됐다. 여기에 전력계통 접속을 기다리고 있는 물량도 2191건, 424메가와트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앞으로 발전사업 신청이 더해질 경우 단순히 발전소 숫자가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실제 전력망에 수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력망 보강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태양광발전소 허가 신청은 계속 접수됐다. 그러나 계통연계 가능용량을 넘어선 상황에 이르면서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허가 단계에서부터 전력계통 확보 여부가 사실상 핵심 변수가 됐다. 특히 한국전력은 최근 신규 사업자의 전력망 계통 연계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창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창군이 앞으로 신규 태양광 발전사업 허가 신청에 대해 불허가 또는 반려 처분을 할 가능성이 현실화됐다.
‘태양광 확대’보다 먼저 풀어야 할 전력망
고창에서 벌어진 상황은 태양광 발전사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발전과 송전·배전망 사이의 시간차가 만들어낸 병목에 가깝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비교적 빠르게 늘릴 수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변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계통의 용량 확대에는 별도의 시설 투자와 절차가 필요하다. 발전설비가 늘어나는 속도와 전력망이 확충되는 속도가 맞물리지 않으면 발전소가 있어도 생산한 전력을 계통에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고창의 선택지는 신규 태양광 발전시설을 계속 늘리는 데만 머물 수 없게 됐다. 이미 가동 중인 254메가와트와 접속을 기다리는 424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설비를 어떤 방식으로 안정적인 전력망에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추가적인 발전사업을 수용할 계통 용량을 언제 확보할 것인지가 다음 단계의 과제가 됐다.
고창군도 전력계통 용량 확보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력망이 확충되지 않는 한 신규 태양광 발전사업의 진입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논의의 중심은 발전사업 허가를 둘러싼 행정절차에서 전력계통을 어떻게 확충하고 배분할 것인지로 옮겨갈 전망이다. 고창군 환경에너지과(과장 이관수)는 “현재로서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더라도 전력망에 연계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군에서도 전력계통 용량이 조속히 확보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하는 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막힌 계통, 변전소 신설로 돌파구 찾나
적체된 계통 접속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변전소 신설도 추진되고 있다. 무장면에는 80메가와트급 변압설비 2개를 갖춘 무장변전소, 고수면에는 60메가와트급 변압설비 2개를 갖춘 고수변전소 신설이 각각 추진되고 있다. 무장변전소는 2029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고수변전소 역시 한국전력이 부지 확보를 위한 토지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도 전력계통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변전소 신설과 에너지저장장치 확충이 계획대로 이어질 경우, 현재 접속이 막힌 발전설비를 전력망에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넓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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