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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의 규모가 현재 확정되지 않은 원전 수명연장을 전제로 산정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저장용량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향후 원자로 가동기간을 어디까지 전제해 저장시설 규모를 정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4810다발, 어떻게 산정됐나
한빛원전은 지난 6월22일부터 ‘한빛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시설계획 초안’에 대한 영광·고창군민 등의 공람을 진행해 8월18일 마쳤으며, 8월25일과 26일 영광에서 3차례, 9월2일과 3일 고창에서 2차례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이후 토론회와 공청회 등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총사업비 7124억원 규모의 건식저장시설은 한빛원전 기존 습식저장시설의 저장공간이 오는 2030년께 포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전 부지 안에 별도의 저장시설을 마련해 사용후핵연료 4810다발을 추가 저장하는 사업이다. 한빛원전은 주민 의견수렴과 규제기관 심사를 거쳐 2027년 인허가를 마치고 공사를 진행한 뒤 2030년 7월경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2050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이 준공되면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즉시 반출한다는 계획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4810다발이라는 저장용량이 어떻게 산출됐느냐는 데 있다. 현재 한빛원전 습식저장시설의 전체 저장용량은 9331다발이다. 이 가운데 사용이 불가능한 506다발을 제외하면 실제 저장 가능한 용량은 8825다발이다. 2025년 말 기준 7619다발이 저장돼 있어 1206다발의 추가 저장 여력이 남아 있다.
한수원은 2050년까지 한빛원전에서 6014다발의 사용후핵연료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기존 습식저장시설에 추가로 저장할 수 있는 1206다발을 제외하면, 4808다발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추가로 필요하며, 이에 따라 건식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을 4810다발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건식저장시설은 저장용기 130개에 각각 37다발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계획됐다.
■2050년까지 가동, 수명연장이 전제됐나
하지만 이 계산에는 2050년까지 한빛원전 원자로들이 계속 가동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수원 본사 관계자도 6014다발의 추가 발생량 산정에 원전 수명연장 전제가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원전의 현행 설계수명을 보면 이 전제는 더욱 뚜렷해진다. 한빛 1호기는 2025년 12월 설계수명이 만료됐고, 2호기는 올해 9월 만료될 예정이다. 3·4호기는 각각 2034년과 2035년, 5·6호기는 2041년과 2042년 설계수명이 끝난다.
따라서, 시설계획 초안에서 2050년까지 발생할 사용후핵연료를 산정하면서 1·2·3·4호기는 설계수명 이후 10년씩 2차례, 5·6호기는 10년씩 1차례 수명연장을 하는 상황을 전제로 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특히 현재 한빛 1·2호기의 수명연장이 심사 중인 상황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수명연장을 전제로 모든 원자로의 발생량을 계산했다면, 최소 필요량만 저장시설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지역에서 제기하는 핵심 쟁점은 ‘법정 상한을 넘었느냐’와 ‘실제로 필요한 규모만 산정했느냐’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수명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원자로의 계속 운전을 전제로 저장시설 규모를 미리 키웠다면, 향후 실제 가동 여부에 따라 저장시설의 필요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수원 “법적 기준 안에 있다”
한수원 측은 법적 기준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준위특별법 제36조 6항은 “부지내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은 해당 원자력발전소 내 건설 또는 운영 중인 발전용원자로의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을 초과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한빛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용후핵연료가 1만660다발이며, 이번 건식저장시설의 4810다발은 이 범위 안에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에서 말하는 부지내저장시설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 또는 처분시설로 인도하기 전까지 원전 부지 안에서 저장하는 시설’을 뜻한다. 다만, 원자력안전법 제20조 1항 전단에 따른 운영허가를 받아 설치하는 시설은 제외하므로, 한빛원전의 기존 습식저장시설은 제외하고 이번에 건설하려는 건식저장시설이 특별법상 부지내저장시설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주민 동의 없는 수명연장, 저장용량에 먼저 담겼나
이번 논란은 결국 법에서 정한 최대 범위와 지역이 요구하는 최소 필요량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수원은 법적 기준을 근거로 4810다발의 저장용량이 문제가 없다고 정당화하고 있지만, 지역에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원전 수명연장을 전제로 향후 사용후핵연료 발생량과 저장용량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빛원전 현안대책 영광군공동위원회’ 관계자는 “한수원이 영광군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주민 동의가 필수적인 수명연장을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위법하게 수립한 저장시설 초안은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정의행동 관계자는 “수명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0년 연장을 전제로 삼은 것은 한수원의 일방적인 사전 작업”이라며 “올해 말 확정 예정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대상 기간은 2040년까지로, 2041년과 2042년에 설계수명이 끝나 예정에 포함되지도 않는 5·6호기까지 끌어들여 2050년까지의 용량을 산정한 것은 아무런 법적·정책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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