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주간해피데이 | |
|
|
청사 출입통제시설을 철거하고 정책회의를 공개한 천호성 교육감이 이제 학교의 수업과 학생 지원, 교사의 업무를 바꾸는 과제를 제시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천호성 교육감은 10월8일 취임 100일을 맞아 전북교육의 운영 방향과 학교 현장에서 실행할 정책을 설명했다. 그는 “저는 교육행정의 존재 이유는 학교에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청이 사업을 만들고 학교에 지시하는 방식보다, 학교가 교육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7월1일 취임한 천 교육감이 내건 비전은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전북교육’이다. 읽고 쓰는 기초학력에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는 힘,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실패 뒤에 다시 도전하는 힘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취임 100일을 맞아 이미 시행한 조치와 앞으로 바꿔갈 제도를 나눠 설명하며, 정책의 기준을 학생의 배움과 삶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회의 공개에서 학교 업무 경감으로
취임 직후의 변화는 전북교육청 청사에서 시작됐다. 출입통제시설을 철거하고 로비와 도서관 등 공용공간을 개방했다. 7월28일부터는 주간정책회의와 기관장회의를 생중계하고 다시보기도 제공하고 있다. 정책의 결과와 함께 결정 과정에서 어떤 문제를 논의하는지도 공개하겠다는 취지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교직원 설문에서 생중계를 경험한 응답자의 72.2퍼센트가 정책 방향과 회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천 교육감은 회의 공개와 함께 현장 의견을 듣고 결정에 책임지는 행정을 강조했다.
학교를 지원하는 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 지도 외에 공문·행정업무·민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사업과 보고를 줄이고 본청 기능을 정비하면서, 교육지원청과 학교 가까이에 지원 역량을 두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학교가 지역과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스스로 만들도록 자율성을 넓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육청은 예산과 인력, 전문적인 지원을 맡는다는 구상이다. 천 교육감은 “학교가 어려움을 이야기했을 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교육청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방법을 찾는 교육청이 되겠다”고 밝혔다.
책을 읽은 뒤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
학생 교육에서 앞세운 과제는 기초학력 책임교육과 독서다. 천 교육감은 기초학력을 공교육이 끝까지 책임지고, 학생이 자신의 장점과 가능성을 찾아 진로·진학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수업에서는 학생이 질문하고 판단하며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을 늘리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독서300프로젝트’ 역시 읽은 책의 수를 채우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초·중·고 12년 동안 책을 가까이하며 생각을 기르는 학생 성장 사업이라는 것이다. 에이아이(AI·인공지능)가 빠르게 답을 내놓는 시대일수록 그 답을 검토하고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천 교육감은 “책과 수업을 연결하고, 읽은 뒤 토론하고 쓰고 말하면서 생각을 확장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학교도서관과 가정, 지역 도서관을 연결해 독서를 수업과 일상에 함께 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진로교육은 상담에 체험을 더하는 방향으로 확대한다. 현재 운영하는 6개 권역 진로·진학센터와 교육지원청의 상시 상담체계를 바탕으로, 공약인 전북학생진로진학교육원을 설립하겠다는 구상이다. 학생에게 미래 직업 체험과 진학 경로 설계를 지원하고, 학교에는 전문적인 진로·진학 자문과 교원 연수를 제공하는 역할을 제시했다. 대학·기업·연구기관·공공기관의 자원을 학교와 연결하는 기능도 포함된다.
위기 신호를 발견한 학교가 도움까지 연결하도록
천 교육감은 학생의 생명과 안전을 교육청의 첫 번째 책무로 꼽았다. 상담 인력이나 예방교육 확대와 함께 학교생활·학업 부담·관계의 어려움 등 학생이 힘들어하는 원인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으로 연결하는 과정에 학교와 교육청이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북교육청은 학교 상담실과 위(Wee: 학생 상담·지원 체계)클래스에서 시작해 14개 시군의 16개 위(Wee)센터, 병원형 위(Wee)센터와 정신건강전문가 긴급지원팀으로 연결하는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심리검사와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의 대응과 함께 평소 교육도 바꾸겠다고 했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관계를 맺고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는 사회정서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천 교육감은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필요한 도움으로 연결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어려움을 혼자 견디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권과 학생인권 보호를 위한 현장 지원도 진행하고 있다. 교사 3명을 교육인권보호관으로 배치해 학교를 찾아가 교권침해와 갈등 사안을 듣고 필요한 지원을 연결한다.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원을 위해 초기 접수부터 사안 종결까지 돕는 통합 지원단도 가동했다. 교권과 학교폭력 분야 전담 변호사를 각각 1명씩 채용해 법률상담에서 행정심판·소송까지 지원하는 체계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14개 시군의 교육, 지역마다 다른 길을 찾는다
지역정책의 방향은 ‘지역화·다양화·특성화’로 제시했다. 지역마다 산업·문화·역사·환경이 다르고 학생과 학교의 요구도 다른 만큼, 교육과정에 그 차이를 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역 현안을 잘 아는 인재를 교육장으로 임명하는 ‘교육장 지역추천제’도 시행하고 있다.
농촌유학과 특성화고 국제반을 아우르는 ‘전북유학’은 외부 학생 유치와 지역 정착을 함께 염두에 둔 정책이다. 농촌학교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다양화하고 안정적인 거주시설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 교육기관과 협력해 국제학생 유치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미국 방문에서는 현지 한국교육원과 학교, 한인사회 등을 통해 단기 유학과 재외동포 자녀의 정규·편입학 수요를 살폈다고 설명했다.
교육혁신선도지역 공모에는 전북 14개 시군이 모두 참여했다. 교육청의 목표는 5개 지역 이상 선정이다. 천 교육감은 심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공모 과정에서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협력체계는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선정된 지역에는 계획의 실행을 지원하고, 선정되지 못한 지역에도 마련한 교육혁신 방안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의 지원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공모 결과 이후에도 지역별 교육계획을 이어갈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학생 수 감소와 교육비 감소를 같게 볼 수 없다는 입장
정책을 실행할 재원과 관련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교원·시설을 유지하는 기본 비용은 남고, 기초학력과 마음건강, 특수교육, 미래교육 등 지원 수요가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농산어촌과 소규모 학교가 많은 전북에서는 안정적인 교육재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했다.
천 교육감은 “정부가 교육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제도를 개선하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50년 넘게 유지해 온 교육재정의 근간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시도교육청과 교육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전북교육청은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등과 함께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국회 설득에 나설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