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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천에서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지만, 한쪽 마을에서 물막이를 여는 동안 다른 쪽 농민들은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10월8일 고창군 대산면 해룡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영광군으로부터 골재채취허가를 받은 업체가 최근 고창과 영광의 경계를 흐르는 와탄천 취수보의 수위조절용 물막이판(송판)을 제거하면서 고창지역 농민들이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는 영광지역 우평마을 측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천 건너편 고창지역 주민들에게는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고창군 역시 영광군으로부터 보 개방에 관한 사전 협조 요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을에도 물 필요한 밭농사…낮아진 하천 수위
와탄천은 고창과 영광의 경계를 따라 흐르며 양쪽 지역 농민들이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하천이다. 취수보는 하천의 물을 일정한 높이로 가둬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시설이다. 이곳에 설치된 송판을 빼면 물이 하류로 흘러나가면서 보 상류의 수위가 낮아진다.
문제는 같은 하천을 이용하더라도 양쪽 지역의 농사 방식과 물 사용 시기가 다르다는 점이다. 영광지역은 벼농사가 중심이어서 가을 수확철에는 농업용수 사용이 줄어드는 반면, 고창지역은 배추와 양파 등 밭농사가 많아 가을에도 지속적인 물 공급이 필요하다. 한쪽에서는 물 사용이 줄어드는 시기지만, 다른 쪽에서는 작물 재배를 위해 물을 확보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송판이 제거된 뒤 와탄천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일부 농가는 배추밭에 물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양파 정식을 앞둔 농민들도 용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해룡마을 주민 임모씨는 “와탄천 물을 다 빼버렸다”며 농사에 필요한 물이 부족한 데다 취수보 개방 사실조차 미리 전달받지 못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영광 우평마을과 협의…고창 해룡마을은 배제
이번 갈등의 핵심은 취수보 개방 과정에서 누구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골재채취업체는 영광지역 우평마을 측과는 협의했지만, 같은 하천에서 물을 이용하는 고창지역 농민들에게는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보 개방에 따른 영향을 받는 농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졌다는 주장이다.
고창군도 사전에 협의 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고창군 건설과 관계자는 “해당 보는 영광군에서 설치하고 관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를 개방하려면 최소한 건너편에서 물을 이용하는 고창지역 주민들에게도 사전에 알렸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광지역 우평마을 측과만 협의하고 보를 개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광군에 조속한 보 폐쇄를 요청하고 향후 고창지역 주민들에게도 사전 통보가 이뤄지도록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행정구역은 달라도 농업용수는 하나
와탄천을 둘러싼 이번 갈등은 행정구역을 경계로 나뉜 하천 관리가 실제 물 이용자의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묻게 한다. 취수보가 영광군에서 설치·관리해 온 시설이라 하더라도 그 물을 이용하는 농민이 영광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막이판을 제거하는 결정이 하천 건너편 고창 농가의 영농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철 농업용수 수요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사실은 보 개방에 앞서 살펴야 할 조건이다. 벼 수확이 끝나 물 사용이 줄어드는 지역의 사정만으로 수위를 조절한다면, 배추 재배와 양파 정식이 이어지는 지역의 용수 수요는 반영되지 못한다. 이번에 주민들이 사전 협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민들은 영광군에 취수보의 조속한 복구와 농업용수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고창군에는 실제 용수 부족 상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보 개방과 같은 조치가 이뤄질 때 고창지역 농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이 당장 요구하는 것은 배추와 양파 재배에 필요한 물이며, 두 지자체가 풀어야 할 문제는 앞으로 같은 하천의 수위를 조절할 때 양쪽 농민의 물 이용을 어떻게 함께 보장할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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