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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바로 뒤편에서 다시 돌을 캐내게 된 계당리 주민들에게 남은 것은 개발을 막아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현실과 앞으로 감당해야 할 생활환경 피해에 대한 우려다. 또한 계당리 석산 개발 문제는 개발 찬반을 넘어 지역사회가 서로의 삶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고창군은 10월14일 성송면 계당리 산40번지 일원의 ㈜세영개발 석산 확장을 허가했다. 허가면적은 14만1776제곱미터(채취면적 9만3426제곱미터), 채취량은 310만5214루베이며, 허가기간은 5년이다. 군정조정위원회를 세 차례 거친 결정이지만, 사업자가 신청한 10년의 절반만 허가했지만, 2019년부터 이어진 확장허가 절차는 7년 만에 승인으로 마무리됐다.
성송면 계당리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성송면석산개발반대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정수진)는 그동안 반대집회와 군청 앞 1인 시위를 이어왔다. 주민들은 기존 석산 운영으로 겪어온 피해와 추가 개발에 따른 생활환경 악화를 호소하며 허가를 반대했다. 그러나 고창군이 확장허가를 승인하면서 주민들의 불허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책위는 허가 이후 이주대책을 포함한 주민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석산 개발을 막기 위한 싸움이 허가 이후 주민들의 생활과 안전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옮겨갔다.
30년 석산 피해 호소에도 다시 열린 채취 허가
계당리 석산은 1991년 7월 4만2937제곱미터 규모로 채석을 시작했다. 2003년 세영개발이 사업장을 인수했고, 2014년6월 5만3259제곱미터 규모로 변경허가를 받았다. 이후 기간연장을 거쳐 2022년 5월 운영이 종료됐다. 세영개발은 기존 허가구역의 채석량이 감소하자 골재자원 확보와 수급 안정을 이유로 개발 확대에 나섰다. 2019년 12월 환경영향평가 준비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허가 절차가 시작됐다.
당초 사업자가 추진한 개발면적은 기존 5만3259제곱미터와 신규 23만1098제곱미터를 합한 28만4357제곱미터였다. 그러나 전북지방환경청은 주변 생활환경 피해를 줄이고 마채봉에서 추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축을 보전하기 위해 사업 규모를 축소하도록 했다. 2024년 11월 환경영향평가 본협의는 조건부로 마무리됐다. 최종 협의면적은 14만5345제곱미터로 줄었으며, 고창군이 이번에 승인한 허가면적은 14만1776제곱미터다. 개발 규모는 축소됐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문제 삼은 것은 채취면적뿐 아니라 오랜 기간 이어진 석산 운영의 피해와 앞으로 다시 시작될 발파, 분진, 대형 차량 통행이기 때문이다. 대책위 정수진 위원장은 10월7일 고창군의회 현장방문에서 “지금 석산 개발 부지가 어디입니까? 바로 우리 주민들이 숨 쉬고 잠을 자는 ‘집 바로 뒤편’입니다”라고 호소했다.
“집 바로 뒤편”…주민들이 반대한 이유
주민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개발 예정지와 생활권 사이의 거리다. 대책위에 따르면 석산 확대 예정지는 계당마을 주거지에서 226~300미터 떨어져 있으며, 석산 진입로는 고창남중에서 약 60미터 거리에 있다. 주민들은 발파 과정의 진동과 소음, 비산먼지뿐 아니라 골재와 아스콘을 운반하는 대형 차량이 주민 생활과 학생들의 통학 환경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기존 아스콘 공장의 환경 문제도 제기됐다. 주민대책위와 환경단체는 아스콘 공장에서 벤조피렌 등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가 배출돼 주민 건강을 위협해 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석산과 공장 주변의 환경오염도 조사, 전북환경보건센터를 통한 주민 건강 역학조사, 주민·행정·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주거지와 학교, 농경지, 축산시설, 문화재와 생태환경 등을 포함해 생활권 전체의 영향을 확인하라는 요청이다.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허가 이후 관리사항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역발전 위해 허가”…누구의 동의인가
이번 허가 과정에서 또 하나의 쟁점은 성송면 기관단체장들의 찬성 의견이었다. 석산 인근 주민들이 생활환경 피해를 호소하며 반대하는 상황에서 기관단체장들은 지역발전을 이유로 허가를 요청했다. 10월2일 군수와 주민들의 면담에서 고창군 측은 9월 하순 성송면 기관단체장들이 찾아와 석산 개발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혜택이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찬성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는 설명이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개발에 따른 피해를 직접 감당하지 않는 기관단체장들이 지역발전을 이유로 찬성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판단이냐는 것이다. 주민들은 기관단체장들이 말하는 혜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과 피해를 감당하는 사람이 같은지 따져 물었다. 기관단체장들도 개발에 대한 의견을 밝힐 권리가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와 기관단체장들의 찬성을 같은 성격의 지역 여론으로 취급할 수 있는지, 직접적인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행정 판단에서 충분히 다뤄졌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골재 수급 논리와 주민 생존권 충돌
고창군은 10월2일 면담에서 지역 골재 수급 문제도 설명했다. 관내외 골재 가격이 50퍼센트 상승하면서 건설업체와 아스콘·레미콘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향후 대규모 건설사업으로 골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고창군은 향후 5~10년 동안 추진될 사업들을 거론하며 연간 약 100만 루베의 골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체들이 골재 생산 대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골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마을 주민들에게 환경 부담을 감당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부안면 석산 등과 함께 다른 공급원을 통한 수급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래 건설사업의 수요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골재 부족을 석산 확장허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건부 환경협의가 허가를 대신할 수 있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둘러싼 고창군과 주민들의 인식 차이도 컸다. 10월2일 면담에서 고창군은 주민 생활환경 피해가 중요한 허가요건이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 저감계획을 수립해 협의를 마친 만큼 이를 이유로 불허하면 행정소송에서 패소할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협의기관인 전북지방환경청과 최종 승인권자인 고창군수의 역할은 다르다고 반박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조건부 협의가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 토석채취 허가가 반드시 승인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7월22일 고창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산지관리법상 허가기준과 주민 생활환경 피해, 진입로 사용권, 재해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불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7월29일 기자회견에서는 주민 건강 역학조사와 민관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고창군은 이후 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허가 여부를 검토한 끝에 10월14일 확장허가를 승인했다. 주민들이 제기한 피해 우려와 행정의 법적 판단이 끝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5년 허가와 네 가지 조건, 주민보호는 어떻게
고창군은 사업자가 신청한 10년 대신 5년만 허가했다. 반대 주민들이 있는 만큼 사업자가 허가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확인하고, 이후 추가 허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허가에는 네 가지 특별조건도 붙었다. 첫째는 석산 진입로 사용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업체가 패소하면 6개월 이내에 대체 진입로를 확보하도록 했다. 확보하지 못하면 허가 철회까지 검토한다는 것이 군 측 설명이다. 둘째는 도로 개선이다. 셋째는 석산과 마을 사이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주민들과 협의해 이격 방안을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넷째는 주민협의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라는 조건이다.
주민들이 요구해 온 것은 허가 이후 피해를 줄이는 조치에 앞서 기존 환경·건강 문제와 개발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주민들이 허가 이전에 해결을 요구했던 문제가 허가 이후의 관리 과제로 넘어간 것이다. 확장을 막기 위해 집회와 1인 시위를 이어온 대책위는 승인 이후 이주대책까지 포함한 주민보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허가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 주민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졌다.
이는 주민들이 기존에 제기했던 건강과 환경, 재산 피해 문제가 허가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석산 개발에 찬성한 기관단체장들이 지역발전의 혜택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그 개발로 인한 부담(피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에도 답해야 한다. 고창군 또한 허가 승인으로 행정적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발을 허용한 만큼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책임은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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