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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실무사들의 희생에 의존해 유지돼 온 한국 학교급식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가 고창초에서 결국 터져 나왔다. ▲저임금과 방학 중 임금 공백 ▲높은 노동강도 ▲산업재해 위험 ▲높은 노동강도 ▲부족한 인력 배치 ▲대체인력 확보 실패 등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가 조리실무사 지원자 감소로 이어지면서, 정해진(부족한)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선순위인 교사나 공무원이 아니라, 결국 뒷순위인 무기계약직(공무직)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급식 현장의 부담은 조리실무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고창초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빵과 샌드위치로 점심을 대신했던 고창초등학교가 10월19일부터 정상급식을 재개했다. 김성수 전북도의원(고창1)은 10월13일 자신의 온라인소통망을 통해 “고창초에 조리실무사 2명을 한 달간 파견하고 다음 주부터 정상급식을 시작한다”는 협의 결과를 공개했다. 순환 조리실무사 1명과 관내 조리실무사 1명을 지원받아 당장의 급식 공백을 메우는 조치다.
그러나 한 달간의 파견만으로 인력 부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창초는 배치기준 변경으로 9월1일자 조리실무사 정원이 9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이직과 장기병가가 겹치고 전북교육청의 채용마저 미달하면서 2학기를 5명으로 시작했다. 정원에 맞춰 급식실을 운영하려면, 조리실무사 2명과 병가 대체인력(한시적 기간제근로자) 1명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창교육지원청은 10월15일 조리실무사 2명에 대한 채용 공고를 내고, 11월19일부터 근무할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모집 인원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더욱이 최근 조리실무사 1명이 사직을 신청했고, 다른 1명도 사직을 희망하고 있어 두 사람 모두 퇴직하면 인력 공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퇴직할 경우 추가로 확보해야 할 인력은 조리실무사 4명과 병가 대체인력 1명으로 늘어난다. 한 달간의 긴급 파견으로 정상급식은 재개됐지만, 신규 채용과 추가 퇴직이라는 과제가 잇따르면서 안정적인 급식 운영까지는 넘어야 산 넘어 산이다.
고창초에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나
고창초 급식실의 인력 부족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조리실무사 정원은 9명이었지만, 지난해부터 결원 1명이 충원되지 않아 나머지 종사자들의 스트레스가 누적돼 왔다. 올해 6월에야 조리실무사 1명이 새로 채용되면서 비로소 정원 9명을 채웠다. 그러나 그동안 8명이 일했던 스트레스가 고착되는 것처럼 9월1일자 배치기준 변경으로 정원이 8명으로 감소했다.
정원 감소는 급식인력 산정방식 적용이 바뀐 데 따른 것이다. 고창초 조리실무사들은 학생·교직원 870여명과 고창교육지원청 산하 고창영어체험학습센터의 급식을 담당한다. 그동안은 고창초에 배정된 8명과 영어체험학습센터에 배정된 1명을 합쳐 정원이 9명이었다. 그러나 2학기부터 두 기관의 급식인원을 합산해 조리실무사 정원을 8명으로 산정했다. 급식 업무는 그대로인데 이를 담당할 인원만 1명 감소한 것이다.
여기에 다른 학교의 정년퇴직으로 결원이 발생하자 고창초 조리실무사 4명이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학교로 옮겼다. 고창초 급식실의 높은 노동강도가 다른 학교로 이동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인력 이탈로 이어지는 구조가 드러난 것이다. 장기병가 1명까지 발생하면서 기존 9명 가운데 실제 근무 가능한 인원은 4명으로 줄었다.
변경된 정원 8명에 맞춰 2학기를 시작하려면 조리실무사 3명과 병가 대체인력 1명이 필요했지만, 전북교육청 공개채용을 통해 충원된 인원은 1명뿐이었다. 결국 고창초는 조리실무사 5명으로 2학기 급식을 시작했다. 부족한 일손을 메우려고 대체인력을 채용했지만, 이들마저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하루이틀 만에 그만두는 일이 반복됐다. 인력을 구해도 실제 근무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기존 종사자들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고창초 서정미 조리실무사는 “지금 다섯분이 일을 하고 계세요. 손목이랑 안 아픈 데가. 여기 지금 병원에 가면 거의 진단서 다 나오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고창초 임순일 교장은 “(정규직은) 노동 강도가 세지만 고창초에서 버텨서 1년만 하면 작은 학교로 갈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버티고 계신 거예요. 근데 기간제 분들은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죠. 굳이 여기서 버틸 이유가 없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남아 있던 조리실무사 중에서도 2명이 사직을 희망하면서 인력 운영은 더욱 어려워졌다.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들은 전북교육청에 인력 확보 대책을 거듭 요청했지만, 인력 확보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도시락으로 급식을 전환하는 방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고창초는 정상적인 급식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체식 제공을 결정했다. 학교는 10월1일 “9월1일자로 조리실무사 정원 내 미발령에 따라 지난 한달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식을 운영해 왔다. 급식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현재의 인력상황으로는 기존과 같은 급식 운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부득이하게 10월6일~16일 메뉴를 간소화 및 대체식으로 변경하여 급식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학교는 10월2일 학부모 설명회를 열고 급식 운영 상황을 설명했다. 10월16일 이후 급식 운영은 인력 확보 상황에 따라 다시 결정하고, 대체식을 먹기 어렵거나 대체식만으로 식사량이 부족한 학생은 도시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알렸다.
이런 과정에서 김성수 도의원(고창1)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김 의원은 자신의 온라인소통망을 통해 고창초 급식실 상황을 공론화하고의 인력 부족 실태를 공론화하고개하고 전북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학교 현장의 문제가 공론화되자 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도 직접 대응에 나섰다.
천 교육감은 10월10일 김 의원에게 연락해 관련 부서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으며, 현안이 많아 미처 챙기지 못한 데 대해 고창 학부모들에게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고창초 급식실 사태와 관련해 당장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급식실…임금·노동환경의 벽
농어촌 학교의 조리인력 부족은 고창초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지부가 9월9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전북교육청 조리실무사 공개채용은 예정 인원 162명 가운데 118명을 채용하는 데 그쳐 44명이 미달했다. 전주·군산·익산·김제·완주는 예정 인원을 채웠지만, 나머지 9개 시군은 미달했다. 고창은 5명 모집에 2명, 정읍은 10명 모집에 2명이 채용돼 농어촌 지역에 인력 공백이 집중됐다.
채용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열악한 노동조건이 지목된다. 노조는 저임금과 방학 중 소득 공백, 높은 노동강도,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미세입자에 노출되는 등 산업재해 위험을 지목했다. 급식인원에 비해 조리인력이 부족하면 기존 종사자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새로 채용된 인력도 이를 견디지 못해 떠난다는 것이다. 결원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높아진 노동강도가 다시 인력 이탈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조리실무사의 월 기본급은 214만4500원이며 별도 수당이 지급된다. 그러나 방학 중 비근무 조리실무사는 방학 기간 기본급을 받지 못한다. 노조는 이 같은 소득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상시근무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부터 조리실무사를 상시근무직으로 전환한 제주도교육청에서는 결원이 74명에서 30명으로 줄었다는 사례도 제시됐다.
교육청 내부에서도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교육청 이영환 정책국장은 10월6일 주간정책회의에서 고창초 등의 급식 문제를 언급하며 “교육청이 발벗고 좀 나서야 될 것 같은데 이러한 부분이 너무 미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제기하는 긴급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천호성 전북교육감도 10월12일 주간정책회의에서 고창초 등의 급식 문제를 직접 거론하고, 과장급의 현장 확인과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노동강도에 상응하는 경제적 지원과 조리기구 현대화를 통한 작업 부담 완화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소관 부서는 급식인원이 많은 농촌 대규모 학교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인력 배치 개선과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리실무사 2명의 긴급 파견은 한 달간의 임시조치다. 고창초가 안정적으로 급식 운영을 하려면 예정된 신규 인력 채용이 실제 충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농촌지역 9개 시군에서 발생한 채용 미달을 해소할 후속 대책도 필요하다. 인력 배치기준과 채용 방식의 개선뿐 아니라 조리실무사들이 급식실을 떠나는 근본적인 원인인 노동조건을 바꾸지 않고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 핵심에 방학 중 비근무 조리실무사의 상시근무직 전환 문제가 놓여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미 전환에 나섰고, 전북의 노동조합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이 이 문제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가 급식실 인력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늠할 기준이다. 상시근무직 전환을 외면하는 다른 방안들은 당장의 급식 차질을 막는 땜질 처방에 그칠 뿐, 사람이 떠나는 급식실의 구조까지 바꾸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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