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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문제를 주민이 직접 찾고 해결 방안을 투표로 결정하는 주민자치가 정읍에서 뿌리를 넓히고 있다. 주민총회를 통해 내년도 자치사업 33건을 선정한 데 이어 관련 조례도 정비하면서 주민 주도의 지역 운영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정읍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 ‘주민자치의 날’을 개최할 계획이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의 전환은 주민의 역할과 권한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과 지역 현안에 대한 심의·자문을 주로 담당했다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자치계획을 수립해 주민총회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행정이 담당하던 일부 지역사무도 수행할 수 있어 주민의 참여 범위가 한층 넓어진다. 정읍시는 주민이 생활 속 불편과 지역 현안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이 정주여건 개선과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주민자치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별 여건에 맞는 자치사업을 발굴하고 주민의 결정이 실제 사업에 반영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도내 최다 9개 주민자치회…시범운영 넘어 제도화
2013년부터 시범운영돼 온 주민자치회는 주민 참여와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로 자리 잡아 왔지만, 시범사업이라는 한계와 미흡한 법적 기반이 확산의 걸림돌로 남아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안이 올해 3월31일 국회를 통과하고 4월14일 공포된 데 이어 10월15일부터 시행되면서 주민자치회 운영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정읍시는 2002년 ‘정읍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를 제정하고 청사와 주민자치센터를 정비해 2004년 6개 동에서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정읍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2022년 내장상동과 수성동에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면서 주민 주도의 자치활동을 확대했다.
현재 정읍에서는 영원면·수성동·장명동·내장상동·시기동·초산동·연지동·농소동·상교동 등 9개 주민자치회와 북면·감곡면·칠보면 등 3개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전북 14개 시군 243개 읍면동 가운데 주민자치회를 시범운영한 곳은 5개 시군 20개소다. 정읍은 이 가운데 가장 많은 9개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며 주민총회와 자치사업 추진 경험을 쌓아 왔다. 시는 법 개정에 맞춰 10월2일 도내에서 가장 먼저 ‘정읍시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전부 개정했다. 시범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역 여건을 반영해 주민자치회 운영의 제도적 기반을 정비한 것이다.
주민총회서 33개 사업 결정…1억8000만원 규모
정읍시 주민자치회가 올해로 운영 5년 차를 맞은 가운데 주민총회는 주민이 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자치사업을 결정하는 핵심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토론과 투표를 거쳐 다음 해 추진할 사업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31일부터 8월31일까지 9개 면동에서 열린 주민총회에서는 2027년에 추진할 자치사업 33건이 주민투표로 결정됐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억8000만원이다.
사업 발굴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각 주민자치회는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생활 속 불편과 지역 현안을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한 사업을 구체화하고 맞춤형 자문을 거쳐 주민총회 안건으로 마련했다. 총회에서는 제안된 사업의 취지와 추진 방향을 공유한 뒤 사전투표와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해 최종 사업을 확정했다. 주민들이 사업 발굴부터 우선순위 결정까지 직접 참여하면서 마을의 필요를 다음 해 자치사업에 반영했다.
선정된 사업은 ‘우리동네 작은 소방서 설치’, ‘한여름밤의 동 영화제’, ‘즐거운 노래교실’, ‘우리동네 벼룩시장’, ‘태극기 달기 운동’, ‘지역 문화 탐방’, ‘친환경 치유 활동’, ‘사랑의 고추장 나눔’ 등이다. 안전과 복지, 문화·여가, 세대 간 교류, 생활환경 개선에 이르기까지 사업 분야도 폭넓다. 주민총회에서 결정된 사업에는 각 마을의 생활 여건과 주민들이 직접 제기한 요구가 반영됐다.
지역 여건 반영한 조례 개정…위원 임기 확대
정읍시는 주민자치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법령에 따른 제도 정비와 함께 지역의 인구구조와 참여 여건을 고려한 운영 기준을 마련했다. 행정안전부의 조례 참고안을 검토하면서도 고령층 비중이 높고 주민자치위원 확보가 어려운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6월24일에는 시청 대회의실에서 주민자치 업무 담당 공무원과 주민자치회 회장 등 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초빙해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른 제도 변화를 설명하고 조례 개정 방향을 공유했다.
주민자치위원의 임기 기준도 기존 ‘2년 2회’에서 ‘2년 3회’로 조정했다. 위원 확보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도 주민자치회 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참여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시는 앞으로 주민자치회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살피고 지역 특성에 맞는 운영체계를 보완할 방침이다. 주민이 직접 발굴한 의제가 실제 사업으로 추진되는 과정과 주민 참여 여건 등을 점검해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2027년 ‘주민자치의 날’ 개최 추진
정읍시는 주민자치회 제도 정비와 주민총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 ‘주민자치의 날’을 개최할 예정이다. 주민들이 직접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사업을 결정해 온 활동을 공유하며 주민자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자리다. 시는 주민자치회 운영 성과를 지역사회와 공유하고 주민 참여를 지속적으로 넓힐 방침이다. 특히 주민이 자치사업을 결정하고 행정이 이를 지원하는 운영체계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적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학수 시장은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주민자치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며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주민자치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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