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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원전 수명연장과 재생에너지
편집자 기자 / 입력 : 2025년 12월 16일(화)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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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광훈(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위험천만한 편법적 수명연장 시도

한빛원전 1~2호기가 각각 올해 말, 내년 가을에 설계수명 40년에 도달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 노후 원전들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과 국회가 지적하고 있듯이 국제표준에 맞지 않는 기준을 편법적으로 적용해 추진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원전의 수명 연장 시 안전에 관해 최신 기술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국내 원전 대부분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설계를 복사해 건설되었기 때문에 안전 규제 기준도 모두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한수원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 드리마일 원전 사고 이전인 1978년 수립되었다가 이후 폐지된 환경표준 심사지침(ESRP)을 적용해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침은 기본적으로 신규 원전에 대한 기준으로, 노후 원전이 안고 있는 설비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으며 그 이후 전면 개정된 심사지침(1997)의 노후화 관리 및 대책 등 현대적 안전기준이 빠져 있다.

더 심각하게도 이 구 지침은 드리마일, 체르노빌 등 원전에서 중대사고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순진한 전제하에 작성되었다. 개정 지침은 7등급 중대사고를 전제로 대책을 수립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으나, 폐기된 구 지침은 한참 낮은 등급의 이른바 설계기준사고를 전제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을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미국 연방관보는 이 새로운 지침이 1978년 이후 발생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특히 중대사고 완화 설계문제를 그 대표적 예로 제시하고 있다.

 

원전 수명연장에 해외는 2조원, 국내는 200억원

한수원이 미국의 지침을 무시하고 28년 전 폐지된 구 지침을 사용하는 이유는 비용 절감에 있다.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 대책과 원전 재가동 심사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투자한 비용은 호기당 평균 2조원이 넘었다. 미국 원전 업계도 수명 종료로 폐쇄된 드리마일 1호기(사고가 발생한 원전은 2호기)를 재가동하려면 약 23천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에 따르면, 한수원이 이 편법적인 기준 적용으로 앞서 수명이 종료한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에 들인 비용은 200억원이다. 미국, 일본의 1%도 안 된다. 사업자인 한수원도 문제고, 이를 허용해 주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행태도 어처구니없다. 국제표준을 무시하고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설해 대참사를 일으킨 무안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처럼, 이 위험천만한 수명 연장은 앞으로 20년간 호남권 전체 인구에게 부비트랩이 될 수 있다.

 

한빛원전의 과도안정도 문제, 송전이용율 저하

안전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한빛원전은 태양광, 풍력이 급성장하고 있는 호남권 전력망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 대선 이후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개념이 회자될 정도로 에너지 전환에 전력망 운영과 투자가 중요시되고 있다.

그런데 한빛원전은 이른바 과도 안정도문제를 일으켜 호남권 송전선 설비 용량보다 작게 허용 송전량을 제약한다. 즉 한 부지에 6기의 대용량 발전기가 몰려 있는 한빛원전 단지는 인근 송전선로에서 고장이 발생할 때 그 영향으로 전력망에서 탈락, 즉 한꺼번에 정지할 수 있다. 이는 다시 전력망에 엄청난 양의 전력이 줄어드는 충격을 주는 상승 작용을 일으켜 광역 정전 위험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한빛원전 배후 전력망에 고장 파급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운영해 왔지만, 재생에너지 시대에 6기의 대용량 원전을 한 부지에 운전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빛원전의 과도 안정도 문제는 다시 전압 안정도 문제와 결합해 호남권 전체 송전 설비의 비효율적인 운영을 만든다. 과거 한 부지에 6기나 되는 원전을 건설해 부지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얻었지만, 이제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빛원전 수명연장, 과거와 미래의 싸움

최근 에너지 고속도로정책으로 마치 수도권-호남 간 송전선을 건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논리가 팽배하지만, 국내 전력 계통 문제는 개별 송전선 건설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단위 면적당 송전선로 밀도는 해외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독일보다 이미 3.7배 높을 정도로 촘촘하게 송전선로가 건설되어 있다. 공학적으로나 사회 수용성으로나 수도권-지방 간 송전선 확대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주변 5개국과 송전선으로 연계되어 있는 프랑스도 너무 높은 원전 비중과 급성장하는 태양광의 충돌로 올해 상반기 원전은 발전량의 9.1%, 태양광은 발전량의 7.4%를 출력 제어로 낭비해야 했다. 프랑스 사례는 송전선을 아무리 많이 건설하더라도 한빛원전과 태양광의 외나무다리 위 결투를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용을 아끼려고 국제표준을 무시한 위험천만한 수명 연장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세계 추세에 맞춰 태양광을 확대할 것인가? 안전 불감증으로 점철된 과거를 택할 것인가, 밝은 미래를 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편집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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