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화(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한빛 1·2호기의 40년 설계수명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수명 연장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주지하듯이 원자력발전은 불완전한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 발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방사능 오염이 발생하고, 사용후핵연료를 장기적으로 안전하게 관리·처분할 근본적인 해법은 여전히 부재하기 때문이다.
논란의 대상이 돼 온 원자력발전 확대 전략의 핵심 축은 ‘지역화’다. 즉 입지 지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전력판매이익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여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여온 것이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대중의 위험 인식이 높아져 신규 부지 선정이 어려워지면서 이미 원전이 건설된 지역에 원전이 집중적으로 증설되어왔다. 그 결과 원전의 밀집도와 잠재적 위험성은 함께 높아졌고, 동시에 지역사회의 원전 의존도 역시 심화되었다.
한빛원전은 지역자원시설세, 법인지방소득세, 발전소주변지역지원사업비 등의 형태로 입지 지역의 공공 재정에 기여해왔다. 지역자원시설세와 발전소주변지역지원사업비는 발전량에 비례해 산정된다. 고장이 잦은 노후 원전을 제대로 보수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동안 가동을 멈추는 일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곧바로 지방정부의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이런 문제로 지역 사회는 ‘위험’과 ‘의존’ 사이의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력발전이 없으면 지역 재정은 붕괴될까? 2025년 한국수력원자력 한빛본부를 통해 영광군에 유입된 재정 자원은 지역자원시설세 306억원과 법인지방소득세 100억원, 그리고 발전소주변지역지원사업비 69억원을 합쳐 총 475억원 내외다. 이는 영광군 2025년 본예산 7015억원의 약 6.8퍼센트에 해당한다. 원전에서 나오는 세수는 특별회계로 관리되고 비교적 자율적으로 쓸 수 있기에 영광군의 재정자주도는 전남의 시군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러나 전체 세입 예산에서 자체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재정자립도는 11.9퍼센트에 불과해 전남 22개 시군 중 10위다. 큰 기업이 없는 장성, 목포, 무안, 화순, 영암보다도 낮다. 원전이 없더라도 다른 시군은 지방세·교부세·국고보조 등 다른 조합의 세입 구조로 시군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재원의 지출항목을 들여다보면 원전의 재정적 효과도 제한적임을 알 수 있다. 2025년 세출예산에 따르면 지역자원시설세의 20퍼센트는 도로 건설에, 15퍼센트는 교육복지와 교육재정 지원에, 12퍼센트는 양육비 지원에, 8.5퍼센트는 농어촌 복지에, 3퍼센트는 노후 위험 교량 보수·보강에 쓰인다. 발전소주변지역지원사업비의 경우 약 26퍼센트는 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 운영 등에 쓰이지만, 나머지 74퍼센트는 주변지역의 안길 포장, 배수로 보수 등 환경 개선과 학교무상급식 재료비 등 일반적인 지역 사업에 투입된다. 원전이 없더라도 지방정부의 자체 재원과 중앙정부의 교부금, 각종 국고보조금 등으로 집행돼야 할 공공 서비스 항목들이다.
한수원 지원사업으로도 100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지역사회에 투여된다. 그런데 한수원은 지원단체 선정기준에 “회사 정책 수행에 도움이 되는 사업”과 “원전수용성을 제고” 등을 명시하여 원전에 부정적인 단체나 사업을 배제한다. 이처럼 원전이 만들어 내는 경제는 원전이 없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일종의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지방정부의 원전에 대한 재정 의존을 키우고, 지역사회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물론 한빛 1·2호기가 멈추면 발전량에 비례해 책정되던 세수는 사라진다. 고용에도 일정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원전을 폐쇄한 사례들을 보면 그것이 영구적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란초 세코’(Rancho Seco) 원전은 1989년 주민투표를 통해 영구 가동 중단이 결정되었다. 이후 새크라멘토 시영 전력회사(SMUD)는 원전 부지 인근에 16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란초 세코 솔라 투’(Rancho Seco Solar II)’를 조성해 2021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프랑스 페센하임(Fessenheim)의 경우 2020년 1·2호기가 순차적으로 영구 정지된 뒤, 프랑스 정부와 이디에프(EDF·프랑스 국영 전력공사)는 지역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페센하임 영토 프로젝트’(Projet de Territoire de Fessenheim)를 추진하고 있다. 원전 해체 과정에서 나오는 저준위 금속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테크노센터’ 설립에 약 4억~5억 유로 규모의 투자가 계획되어 있다. 송전여력을 활용해 페센하임 부지와 인근 오트랭(Haut-Rhin) 지역의 총 30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도 배치해 나가고 있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Greifswald) 원전이 있던 루브민(Lubmin) 지역은 발트해 연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를 토대로 그린 수소 허브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다. 2024년 8월 독일 정부는 루브민에서 시작하는 수소 배관을 포함해 주요 항만과 수소 생산지, 비터펠트 같은 화학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수소핵심네트워크(hydrogen core network)계획을 승인했다.
이런 사례들은 원전을 폐쇄한 지역이 새로운 산업과 에너지 전환의 거점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빛원전 인근지역은 바람과 햇빛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지역이다. 기술 발전으로 재생전력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위험’과 ‘의존’ 사이의 딜레마를 멈추고 원전 이후 경제로의 전환을 꾀할 기회다.
원전 건설은 지역에서 원해서 시작된 일이 아니었다. 전력 공급을 위해 추진한 국책사업이다. 설계수명을 다한 원전이 멈추는 일도 국민 전체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원전 폐쇄 이후 지역의 고용·산업 전환 대책도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오롯이 감당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으로 다뤄져야 한다. 지역경제가 겪을 일시적 충격 때문에 주민들이 ‘수명연장’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