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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안 계신다. 어느 때나 오실까
연정 기자 / 입력 : 2010년 10월 22일(금) 11:08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연정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

 오늘날 노인 인구는 많아졌어도 마을이나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어른도, 어른을 모시는 사람도 우리 주위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그것은 1970년대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정신적으로 마을 또는 지역공동체가 해체되기 시작함에 따라 직분(職分)윤리에 터한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전통적 윤리질서가 증발되어 갔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더욱 직접적인 원인은 어른이 어른 노릇을 못 하기 때문이리라.

 예부터 어른들의 언행(言行)은 항상 주위의 규범(規範)이 되어왔다. 또한 어린이나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덕행(德行)에 감화되어 어른들의 언행을 따르려 했고, 또 노인들인 어른을 존경했다. 어른들을 존경하라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어른들의 언행에 감화(感化)되어 갔을 뿐이다. 

 오늘날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지만 그에 앞서 기성세대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요즘 아이들은 좋든 나쁘든 어른 행동을 똑같이 해낸다. 그러니 어른의 언행은 항상 젊은이의 규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옛날과 같은 정신적 존경의 대상인 어른과, 어른을 공경하는 태도를 되살리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일에 유교적 전통과 깊은 관련이 있는 향교(鄕校)나 유도회(儒道會) 같은 단체가 앞장서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고장의 향교와 유도회에 초점을 두어 어른 사회에서 보기 딱한 일들이 벌어진 경우는 없는지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요즈음 향교가 향교의 재산을 관리하고 춘추로 석전제(釋奠祭)를 올리며, 일요한문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퍽 다행스럽고 대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유교적 전통을 이어가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향교의 전통적인 기능은 문묘배향(文廟配享)과 유학(儒學)교육 및 사회교화(社會敎化)에 있다. 아무리 세속이 변해 간다지만 이러한 본질적인 것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향교를 출입하는 분들은 그 누구보다도 어른다워야 하고 그 언행이 주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그 자체가 장유유서의 기틀을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묘배향의 석전제가 극히 의례적이고 경건(敬虔)함이 없다는 것이 일부 석전제 참여자들의 말이다.

 그리고 향교가 일요한문학교 운영으로 유교정신을 계승한다거나 유교적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도 잘못된 발상이다. 일요한문학교 실제 상황이 초보적인 한자를 가르치는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자 가르치는 것이 향교의 본질적 기능은 아니다. 향교의 교육적 기능은 한자 이해를 전제로 한 유학교육에 있었다. 일요한문학교 운영도 참으로 좋은 일이나 한자 학습 지도만으로 말하면 시내의 한자학원이 그 시스템이나 교사 자격, 교수지도방법에 있어서 훨씬 낫다. 따라서 향교는 한문학교 차원을 넘어 유교적 정신이나 소양을 기르는 어떤 시스템을 갖추어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향교의 본질적 전통을 이어간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향교는 가끔 떼를 지어 고적답사 내지 관광하는 것도 좋은 일이나 그보다는 향교는 유교교양 강좌를 열어 윤리질서의 혼란상을 정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향교의 사회교화적 기능이라는 전통을 이어 간다고 말할 수 있다.

 유도회(儒道會)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 고창에서 유도회 모임은 가끔 있다고 하나 어떤 전통적 윤리에 관한 강연회나, 성년의 날 그 의미 있는 ‘관례(冠禮)’ 행사 한번 가졌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한편 유도회 일부 회원들이 스스로를 ‘유림(儒林)’이라고 일컫는데, ‘유림’이라고 말할 때는 최소한 선비라고 말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만이라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유도회 회원’이라고 하는 것이 사리에 맞고 편할 것이다. 유도회는 유교정신의 계승과 그 실천에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고 유도회 회원의 언행은 어린이나 청년들의 규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유도회도 사회교화적인 기능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고장 향교의 경우도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성균관의 직책, 예컨대 전학(典學), 학유(學諭), 학록(學錄) 등을 맡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이 성균관(成均館)에 올라가면 전용 사무실에서 어떤 일을 하고, 그들의 일부는 어떻게 해서 향교의 직책까지 맡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들 직책은 조선조에는 권지(權知)라는 교관이 담당했는데 이는 과거의 대과(大科)에 합격하고도 관직이 없는 자에게 임시로 주던 직위로 성균관에 파견된 교관이었다. 그리고 성균관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 향교의 직책을 겸임하지도 않았다. 다만 향교와 같은 급의 중앙 사학(四學)은 성균관 교수가 겸임하는 경우는 있었다. 이것은 대전통편(大典通編)에도 규정되어 있는 사안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매사 세속이 변한다지만 본질적인 것은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전통을 유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집 봉제사(奉祭事)에 독축(讀祝)도 하지 않으면서 석전제에 참석하는 일은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노인을 위한 ‘노인의 날’(10월 2일)은 어떠한가. 옛날에는 노인을 위한 행사로 향교와 서원(書院)의 향음주례(鄕飮酒禮)가 있었는데, 향교에서는 성균관에서와 같이 양로례(養老禮)가 있었다.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위로해 주는 것은 오늘의 노인의 날 행사 때와 같다. 그러나 차원이 다르다. 향음주례나 양로례 행사는 왕 또는 지방수령 임석 하에 노인을 공경하며 대접하는 행사로, 일정한 절차에 따라 노인에 대한 예를 행하고 주빈(主賓)에게 술을 권할 때는 옆에서 주악을 울렸다. 이를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과 그 실천을 갖게 하여 장유유서의 윤리가 자연적으로 형성되었다. 거기에 주빈으로 초빙된 노인은 중앙이나 지방의 ‘어른’으로서, 중앙에서는 왕에게 정치에 관한 진언(盡言)을 하며, 지방의 ‘어른’은 지방 수령에게 미담(美談)을 들려주었다. 말하자면 어른은 위정자에게 자기 경험을 전해주고 위정자는 그것을 정사에 참고했으니 이것은 바로 민의상달(民意上達)이라 하겠다.

 이렇듯 전통적인 어른 모시는 행사에서는 노인을 ‘어른’으로 대접하고 공경했으며, 이를 보는 일반 참관자들에게 ‘어른 공경’이라는 사회교화의 역할을 했음은 물론 초빙된 ‘어른’들은 위정자에게 그들의 경험이나 의견을 제시하여 위정자의 선정(善政)을 유도했던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복지행정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 복지에 힘을 쓴다고 하지만, 다만 복지의 차원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향음주례나 양로례에서와 같이 사회교화적인 차원과 민의상달적인 측면이 있을 때, 노인은 어른으로서 존재하게 되며 어른을 존경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어느 향교에서는 노인의 날에 식사를 대접하고, 초빙된 노인들은 노래자랑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양로례는 노인들 자신의 유흥시간을 갖는 그런 행사가 아니었다. 전통을 이어간다면서 본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통은 과거에서 생성되어 사장된 것이 아니라 그것은 오늘에 숨 쉬고 연속되어 미래로 향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전통은 한 문화가 내포하고 있는 살아있는 줄거리를 이루게 된다. 말하자면 한국문화의 전통은 한국인의 삶의 궤적의 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좋은 전통은 계승 발전시켜 한국인의 참다운 삶의 궤적을 연속시켜야 할 것이다.

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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