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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蓮에서 만난 女人
연정 기자 / 입력 : 2011년 01월 10일(월) 15:52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연정 김경식
연정교육문화연구소장

 그녀를 만난 것은 귀국을 앞둔 대련에서였다. 필자는 지난 6월 하순에서 7월 초까지 10일간의 중국 동북부 지방의 방문이 있었다. 이번의 방문은 작년 한국비교교육학회의 학술기행에 이어 배낭 하나를 둘러맨 단신의 여행이었다. 방문 목적은 필자의 개인적인 연구 자료를 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작년과는 달리 단신의 여행이고 보니 퍽 자유로운 편이었다. 북경, 장춘, 연길 그리고 심양을 거처 귀국하는 비행기를 기다리기 위해 하루 반을 대련에서 체류하였다.

 이번 여행 중 어디서나 그랬듯이 호텔에 묵으며 식사만큼은 주변의 조선족이 경영하는 그것도 제일 싸구려 식당에서 했다. 필자가 대련에서 다섯 끼니를 먹은 식당은 바로 그녀가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묵고 있던 호텔의 한 블록을 지나 있는 어느 어느 야채·식료품 시장 모퉁이에 즐비하게 있는 식당 중 하나였다. 전주 같으면 남문장내 해장국집이 있는 골목의 식당과 같았다. 말이 식당이지 2평 남짓한 공간에 식탁 세 개만 있을 뿐이었다. 그 식당은 그녀의 부부와 남편의 생질녀라는 18세의 소녀 그리고 보조인 한족 한명이 구성원이었다.

 그녀의 남편은 식당운영의 모든 재료를 구입하는 일을 담당하고, 식당의 경영은 42세라는 그녀가 담당해 아침 6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손님이 기다릴 정도니 퍽 잘되는 식당 같았다. 월수입이 5천원,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50만원, 현지 초등학교 5년 경력 교사 봉급의 10배이니 영세한 식당치고는 퍽 잘되는 식당이었다.

 필자가 이 식당을 택하게 된 것은, 식당 명칭도 없으나 하얀 글씨로 써 붙여 놓은, ‘조선족 식당 어서 오십시요’가 낯선 여행객의 마음에 들었고, 음식 값이 싼 이유도 있었다. 밥 한상에 중국 돈으로 12원~14원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1,200원~1,400원이다. 메뉴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주었고 음식이 풍성해서 좋았다. 쉬운 예로 쇠고기 볶은 한 접시가 아마 200g은 되리라. 보신탕 한 그릇에 우리 돈으로 1,200원이면 훌륭하다. 그러나 필자가 조선족의 허름한 식당을 찾았던 주된 이유는 영세한 밑바닥의 생활 속에서 그들의 삶을 다소나마 이해하기 위한 것이 무엇보다도 컸다.

 식당주인인 그녀는 귀국하던 전날 밤 식사할 때 필자에게 애절한 호소를 했다. “선생님! 저 좀 한국에 초청해 주시소”라며 한국초청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그 동안 자기 식당에 들린 여행자들이 귀국하면 꼭 초청한다고 했는데, 이제껏 아무 소식이 없다는 것이다. 그 초청을 기다리는 한편 초청해 준다던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하는 눈치였다. 이런 경우는 작년에 북경의 한 호텔 내 선물센터의 흑룡강성 출신이라는 조선족 점원 아가씨들로부터도 들었고, 연변에서 들은 것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필자는 그녀에게 개인 초청은 친족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형사상 보증을 서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며 반문했다. “지금 주인아주머니는 주인양반과 같이 이렇게 장사도 잘하며 살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한국에 가시렵니까?”했더니, 이어 그녀는 초청이 불가능하다면 결혼할 분을 소개해 달란다. 일이 자꾸만 난처해졌다. “아니 지금 두 분은 부부간으로 잘 살고 있는데, 무슨 말이요?”라며 재차 반문했더니, 한국에 들어가 결혼하고 그저 자녀들 교육비만 한 달에 조금씩 송금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그녀의 애절한 호소였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먹고 사는 것이야 그럭저럭 불편은 없습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이 지경으로 시달리고 보니, 애들을 돌보아 줄 수도 없고 자식만큼은 우리처럼 고생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시실 저는 흑룡강성에서 이곳으로 온지 5년째이지만 성공했다면 성공했습니다. 저의 고향은 함경도입니다. 증조할아버지가 연변을 거쳐 흑룡강성으로 이사하여 그 곳에서 뿌리를 내렸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학식도 많고 똑똑하셨다고 들어왔습니다.”

 대충 자기의 가게를 이야기 해주는 그녀의 말에서, 중국 동북지방에 있는 조선족의 역사를 읽는 듯 했다. 동북지방 조선족의 선대들은 다 한반도의 우리나라에서 넘어간 사람들이다. 그들은 구한말 내지 일제하의 주권상실기에 독립운동과 관련하여 넘어갔거나 아니면 일제의 학정 밑에서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하여 넘어간 것이 그 주류였다. 바로 그들의 후손이 오늘의 조선족이다. 이러한 그들 선대의 후손인 사십대 그녀가, 애절하게 호소하는 심정을 쉬이 이해할 수가 있었다.

 오늘의 조선족들에게는 잘 살아보겠다는 것과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들을 교육시키겠다는 강한 집념들이 마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집념들을 연변대학 출신의 사십이 채 못 된 대련 조선족 소학 계양재 여교장과의 대담에서도, 그리고 그녀가 경영하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지만 52세인 권윤환이라는 중국군 장교와의 대화에서도 곧 확인할 수가 있었다. 권윤환씨는 현재 흑용강성 수빈현 인민 무장부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계급은 대령급이었다. 권 부장은 자기 할아버지가 경상도 안동에서 연변지방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필자는 “당신, 그러면 안동 권 씨구먼”했더니, 어떻게 자기의 본을 아냐기에 “나는 안동 김가요”했더니, 덥석 나를 안고 여간 기뻐하지 않으며 안동에 지금 김, 장, 권 씨의 시조를 모시는 삼태사가 있고, 우리 세 성 씨는 동본이기에 결혼도 서로 할 수 없지 않습니까하며 자기의 내력을 소상히 말해주었다.

 필자는 식당 여주인 그녀의 애절한 호소에서 동북지방 조선족 핏줄 속에 흐르는 그 무엇을 읽는 듯 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잘 살아보겠다는 그리고 교육에 대한 집념 그것이었다.

 오늘의 조선족은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중 한족을 능가하리만치 잘 살고, 소수민족 중 유일하게 연변대학이라는 민족대학을 가지고 있을 만큼 교육 수준도 높다. 이러한 사실은 바로 그녀의 집념과 같은 것에서 연유한 것 아닌가라는 한없는 자문자답이 계속된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실이지만 일부 몰지각한 중국여행자들의 초청 의사 남발이다. 의사표시야 자유이겠지만 그러나 책임이 뒤따르는 의사를 표시해야 할 것 아닌가. 중국대륙에서 뿌리를 내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내 동포를 이젠 그만 울리자. 국민소득 1만 불의 그 어설픈 풍요함을 자랑하고 뽐내지 말자. 경제적으로 국민소득 1만 불의 국민이라면 그에 걸맞는 정신적, 인격적으로 행동하는 국민이 되어야 할 것 아닌가.

 일전 누구나 다 접했던 충격적인 뉴스인 한 40대 주부가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남편이 출근한 사이 호텔에서 매춘행위를 했다는 이 상황에서, 식당 주인아주머니 40대 그녀의 호소는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이 글은 김경식 소장이 1996년 4월에 쓴 수필문학 데뷔작으로, 한민족의 교육열을 어느 재중 한민족의 여인에게서 본 것이다. - 편집자 주

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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