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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도 글속에서 놀믄 한 자라도 배우것제”
팔순 넘어 늦깍기로 한자 배우는 이원님 할머니
안상현 기자 / 입력 : 2011년 10월 21일(금) 11:52
공유 :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에

   
“나 ‘죽인다’는 글자라도 알고 죽어야제. 글 모르면 나 ‘죽인다’고 써놓으면 알가니? 한자씩 알면 재밌더만. 살아있는 동안은 못 배운 한이라도 풀어 볼라고.”

팔순을 훌쩍 넘긴 이원님(83세·신림면) 할머니는 요즘 한자(漢字) 배우는 재미에 쏙 빠져 있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배우기전엔 한글만 조금 읽을 줄만 알았을 뿐, 한자는 일천천(千)자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한문으로 자기 이름은 물론이고 가족들 이름, 살고 있는 집 주소, 댁호까지 모두 한자로 쓸 수 있다. 또 천자문도 어느 정도 익혀 요즘은 서예교실에서 붓글씨를 배우며 사자성어를 공부하고 있다.

이원님 할머니가 한자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약 1년 4개월여 전, 당시 나이 81세로 한자공부를 시작하기에는 한참 늦은 나이였다. 종합사회복지회관을 다니고 있던 이(李)할머니는 어느 날 복지관에서 붓글씨를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서예교실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할머니의 수강신청은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복지관의 서예교실은 한자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이 붓글씨를 배우던 곳. 이곳에서 서예를 배우려면 기본한자정도는 알아야 했다. 음과 뜻을 모르고 서예를 하면 글씨를 그리는 수준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당시 이원님 할머니는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했다.

이원님 할머니는 “우리 친정 하나씨, 아부지, 어메는 문장이였어. 가진 것 없이 먹고살기 바쁘게 어렵게 살믄서 7남매 아그들하고 5남매 동상들 다 갈치고 본게, 우리 어메·아베는 글을 아는디, 나만 몰라서 어떻게 사냐고 하고 있던 차에 복지관에 한번 와 본게, 요기 글 배우는디가 있드라고요. 얼매나 반갑던지, 그냥 이리로 와서 이 양반(강사)한테 넣어도라고 사정을 허는디도 안 느줘. 붓글씨를 배울라면 한자를 몬자 배워야 헌다고 허는디, 난중에 보니까 옆방에 한자를 갈치는 곳이 있드라고요. 그리서 거기서 한자를 배움서 여기서 서예를 배움서 허고 있지요”라며 말한다.

할머니의 부모님은 글을 어느 정도 배운 분들이었다. 할머니가 어렸을 때 가족들이 일본의 식민통치를 피해 중국에서 살았는데, 아버지가 해방이후 그곳에서 면장일을 맡을 만큼 중국어와 한자에 능통했다. 어머니도 한글을 어느 정도 깨우친 분이었다. 이원님 할머니가 그나마 한글을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가끔씩 어머니에게 한들을 조금씩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소금을 중국사람보다 조선사람에게 더 많이 배급하던 것이 알려져 야밤에 가족모두가 몸만 겨우 빠져나오다보니 가진 것이 없이 어렵게 살았다. 그러다보니 먹고살기 바빠 자식들만 가르치고 정작 자신은 배울 틈이 없었다.

“한글은 어메한티 쪼깨 배워서 떠듬떠듬 알았어도, 한자는 일천천자도 몰랐어. 그리서 첨엔 내 이름자 먼자 허고, 대한민국, 내주소, 할아버지, 아버지 이름부터 갈칩디다. 그러고나서 천자문도 배웠재, 근디 야든살 넘은게 배워도 곧 잊어부러. 동네에선 누가 글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회관에 가면 맨날 화토만 치고. 그전에는 이런 것이 없는 줄 알고 화토만 쳤는디, 인자는 꺽정스럽게 보이더라고. 그리도 여기는 맨날 사람들이 있고 갈차 줄 사람도 있응게. 아무래도 글속에서 놀문 되긋지 허고 왔어요”라고 말한다.

이원님 할머니는 서너마지기정도의 밭농사를 혼자 지으면서도 어머니에게 조금씩 배웠던 한글 솜씨로 틈 날때마다 책을 읽는다.

이원님 할머니는 “군 도서관 다니면서 읽은 책이 한 100권은 돼. 혼불 10권짜리도 읽고, 상놈들 어떻게 살았는지 거기 다 나오드만. 11권짜리 아리랑, 22권짜리 토지도 읽었는디, 마지막 한권은 누가 빌려가부러서 못 읽었어. 책 많이 읽는다고 상장이랑 타놨어. 황태자비, 토지, 재갈량, 삼국지도 읽었고, 박정희 정치한 것 나오는 10권짜리 한강까정 웬만한 책은 다 읽었어. 글이 원되어서 다 읽었재라우. 조금 뻔 헌게 재미있재, 글 같이 좋은것이 없더라고, 나는 여기 서예 책만봐도 재밌더만, 받아쓰는 것은 쌍받침 때문에 다 못쓰지만, 읽는 것은 다 읽어”라고 자랑한다.

이원님 할머니는 끝으로 “내가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정신 놓터락은 할라고. 처음에는 막 그렸는디, 인자는 쬐금 쓴게. 쓰다가 아는 자 있으면 반갑지요. 요기 맨날 오시는 분들이 다 내 선생들잉게. 내가 배울 수 있을 때까정은 다녀볼라고요”라고 말한다.

비록 여든을 넘긴 고령이지만, 이원님 할머니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보다도 뜨겁다. 할머니의 열정만큼 오랫동안 건강이 지속되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길 바래본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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